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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너 마저도 - KOVO 2024-25 시즌 25차전 페퍼저축은행 1:3 패배

마셜 2025. 2. 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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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페퍼 배구단 인스타그램)

 

테일러마저 부상으로 빠지면? - 잔여시즌 전패가 가능할 지도

 

 4세트 접전 중에 뜬금없는 염어르헝의 넷터치가 두고두고 아쉽다. 그 한 점이 왠지 승부를 가를 것 같아 찜찜했는데, 결국 페퍼는 그 한 점 차이를 역전해내지 못하고, 4세트를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스포츠에서 아쉽지 않은 패배가 있겠냐만.... 오늘은 7연패 중인 팀을 상대로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것보다 더 걱정되는 것이 있으니, 몸상태가 영 좋지 않아 보였던 테일러의 부상상태이다. 

 만약 5라운드가 막 시작되는 지금 시점에서 테일러가 부상으로 빠지게되면, 잔여시즌 모든 경기를 승점 1점도 따지 못하고 패할 수도 있다. 테일러가 실바나 빅토리아 같은 S급 외국인 선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늘 테일러-박정아-이한비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의 한 축을 지켜줬기에, 이한비가 정상 컨디션 아닌 지금, 테일러마저 이탈하게 된다면, 높이의 장점을 완전 상실함과 동시에 이미 지친 이한비와 박정아의 공격 위력은 더욱 반감된다. 

 그 사실을 아는 장소연 감독도 테일러에게 긴 휴식을 주지 못하고 4세트에 출장을 시킨 것인데... 테일러가 분전했음에도 경기를 잃으면서.. 자칫 '게도 구럭도 다 잃은' 건 아닌지 걱정해야할 상황이 되었다. 경기 내내 어두웠던 표정과 벤치에서 테이핑을 다시 하는 모습이 이제는 정말 잔여시즌을 걱정해야 하지 않나 하는 불길한 느낌을 현실화시키는 듯하여, 팀 전체에 수심이 드리운 경기였다. 

 

완전 방전된 이한비 - 이제는 정말 휴식이 필요한 때

 

 2세트부터는 이한비 공격 득점을 본 기억이 없다. 물론 박사랑의 토스 자체가 많이 흔들렸고, 그전에 여전히 팀 리시브 자체가 엉망이었지만, 이한비가 이렇게까지 헤맨 경기가 있었던가... 5 득점에 4 범실... 이미 2세트 중반을 넘어가며, 이한비는 오늘 득점이 어렵겠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장소연 감독은 그래도 주전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7연패 중인 IBK기업은행을 꺾지 못하면 연패가 대책 없이 길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주전 기용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 듯한데... 글쎄다... 적어도 오늘 경기만은... 아니 최근 연패 기간 동안은 이한비와 이예림 사이의 기량 격차가 크지는 않아 보였다. 

 경기를 지고 있어도 간절함과 특유의 밝음으로 한 몫을 했던 이한비였는데, 오늘의 지친 몸놀림과 자신감 없는 표정은 낯설기도 했거니와... 정말 조금은 쉬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만들었다. 결국 장소연 감독도 3세트부터는 이한비를 완전히 빼고 이예림으로 경기를 풀고자 했는데... 코트 적응이 덜 되었는지... 이예림은 투입되자마자 치명적인 서브리시브 미스를 연달아 저질렀고, 거기서 3세트 전체 흐름은 완전히 넘어갔다. 

 침체된 팀을 이끌고 어떻게든 승리와 함께 반전을 꾀해야하는 어려운 상황을 모르지 않지만, 어떻게든 이제 이한비는 스타팅에서 빠질 때가 되었다. 아무쪼록 코칭스태프가 다만 1세트 만이라도 휴식을 주며 상황을 지켜봤으면 싶다. 

 

 

못 미더워도 계속 공격을 시켜야 하는 염어르헝

 

 이한비가 완전 방전되고, 박정아마저 공격 기세가 떨어지면서.... 페퍼의 공격 옵션은 급격히 폭이 좁아졌다. 오늘도 테일러의 공격이 괜찮았기에 망정이지... 테일러마저 컨디션이 별로였다면 경기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페퍼의 지금 단점은 OH 공격력이 급감하고 동시에 리시브가 무너지면서 공격패턴이 극도로 단조로워졌다는 거다. 그나마 장위가 전위에 있을 때는 이동공격이라도 기대해볼만한데, 염어르헝이 전위로 오면 아무도 페이크 점프에 속지 않는다. 결국 컨디션이 바닥인 OH에게 공을 올리거나 상대팀 OP에 비해 힘이 부족한 테일러를 믿는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상대편 미들과 후위 수비에게 쉬운 선택지이다. 오늘도 물렁물렁한 큰 공격만 남발하다보니, 상대편 후위의 백전노장 이소영-황민경에게 거의 10개 연속 디그를 허용하는 황당한 연속실점을 선보였는데... 아무리 리시브가 엉망이어도 이렇게 경기를 운영해서는 승점을 따기 힘들다. 프로팀의 세터라면 냉정하게 승기가 넘어간 세트에서는 과감하게 염어르헝에게도 공을 올리며 중앙을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금 경험이 가장 필요한 선수는 당연히 염어르헝.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 건 아쉽지 않지만, 그 패배 후에 기록지를 되돌아보면, 안정적으로 세트가 되었을 때조차 염어르헝에게 공이 몇 번 올라가지 않은 게 늘 아쉽다.  

 

 

유독 표정이 어두웠던 박사랑

 

 늘 파이팅이 넘치던 박사랑, 흔들리는 토스워크 때문에 교체되는 일이 많아졌는데, 오늘은 박수빈에게 자리를 넘기고 웜업존에 서 있는 표정이 어둡기 그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자기보다 낮은 순위에 지명된 후배와의 경쟁에서 밀린 게 충격이었을 수 있고, 본인이 빠지게 되면서 높이 우위를 상실하게 되어 IBK기업은행과 백병전을 벌이게 된 것에 착잡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야전사령관 역할을 해야하는 세터로서 밀리고 있는 팀 상황을 분하게 받아들이는 건 좋은 에너지이다. 박수빈이 조금은 안정적인 토스를 보여주고 있다지만, 여전히 중앙 속공 세팅이 많이 미숙하고, 블로킹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분해서 표정 관리가 안 될 정도였다면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 시간이 많지는 않다. 이원정이 부상에서 회복되면, 언제든 장소연 감독은 다시 박사랑을 벤치로 보낼 수 있다.  

 

 다음 경기는 다음주 수요일, 4일 휴식 후 서울 원정이다. 오늘 패배의 씁쓸함과 아쉬움이 적지 않겠지만, 꼴찌팀 GS칼텍스 전마저 잃으면 자칫 5라운드를 전패로 끝낼 수도 있다. 공격 효율이 나쁘지 않았던 테일러의 부상이 너무나 아쉽지만, 가진 전력으로 최선을 다해서 씨우는게 스포츠고, 거기에 대해 결과를 내야하는 게 프로다. 부상이 가볍지 않은 테일러도, 부진이 심상치 않은 박사랑도, 체력이 바닥난 이한비도... 어찌보면 장소연 감독과 이 막내 팀에 주어진 승리 조건들이다. IBK기업은행 전을 패하면서 난이도가 많이 올라갔지만, 사실 올 시즌도 페퍼의 모든 게임 난이도는 높았다. 극악 난이도 스테이지를 깼을 때, 기분은 당연히 훨씬 더 좋다. 상황은 많이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가진 역량을 모두 발휘하는 다음 시합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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