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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난 체력, 이제는 마무리를 걱정할 때 - KOVO 2024-25 시즌 24차전 페퍼저축은행 1:3 패배

마셜 2025. 1. 3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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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페퍼 배구단 인스타그램)

 

 

할 만큼 하고 진 패배, 그래서 씁쓸했던 24차전 정관장 전 1:3 패배

 

 지난 일요일(26일) 정관장 패배는 여러모로 아프게 다가온다. 사실 객관적 전력에서도 밀리고, 최근 분위기도 바닥을 친 페퍼이기에 승리를 기대하기가 어렵긴 했지만... 뭔가 특별히 큰 문제가 눈에 띄지 않았는데도, 무난하게 밀린 시합 분위기는 지금 페퍼의 팀 전력이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잘 보여줬다. 

 기록을 한 번 살펴보자. 물론 4세트 경기였고, 1세트를 10점만 주고 거둬들이면서 기록이 조금 물타기된 면이 있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2~4세트 완패한 경기치고는 기록지가 이쁘게 나왔다. 

(출처: 네이버 스포츠)

 

 테일러, 박정아가 나란히 40%가 넘는 공격성공률을 기록했고, 각각 범실도 4개, 3개에 불과했기에 말 그대로 할 만큼 했다고 평할 수밖에 없다. 박정아 리시브효율이 23.8% 인건 분명 엄청난 마이너스이지만, 그렇게 따지면 정관장도 부키리치의 리시브효율이 -20%였고, 범실은 7개였다. 결국은 할 만큼 하고도 무난하게 연달아 세 세트를 내준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고 밖에 볼 수 없고... 어쨌든 어느 정도 실력을 발휘하고도 졌기에... 아직은 여러 면에서 갈 길이 먼 막내 팀 페퍼의 저 아래쪽 위치를 보여주는 것 같아 더 씁쓸한 경기였다. 

 

 

결국 원인은 주전들의 체력방전 - 이한비, 박사랑, 한다혜

 

 안타까움에 더 그렇게 보였겠지만, 여러 주전 선수들의 체력 방전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제는 많은 노하우가 축적되고, 리그에 오는 선수 수준이 많이 올라가서 그런 현상이 없어졌지만, 외국인 제도 도입 초기 야구 KBO리그에서 비슷한 체력 방전 현상이 가끔 보였는데... 마이너리그에서 기록이 괜찮았던 선수를 데려오면 하반기에 기록이 고꾸라지거나, 첫 해 준수한 성적을 내서 재계약하면 그다음 해에 다른 선수처럼 형편없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LG트윈스 추억의 외국인선수 해리거....) 지금 생각해 보면, 기본체력을 제대로 다지지 못한 채로 장기레이스에서, 그것도 하이텐션 상태에서 주전으로 계속 출전하다 보니 체력이 방전된 탓이구나... 싶지만... 그 당시에는 그저 선수들의 형편없는 실력을 비판하며 퇴출시키곤 했었다.

 어찌 보면 지금 페퍼의 주전들도 그런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외국인처럼 교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형편없는 팀 뎁스 때문에 리그에서 거의 유일하게 리베로 한다혜는 풀타임 출장을 하고 있고... 이한비는 시즌 초반부터 꼬였던 외국인 문제 때문에 큰 공격을 박정아와 분담해 온 부담이 지금 리그 후반부에 그대로 체력 저하로 드러나고 있다. 박사랑은 그런 면에서 선수 스스로 좀 되돌아볼 부분이 있는데, 어찌 되었든 이원정과 출장시간이 분담되었고, 지금도 짧은 시간이지만 박수빈이 백업으로 틈을 메워주고 있음에도 몸이 무거워 보이고, 토스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면... 본인의 경기체력을 되돌아봐야 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지 않은 무회전 서브에도 리시브가 에라 모르겠다 수준인 페퍼 OH들을 생각해 보면.... 흥국생명이나 현대건설보다 훨씬 더 많이 뛰어다녀야 하는 페퍼 주전 세터는 체력이 일찍 빠질 만도 하다. 

 

이제는 끝난 죽음의 주 2연전 일정

 

 다른 팀도 비슷한 고비가 있었지만, 지난 12월부터 지난 경기까지 페퍼는 목-일로 이어지는 주 2회 2연전을 6차례 반복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뎁스가 가장 얇은 페퍼 팀으로서는 그야말로 잔인한 일정이다. 물론 그 와중에 현대건설을 잡아내는 등 3연승도 있었지만, 원래 체력은 이기고 있을 때보다 지고 있을 때 빨리 빠지는 법... 화양연화 같았던 3연승과 순위 상승 시기가 끝나자... 주전들은 모두 지쳐버렸고, 경험이 부족한 염어르헝을 대체해 줄 자원조차 없는 현실에, 팀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속절없이 연패를 기록하게 되었다. 이러한 타이트한 스케줄에 형편없는 팀 뎁스, 광주 연고로 긴 이동 거리가 더해졌으니, 그간 발놀림이 무거워 보였던 선수들도 이해가 된다. 이제 4연패와 함께 연속 주 2연전 스케줄은 끝났고, 4일 휴식 후에 홈에서 IBK기업은행과 일전을 벌이게 된다. 물론 충분한 휴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좀 편한 마음으로 장단점이 뚜렷한 기업은행을 상대로 자신감 있는 경기를 보여주길 기원해 본다. 

 

 

한 번쯤은 도박도 필요한 시점, 장소연 감독이 남은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만약 지난번처럼 이한비가 지친 상황이라면 이예림 선발 출전도 한 경기 정도는 필요해 보인다. 박사랑도 토스가 계속 짧게 올라가는 상황이라면, 조금 쉬게 해 주고 박수빈이 스타팅으로 들어가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물론 박수빈이 MB에게 올리는 토스를 보면, 아직 프로 주전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해서 승수를 추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장소연 감독에게 쉬운 결단은 아닐 것이다. 이제 쌓아놨던 승점도 다 까먹고... 겨우 꼴찌를 면하고 있는 실정에서 리그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 어찌 보면 프로로서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팬으로서 계속해서 패배를 적립하면서 주전들의 체력방전만 심화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뭔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집중할 수 있는 계기만 마련한다면, 다시 3연승 시기와 같은 경기력도 멀리 있지는 않기에, 장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이 번 경기가 꼭 아니더라도, 시즌 종료 전에 이예림과 박수빈도 온전히 한 게임을 책임져보고, 오선예도 코트에서 리시브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서 주전들 체력도 챙겼으면 하는 생각이 여전히 있다. 

 

 어쨌든 결정은 감독의 몫, 어떤 라인업으로 경기를 시작하더라도  오늘 IBK기업은행을 상대로는 홈에서 좀 더 휴식을 취한 페퍼 선수들은 그렇게 무난하게 무너지지 않음을 꼭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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