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이미지 :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홈페이지, 박사랑 선수 이미지>
처참한 국제대회 성적과 별개로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KOVO 여자부 2023-2024 리그, 그 와중에 페퍼저축은행은 예상대로 수많은 패배를 적립하며 꼴찌를 기록하고 있고... 이제는 그 패배도 별로 뉴스거리가 아닌지... 스포츠뉴스에서도 점점 페퍼 배구단의 지분이 줄어들고 있다.
그 와중에 오랜만에 페퍼 박사랑 선수에 대한 기사가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꼼꼼히 읽어보았다.
핵심은 페퍼저축은행이 지난 12월 1일에 있었던 흥국생명과의 2라운드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패배했는데, 2세트부터 경기에 들어선 박사랑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경기를 접전으로 몰고 가는 큰 활약을 한 것. 야스민, 박정아, 이한비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거느리고도 늘 단순한 공격으로 어렵게 경기를 풀었던 페퍼 입장에서는 세 공격수를 고루 활용한 박사랑의 활약이 반가울 수밖에 없디.
조 트린지 감독도 만족을 표시하며, 운동신경이 좋고 토스웍이 좋다고 호평했다.
프로팀이라면, 특히 2군이 없는 KOVO리그에서 팀 내에서 어떻게든 포지션별로 경쟁구도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런 박사랑의 활약의 반갑지만은 않다면 기대가 지나친 걸까.
그냥 그런 느낌이다... 종목은 다르지만 LG트윈스가 기나긴 암흑기를 지날 때, 혹은 남자배구 KB손해보험이 케이타를 만나기 전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을 때, (케이타가 떠나자마자 다시 동네북 신세가 되었지만...) 그때도 그랬던 팀 주축 선수들이 너무나 부진해서, 백업선수를 투입해서 깜짝 활약을 하고... 결국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가능성을 봤다.. 이렇게 스스로를 위안하곤 했었다... 물론 그 과정을 거쳐서 성장한 선수들도 많다. 당장 KOVO 여자부에서도 도로공사 주전세터 이윤정은 실업 출신 신인일 때, 실력으로 이고은을 밀어내고 주전 자리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백업이 주전을 밀어낼 정도로 팀이 선순환되려면... 어느 정도 '승리'가 따라와 줘야 한다. 그 암흑기 동안 LG트윈스가 KB손해보험이 제대로 된 주전 하나를 키워내기 힘들었던 건, 주로 결과가 '패배'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좋은 결과가 동반되어야 실수도 약으로 받아들이고, 보완할 수 있는 법... 지금처럼 늘 패배하는 식의 리그 행보에서... 잠깐잠깐 가능성은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장기적으로 강팀으로 가는데 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사실 박사랑의 활약이 누구보다 반갑다. 공들여 키워야 하는 1라운드 1순위.. 신장도 178cm에 서브구질도 좋고... 팔 길이도 괜찮아서... 전위에서도 후위에서도 상대방에 큰 압박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표정이 밝고 해 보려는 의지가 보이는 젊은 선수이다. 하지만, 잊지 말자... 이고은은 무려 지난 에어컨리그에서 희대의 허튼짓으로 무려 김세빈과 최가은을 날리며 지켜낸 세터 자원이다. 그런 이고은이 부진해서 긴급히 박사랑이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을 우려해야 할지, 그래도 박사랑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으니.. 기대감을 가져야 할지.. 페퍼 팬으로서... 후자가 반갑지만... 사실 전자가 더 우려된다.
암흑기를 걷는 프로 팀들이 백업선수들이 반짝 활약하다가도 꾸준히 그 자리를 유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 리그에 팀 수가 많지 않고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체육으로 서로서로 경기를 치르며 올라온 선수들이 대부분인 좁은 바닥의 특성상, 그리고 우승에 대한 열망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한국 특성상, 몇 경기 치르면 바로 현미경 수준 분석이 이루어지는 것... 박사랑 선수도 이고은 선수와는 다른 토스로 큰 활약을 했지만, 만약 몇 경기 더 주전으로 나온다면, 쿠세를 읽는 블로킹과 수비 포메이션이 따라붙게 될 것이다.
당연히 계속 스타팅은 이고은 선수 차지일 것이다. 연봉 3억 3천만 원(옵션 3천만 원 포함)의 이고은 선수와 연봉 6천2백만 원(옵션 5천만 원 포함)의 박사랑 선수 활용도가 같을 수는 없고, 베테랑 이고은 선수가 당장 경쟁에 밀릴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국 팬으로서 바람은 이고은 선수가 흔들리는 토스워크로 시합 중 교체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장기레이스에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모르는 일. 올시즌은 박사랑 선수가 이고은 선수를 백업하면서 많이 배우길, 그래서 팀도 순항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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