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이우진 인스타그램
남자배구 유망주 이우진의 이탈리아 진출이 공식 발표되었다.
지난 15일 출국하며 포즈를 취한 이우진 선수 표정은 밝아보였고, 다시 봐도 훤칠하게 잘 생긴 외모는 정말 남자배구 인기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재목이라는 세간의 평이 과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간 그렇게 조용하게 느껴질 정도로... 언론도 별 반응이 없더니, 출국하는 날이 되자 연합뉴스 인터뷰를 비롯해, KBS 스포츠 뉴스 방송 등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어쨌든 이제 성공을 향해 막 한 걸음 내디딘 유망주에게 국내에서 마지막 순간이라도 관심을 보여준 것은 다행스러운 일...
눈에 들어온 언론 보도를 한 번 정독해보았다.
정말 학생 다운 수더분한 옷차림에, 어색한 미소로 포즈를 취한 이우진 선수..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그저 한 명의 어른으로서 기사 내용은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링크를 클릭하면 원문을 볼 수 있지만, 설명의 편의를 위해 몇 줄만 옮겨보자.
"이우진의 유럽 진출 꿈은 국제대회에서 그의 활약을 지켜본 한 이탈리아 에이전트가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며 시작됐다. .... 그에게 해외 진출의 기회가 찾아온 것도 이 대회에서의 활약 덕분이었다..... 이런 제안이 구단과의 계약으로 이어진 데는 김연경의 도움이 있었다...... 이우진은 처음에는 “사기가 아닌가” 의심했다고 한다. 해외 리그에 진출하는 게 옳은 선택인지를 두고도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이우진과 그의 부모는 김연경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청소년 국가대표팀 코치를 통해 어렵사리 조언을 구했고, ....... 김연경은 해외 리그 사정에 밝은 자신의 에이전트 임 대표를 이우진과 그의 부모에게 소개해줬다. 임 대표는 답보 상태였던 계약이 체결되도록 가교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임 대표는 한겨레에 “배구 같은 경우에는 국제배구연맹에서 라이센스를 획득해 활동하는 에이전트들이 있는데, 그 명단에 이우진 선수한테 연락한 이탈리아 에이전트가 있는지 우선 확인했다”며 “여자 배구 쪽 일을 많이 하다 보니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서 이 분의 명성을 확인하고,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님도 이탈리아분이시라 건너건너 물어본 뒤 들은 내용을 이우진 선수 부모님께 전달드렸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이탈리아 리그 같은 경우 8월에 연습이 시작되는데, 국내 학제상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실무적인 부분들을 구단 측에 설명하고 구단 측 제안을 선수 측에 전달해준 게 전부”라고 했다.이우진 선수 부모는 이런 도움에 보답하고자 에이전트 수수료를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임 대표는 이런 제안을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대표는 “한국 배구 유망주가 해외 무대에서 뛸 기회를 얻도록 도운 것 만으로 기쁘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대한배구협회의 임직원 분들은 무슨 일을 하는 분들인가? 한국배구에 1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젊은 유망주가 나타나서, 대표팀에 출전했다가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는데... 그 어린 고등학생이 부모님과 함께 사기는 아닐까를 고민해야 한다니... 결국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김연경 선수에게 도움까지 요청하게 하다니... 아무리 협회 규모에 비해 일이 많고 늘 예산이 부족해도.. 이런 일조차 고등학생과 부모가 알아서 하게 한다면, 그 협회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대한배구협회의 업무영역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되짚어보자. 김연경 선수도, 그리고 자신이 한 역할이 별 것 아니라며 에이전트 수수료를 거절한 임근택 대표도.. 자신의 업무라서 한 건 아니다. 그럼 앞으로도 이런 유망주들은 자기가 알아서 사기인지 아닌지부터 검증해가면서 해외진출을 타진해야겠네... 차라리 그냥 하지 말라고 하지.
포스팅 전에 방문해본 대한배구협회 홈페이지는 평화롭다 못해 고요하다. 손꼽히는 유망주가 세계최고리그에 진출하는 낭보가 있었음에도 사진이나 동영상은커녕 기사 링크조차 없다.
이렇게 무관심하게 대해놓고, 나중에 이우진 선수가 이탈리아리그에서 성공하면, 애국심에 호소하며 국가대표에 선발하겠지. 사실 어른들이 이러면 안되는 거다. 협회 분들은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유망주들이 불편함 없이 해외리그에 관심 가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 그러다 국내 프로리그에서 불편해하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지 마시라. 이우진 선수 같은 유망주들이 자주 나올 것 같은가?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한 유망주도 곧 따라오는 병역의무 덕에 몸값이 자동할인되는 게 한국 유망주 현실이다.
그리고 굳이 따져보자면, 지금 여자배구 인기가 국내리그 덕분인가? 솔직히 김연경 선수 덕이지. 그렇다면, 김연경 선수처럼 해외에서 통할 슈퍼스타를 육성하는게 배구인기를 살릴 길이라는 것도 자명해 보이는데.. 눈 가리고 모른 척하는 것도... 너무 오래 가면 티 나고 볼썽 사납다..
기사 말미에서 김연경 선수는 짧지만, 굵직한 한 마디를 남겼다.
“충분히 지명을 받을 수 있는 선수였는데도 드래프트를 건너 뛰고 도전을 택한 결정을 응원하고 싶다”
수억의 몸값이 보장된 드래프트 기회를 건너 뛰고, 도전을 택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 과정이 얼마나 외로운지를 김연경 선수만은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었으리라. 대한배구협회 분들 진심으로 이우진 선수를 응원하시는지? 혹시나.. 감히 국내리그를 버리고 떠난 괘씸한 선수 정도로 치부하는 꼰대마인드에 머물러 계시진 않은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돈도 얼마 안들어갈텐데... 현지 유학생이라도 고용해서 동영상 콘텐츠라도 제작하시길... 괜히 나이 많은 임원 분들 격려차 방문하신다고 왕복 비행기표값이나 예산 소진하지 마시고... 그렇게 콘텐츠라도 업로드 하는게, 한국배구 위하는 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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