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이미지 : KOVO 홈페이지 팀순위>
KOVO 남자부에서 열전을 치르고 있는 한국전력 배구단
노장 중심으로 이루어진 엔트리 때문에 갈수록 페이스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최근 놀라운 페이스로 6연승을 달성하며, 순위를 5위까지 끌어올렸다.
그 와중에 신예 임성진이 자리를 잡으며, 팀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는 것도 반가운 일... 한전의 6연승과 동시에 12연패를 기록한 KB의 행보가 놀랍긴 하지만, 이는 다음 포스팅으로 미루기로 하고...
아직은 긴 KOVO 리그의 반도 소화하지 않았기에 예상이 섣부르긴 하지만, 노장들 체력 안배만 잘한다면,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넘어서서, 봄배구도 한 번 노려볼만한 상황이다.
재미있는 건 한국전력 배구단이 불과 한 달 전에 매각 추진설이 불거지면서, 배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팀이라는 점..
사실 한국전력 배구단 매각 추진이 놀라울 건 없다.
마낙길-하종화 시절부터 배구를 봤던 내 기억으로도 대회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을 정도로 전통의 약팀이었던 건 차치하고라도... 일단 한국전력 자체가 스포츠 구단 운영을 통한 홍보가 전혀 필요 없는 공기업이다.
정리해보자.
구단을 매각해야 하는 이유 | 구단을 계속 운영해야 하는 이유 |
1. 2022년 한국전력 연간 적자 32조 6천억원 2. 홍보가 전혀 필요없는, 독점 전력 공기업 한국전력의 위치 3. KOVO리그 출범이후 리그 결승 진출조차 없는 약팀 면모 |
1. 1945년 남선전기 배구부로부터 시작된 78년 역사 2. 무리하게 매각을 추지했을 경우 여론 부작용 3. 전체 적자폭에 비해 미미한 구단 운영 비용 |
관련해서, 1달 전에 조선일보는 상황을 이렇게 보았다.
모기업 한국전력의 적자가 워낙 크다 보니, 배구단 매각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적자폭을 줄여보겠다는 계획이 국회에 제출된 모양인데.... 그 후 특별한 추진경과 공개 없이, 김철수 배구단 단장은 올해에는 매각이 없다며, 선을 그었고, 선수들은 힘을 내서 6연승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한국전력 배구단이 매각될 일은 없다.
오해하지 마시라. 한국전력의 자구책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팬으로서 의견을 내자면...
한국전력 배구단이 팔릴 리가 없다.
숫자를 좀 정리해 보자. 한국전력의 2022년 연간 적자 32조 6천억 원이었다. 누구나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액수임은 분명하다. 한국전력 1년 배구단 운영비 8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입장료 수입 등 약간의 수입이 있겠지만, 흑자 혹은 운영비를 메울 정도 수준이 아님은 잘 알려져 있다.
만약, 한국전력 배구단이 한전그룹 의지대로 매각된다면, 연간 80억 원의 지출을 줄임과 동시에, 약간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나름 그럴듯해 보이는데... 그럼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최근의 매각사례를 살펴보자.
최근 매각이라면, SK 와이번스를 SSG 그룹이 사들인 사례가 그나마 정상적인 매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야구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어느 정도 수익을 창출하는 종목이고, 실제로 키움은 선수들을 근면성실하게 이적시키면서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두산도 안정적 경영으로 흑자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SG는 우승권 팀이었던 와이번스를 1000억 원에 매입했다. 물론 이런저런 부대조건이 따랐지만, 어쨌든 시장에서 야구단의 가치가 꽤 높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KT가 2013년 KBO에 가입하기 위해 부영과 치열한 경쟁을 거치고, 30억 원 가입금과 100억 원 예치금을 낸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하지만, 야구를 제외한 다른 스포츠는 얘기가 달라진다. 축구를 한 번 볼까. 2022년 하나은행에 매각된 대전시티즌 은 겨우 7억 원에 매각되었다. 물론 2부리그에 머물러 있었지만, 사실 7억원 정도 규모라면 상징적 금액이라고 봐야지, 하나은행이 프로축구단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고 보긴 어렵다.
배구랑 경쟁하는 겨울스포츠 농구는 어떨까. 데이원이라는 이상한 기업이 끼어들어 난장판을 만들었던 KBL에서, 구세주처럼 나타났던 소노가 매각대금으로 지출한 돈은 0원이다. 물론 KBL에 가입비 15억 원을 내긴 했으나, 팀의 가치에 지불한 돈은 0원인 셈...
불과 1년 전에 오리온이 매각을 추진할 때, 아무도 나서지 않아서 데이원이라는 정체불명 기업이 인수할 때까지 나서지 않다가, 구단이 해체되어 가치가 0원이 되자 나서서 인수한 것을 지켜보면.... 어찌 보면 기업 관점에서 프로농구단의 매각 가치가 0원일지도 모른다.
2021년 있었던 가스공사의 전자랜드 인수 당시에도 전자랜드가 썼던 KBL 지원금 20억 원을 가스공사가 부담하긴 했지만, 그 외 매각대금은 알려져 있지 않다.
결국 남자농구 프로팀의 최근 가치는 0원이거나 20억원 정도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 배구는 어떤가? 물론 배구는 국제대회에서 대망신을 당한 것 치고는 시청률도 잘 나오고, 만원 관중도 가끔 기록하고 있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2021년 신생 창단한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은 가입비와 특별기금을 합쳐 총 20억 원을 냈다. 좀 더 과거로 가보면 2010년 기업은행은 가입비와 특별기금을 합쳐 총 10억 원을 냈다.
남자부는 어떨까? 2013년 배구단 운영권 경쟁에서 이겼던 우리카드는 총 45억원(기금 5억원 포함, 20억 원 서울연고권 비용 포함)을 냈다. 이어서 창단했던 러시앤캐시의 가입비는 확인하기 어려우나, 상식적으로 우리카드에 비해 더 나쁜 조건을 부담했을 리 없다. 그렇다면, 5~25억원 사이를 부담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남자농구 팀이나 남자배구 팀 모두 최근 10년 간 사례에서 최대 25억원 정도 가치로 평가받았다. 이 중 남자농구 소노 스카이거너스는 해체된 팀을 인수하면서 사실 선수단은 0원에 인수하였고, 전체적으로 매각에 성공한다 해도, 한전이 구단 매각을 통해 20억 원이 넘는 돈을 챙기긴 어려워 보인다.
연 32조 원이 넘는 모기업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구단 매각을 추진하는데, 대각대금은 고작 20억 원... 연간 절감할 수 있는 운영비도 80억 원... 그런데 구단은 공기업이라... 여론이 악화되거나... 소속 선수들 혹은 배구인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이라도 할 경우, 그 부담은 사기업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리고 공기업 특성상 은밀하게 매각 작업을 진행하기도 어렵다. 당장 국회보고자료가 스포츠면을 통해 기사화 되는 현실이다. 연 적자의 0.0003%도 안되는 금액을 절감하기 위해,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기는 어려울 거다.
그리고 인수에 관심 있는 다른 회사에서도, 이런 리스크를 지면서까지 인수를 추진하느니... 오너가 배구를 사랑하는 정도는 아닌 다른 구단을 타진해 보는 게 나을 수 있다.
결국 결론은.... 한국전력 배구단은 팔릴 리가 없다.
스포츠팬으로서 유수의 프로스포츠구단은 높은 가치가 책정되고, 아무나 소유할 수 없는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너무나 거리가 먼 한국 프로스포츠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쨌든 한국전력 매각설은 조용히 수면 아래로 내려갔고,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으니 반가운 상황이다.
언젠가 장기적으로는 남자배구도 중계권, 입장료 수입, 광고수입 등으로 흑자도 좀 내고, 더 투자열의가 있는 기업들이 앞다투어 투자하고 싶어 하는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자리 잡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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