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이미지 출처 : KBL 홈페이지>
사실 라건아 선수의 귀화도 처음에 협회 주도로 추진된 건 아니었다. 그때나 지금이 대표팀에 아무 비전도 없고, 아시아권에서 경쟁력이 추락한 것은 마찬가지였고... 그러던 와중 어느 날 갑자기 당시에서도 KBL의 왕이었던 라틀리프가 나는 한국 여권을 갖고 싶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어찌 보면 여론이 먼저 형성되고, 그다음에 협회와 프로연맹이 동시에 과제를 넘겨받게 된 것..
지금도 모양새는 별반 다르지 않다. 농구 전문지인 점프볼과의 인터뷰에서 귀화 관련 질문에 로슨이 긍정적으로 답하며 농구팬들 사이에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데, 마침 노장 라건아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할 시점이 다가오면서,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협회는 이 번에도 별로 힘 안들이고, 외국인 귀화선수 후보자를 쉽게 리쿠르팅 한셈.. 특별귀화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지만, 어찌 되었든 반가운 움직임이다.
이제는 정말 매니아스포츠가 되어버린 남자농구에서, 기사거리를 제공한 것부터 반가운 일이지만, 친구 론대 홀리스 제퍼슨을 언급하며, 귀화선수에 관심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과연 디드릭 로슨이 대표팀에 맞는 퍼즐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한국 농구에서 선수 1명을 외부에서 수혈할 수 있다면 센터를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 와중에 올해 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로슨을 고려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로슨 선수가 오리온의 암흑기에 2옵션으로 뛰며, 꾸준함을 보이다가 올해 DB 소속으로 기어이 1옵션 자리를 꿰찬 것도 긍정적인 면, 더하여 캐롯 점퍼스 시절 임금 체불이 있었음에도 시합마다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도 팬들에게는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이다.
물론 정통센터 라건아에 비해, 포워드 스타일로 득점을 많이 올리는 로슨이 대표팀에 맞는 퍼즐인지는 의문일 수 있겠으나, 올해 1옵션으로서 상대 외국인센터와 1:1 백다운으로 승부하는 모습도 보여주는 로슨이기에, 대표팀 발탁이 확정되어, 국제대회 출전을 눈앞에 두면, 충분히 자기 몫을 하기 위해서 평소와 다른 플레이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이다.
더하여 자타가 공인하듯, 워낙 BQ가 좋은 선수이기에, 과거 영광의 시절처럼 안정적인 리딩으로 팀을 이끌 가드도 없는 대표팀 현실에서, 로슨의 가세는 공이 잘 도는 대표팀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남자 대표팀 현실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사실 포지션에 상관 없이 KBL에서 가장 잘하는 외국인을 대표로 발탁하는 게 절실한 상황이고.... 협회는 어떠한 후보군도 스스로 발탁하거나 조사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결정적으로 대표팀 차출시 라건아가 소속된 구단은 국가대표 차출 수당과 세금 등도 부담을 해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그저 좋은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것 때문에 연간 100만 달러 정도를 더 쓴 셈인데, 사실 KCC 구단이 한국 농구를 위해 큰 부담을 감수한 셈이다. 당장 로슨이 발탁되었을 때, 전례에 따르면 현 소속구단 DB는 전에 없던 비용을 꽤 많이 지출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렇다면 굳이 DB에서 이를 원할 이유은 없어 보인다. 협회 측에서 선수와 구단과 연맹까지 두루 협의하여 결론내야할 문제인데.. 아무쪼록 라건아 후 대표팀 골밑이 덜 휑하도록 빠른 추진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로슨의 연봉은 58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 비시즌 대표팀으로 활동하며 수당과 훈련비 등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액수가 작게 느껴질 만큼 엄청 높은 연봉은 아닌데, 협회는 자꾸 장기적 비전 운운하지 말고, 현재 대표팀 현실에 가장 크게 도움이 될 선수로 선발하는데 더 집중하길 빈다.
안타깝게도 재린 스티븐슨 선수는 귀화 선수 후보군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너무 어리고, 프로 선수도 아닌게 이유라던데.. 일면 맞는 말이다. 아직은 한창 성장해야 할 나이, KBL에서는 쳐다도 못 볼 만큼 훌륭한 선수가 될 재목인 재린 스티븐슨 프로팀에 입문하여 귀화선수로 국대에 선보이기 전까지 로슨이 대표팀을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개인기 컨테스트에서 볼만한 로슨이 화려한 돌파 한 장면. 대표팀에서도 이런 모습 꼭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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