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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상 42] 오하이오 출장 (2-2) - 공룡아... 너는 왜 거북목이니?

꿈꾸는 차고 2024. 11. 28.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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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상 42] 오하이오 출장 (2-2) - 공룡아... 너는 왜 거북목이니?
 


비행기도 많고, 사람 많기로 유명한 "시카고 오헤어 국제 공항" (Chicago O'Hare International Airport).

 

 

 

시카고 공항 전경 (출처 : anl.gov )

 

 

 

승객수와 물동량에 있어서 세계 탑급, 세계 최대 환승 공항으로서 이곳은 런던의 히스로 공항을 제치고 세계 1위라고 합니다. 시카고의 지리적 위치를 보면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의 3대 대도시이면서, 발전된 미국 동부 지역의 서쪽 경계선에 있기 때문에 그렇죠. 미국에서 비행기가 동서남북 어디로 가든지 거쳐갈 수 밖에 없는 거점도시입니다. 이렇다보니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붙은 꼬리표가 참 많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공항..."

"미국 주요 공항 중 고객만족도 꼴찌 공항..." 

 

그런데 어쩐지, 좋은 평보다는 그 반대가 많은 것 같은데... ㅎㅎ 하루에 2천7백 대 이상의 비행기가 오가고, 매년 7천2백만명의 유동인구가 거쳐가는 규모라고 하니까 뭐 어쩔 수 없겠죠. 그렇다면 하루에 7천2백만 ÷ 365 = 20만명 이상이 오간다는 이야기입니다. 20만명이라... 정말 대단하네요. 여기도 사람, 저기도 사람, 눈앞에 온통 사람들이니 고객만족도가 낮을 수 밖에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화장실도 좀 깨끗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쑥스런 별명과 더불어 여기에 또 하나의 특이한 이름이 붙은 것이 시카고 오헤어 공항입니다. 바로... 

 

"공룡이 살고 있는 세계 유일의 공항"

 

맞습니다. 제가 지금 서있는 공항 제 1터미널에는 이렇게 눈 앞에 공룡이 있습니다. 아니 그런데 여기에 웬 공룡이... 정확히 말하면 공룡뼈가 왜 공항에 있는 것일까? 공항과 공룡은 정말 연관이 없어보이는데 말이죠. 배는 너무 고프지만 한번 궁금한게 생기면 기어이 알아내야 속이 시원한 저라, 가게를 찾다말고 공룡에게 다가갑니다. 무슨 사연이 있나 싶어 가까이 가서 직접 확인해 보기로 합니다. 




 

 

 

 

일단 그 크기가 족히 10여미터가 넘어보이네요. 이 엄청난 사이즈 때문에 위압감이 장난 아닙니다만... 한편으로 목뼈의 우아한 "S자 곡선"에 그만 웃음이 탁 터집니다. 엊그제 재택근무하고 있는데  와이프가 옆에서 그러더군요.

 

"어~ 오빠 거북목 다 됐네?"

 

제가 요즘 회사 일이 너무 많은데, 모니터를 종일 들여다봐서 그런지... 옆에서 보면 고개가 쭈~욱하고 튀어나와 보인다고 합니다. 일 많은 나는 그렇다쳐도 공룡아 너는 대체 왜 거북목이니?... 너도 야근했니? ㅎㅎ 몇걸음 더 걸어 공룡뼈의 바로 밑에 왔는데 아까보다 훨씬 더 커보이네요... 사람들은 신기한 듯 연신 사진을 찍어댑니다. 주변에 둘러봐도 그럴듯한 설명을 찾기 어려워서 대신 핸드폰 검색으로 바로 호구조사 들어갑니다~ 


이름 : 브라키오사우르스
나이 : 약 1억 5천 3백만년 이상
본적 : 북아메리카 지역에서 서식
고향 : 콜로라도

주소 : 시카고 오헤어공항 제1터미널 (이전 주소 시카고 필드 박물관)
신체 : 키 10여미터, 무게 50여톤
 
공룡사회에도 주민등록등본이 있다면 이정도 정보가 나오겠네요. 그리고 크기로만 보자면 주변 공룡들 싹 다 잡아먹는 무서운 존재였을 것 같지만, 브라키오사우르스는 사실 온순한 초식공룡이었다고 합니다. 콜로라도주에서 1900년대 초에 발견되었고 줄곧 시카고의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되다가 티라노사우르스에게 전시 자리를 내주는 바람에 1999년부터 이곳 공항에 기증되서 현재까지 자리를 지켜왔다 합니다. 
 

 


 

 
 
 
 


브라키오사우르스라는 뜻은 "앞발 도마뱀"인데 앞발이 뒷발보다 길어서 그렇다고 하네요. 미국 대륙을 호령하던 이 큰 덩치에게 공항은 그 사이즈가 너무 작지않나 싶으면서도... 그래도 그저 석유가 되지 않고 용케 뼈를 남겨서 후대에 흔적을 남겼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기도 하네요. 그리고 이렇게 완벽한 형태를 갖춘 브라키오사우르스 뼈대는 전세계에 3개에 불과하다고 하니 그 값어치는 따질 수가 없겠죠.

그렇다면 브라키오사우르스의 목은 왜 이렇게 길게 된 것일까? 우리가 그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으니 가설에 불과하겠지만... 제 생각에 그것은 너무나 육중한 몸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50여톤의 거대한 몸 때문에 다른 초식공룡에 비해 이동이 현저히 느렸을테고 따라서 땅 위에서 먹이를 찾기란 쉽지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환경이 상시 온화한 기후에 천적도 많지 않으니 지금처럼 나름 빡빡한 경쟁사회이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땅 위에서는 작은 초식공룡들과의 먹이 찾기 경쟁에서 밀렸을 가능성도 크고요. 궁여지책으로 땅 위 식물보다 키 큰 나무에서 먹이를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목이 긴 공룡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뭇잎 중에서도 맛난 부분을 먹으려 안간힘을 쓰다보니 아래 이미지처럼 완벽한 거북목이 되었을 것 같네요. ㅎㅎ  

 

 

 

 

브라키오사우르스 먹이 먹는 장면 (출처 : Sepas FZC)



 

 

무서운 육식공룡의 대명사 티라노사우르스와는 전혀 상반된 이미지죠. 이처럼 목이 길어서 나름의 귀여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보니 브라키오사우르스는 종종 유머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요, 아래는 얼마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넥타이 논란!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브라키오사우르스 유머 이미지 (출처 : OP.GG)

 

 

 

 

1번은 왠지 모범생, 미국식으로 하자면 "너드" 느낌이네요. 1번과 2번 사이 목 중간 정도에 메는 게 어떨지?ㅎㅎ 그리고... 아래 재미난 영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브라키오사우르스 복제 성공?? 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vMRK9fuROFU

 

 

 

 

 

우리 큰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공룡책을 너무 좋아해서 어느새 공룡책에 나오는 수십마리의 공룡 이름을 줄줄줄 외우더라구요. 그래서 다들 애들 키우는 부모들 한번씩 착각하는 것처럼 저도 우리 아들이 그때는 수재인줄 알았습니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똑같은 공룡책을 읽어줘야했던 그때가 그립네요. ㅎㅎ 브라키오사우르스는 유명한 공룡이라 공룡책에서도 거의 맨 앞 순서에 위치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간단한 호구조사가 끝났으니 그래도 공룡과 인사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더 가까이 가서 살짝 만져봅니다. 음... 그런데 1억년이 넘은 뼈대 치고는 너무 반질반질한데? 느낌이 페인트를 칠해놓은 것 같기도 하고... 의심쩍어서 다시 검색해보니... 헉! 이곳 공항에 전시해놓은 이 공룡뼈는 !! 실제 뼈가 아니라 모형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좀 광택이 심하긴 했습니다. 이것이 실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살짝 제 동공이 흔들렸으나... 만약에 실제 뼈라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이 공항에서 유지보수도 쉽지 않았겠지요. 다음에 실제 브라키오사우르스를 보러 시카고 박물관으로 한번 가야겠습니다. ㅎㅎ 그래도 뼈의 주름이나 요철들을 매우 자세하게 세밀하게 표현해놓아서 실제와 같은 그 정교함이 대단한 것이 사실입니다. 
 

 

 


 

티라노사우르스에게 자리를 빼앗겨 밀려났다니... 슬픈 사연을 간직한 브라키오사우르스지만, 어쩌면 더 잘 되었을 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있었던 박물관에서보다 지금은 훨씬 더 많은 - 매년 수천만 승객들과 만남을 매일처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처럼 지친 여행객들에게도 잠시나마 피로를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절대 기구한 운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이라는 이곳에서 승객들이 공룡뼈를 보며 잠시 기분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참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네요.

 

저도 이제 얼른 가게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다음 비행기에 탑승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시간이 금방 가버렸습니다. 공룡과도 작별할 시간이네요. 공룡의 발에 잠시 제 손을 대고 살짝 하이파이브를 해봅니다. 내가 시카고에 언제 다시 오게 될 줄 모르지만, 그때 다시 만나면 양발 다 하이파이브를 해줄게. 브라키오사우르스 잘 있어~ 또 보자! 안녕~


 

 

브라키오사우르스 AI 이미지 (미리캠퍼스에서 본인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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