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해오늘! - 미국과 한국의 일상

[미국 일상 41] 오하이오 출장 (2-1) - 뜻밖에 얻어걸린 시카고 행(行)

꿈꾸는 차고 2024. 11. 2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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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상 41] 오하이오 출장 (2-1) - 뜻밖에 얻어걸린 시카고 행(行) 
 
오하이오 출장을 마치고 이제 엘에이 집으로 돌아가는 날. 아뿔싸...비행기표 예약에 뭔가 착오가 생겼네요. 결국 동료 세명은 엘에이행 비행기에 먼저 몸을 실었고, 저만 덩그러니 공항에 남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3시간 이후 비행기를 타라네요. 
 
일행없이 비행기 타기... 혹은 공항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기... 이 기분은 그다지 싫지도, 좋지도 않았습니다. 좀 여유있게 비행기를 탈 수도 있고, 어차피 써야할 출장보고서를 비행기 기다리면서 개요라도 잡아 놓을 수 있으니 나쁘지 않지만, 막상 엘에이 집에 도착하면 아주 늦은 밤이 될테니까요.

 

 

 

 

 



그렇다고 회사일을 미리 하긴 싫어서 그냥 텅빈 대기석에 앉아 이 생각, 저 생각을 해봅니다. 이 시각 오하이오 국제공항은 매우 한적합니다. 저옆에 청소하시는 분도 앉아서 핸드폰 보면서 놀고 계시네요. ㅎㅎ 그런데 왠지 대기실 창문 밖 비행기가 오늘따라 유달리 "거대"해 보이는게 느낌이 새롭습니다.

 

내가 출장을 처음 다닐 때가 언제였더라... 신입 시절에는 공항 자체가 매우 신기했더랬습니다. 그리고 비행기 타는 것도 너무 재미나서 무조건 창가 좌석을 고집하곤 했었죠. 창문 밖 미국의 하늘과 드넓은 대지를 쳐다보면서 들뜬 분위기로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여유를 부렸었는데...
 
그런데 이제 시간이 흘러흘러 일년에도 여러차례의 출장 때문에 미국 국내선 비행기를 어~지간히 타다보니... 지금은 뭐랄까 비행기 탑승이 마치 고속버스를 타는 느낌같다고 해야할까요? ㅎㅎ 집에서 출장 짐 싸는 것도 5분이면 끝. 이제는 좌석 예약도 무조건 복도 쪽이고요, 다른 사람들보다 단 몇분이라도 빨리 타고, 빨리 내리고 싶은 심정때문이겠죠.

그리고 요즘 저는 비행기 좌석에 앉자마자 입에는 마스크, 귀에는 귀마개, 발에는 슬리퍼를 잽싸게 끼우고 눈을 감네요. 눈가리개까지는 답답해서 몇번 하다가 말았습니다만, 어쨌든 탑승 직후 바로 취침모드로 들어가는 일이 태반입니다.ㅎㅎ 초창기 신입시절, 출장이 막 설레고 그럴 당시에는 안되는 영어지만 처음 만나는 옆좌석 사람들과의 스몰토크를 기대하던 시절도 있었지만요...
 
 

 

 
 
이렇게 타는 것에는 어지간히 이력이 났지만... 그래도 비행기를 쳐다보는 일은 아직까지도 항상 재밌는 것 같습니다. 그저 신기할 뿐이에요. 아무리 물리학적으로 과학 이론적으로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저 거대한 금속 기계 덩어리가 기어이 중력을 박차고 날아올라서 수백명의 사람을 실어나른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도 저는 마술처럼 느껴집니다. 비행기의 그 엄청난 무게를 전속력으로 들어올린다는 제트엔진의 파워는 정말 상상하기도어렵고요, 또한 제트비행기 동체가 시속 1000킬로 가까이 날아갈 때, 내 자리에서 떨어지는 물건이 어떻게 바닥을 향해 수직낙하를 하는지 전 아직도 의문입니다. ㅎㅎ
 
아주 오래 전이네요. 경기도 양평의 한 산꼭대기에서 군생활 하던 시절... 손에 잡힐 것 처럼 하늘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들이 참 많았는데요. 그 비행기들을 쳐다보는게 무료한 군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낙 중 하나였습니다. 그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이 다음에 나이 먹으면 "비행기 많이 타고다니는" 직장에 다녔으면 좋겠다...이렇게 막연하게 바램을 가졌었죠. 

그런데 이제는 어찌되었든 국내선 비행기를 타는게 약간 지겨울 정도의 레벨이 되었으니... 그 시절의 꿈이 절반은 이루어진 건가요? ㅎㅎ 뭐 그런 JAB생각을 하다보니까 시간이 참 잘 가네요. 블로그를 좀 들여다보다가 이번에 다운받은 "유나이티드항공"의 앱을 켜서 좌석과 탑승 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이제 화장실 한번 다녀온 뒤 슬슬 탑승 줄에 서야겠어요. 


 

산위로 날아가는 비행기 (출처 : 줌뉴스)

 

 

미국 항공사는 땅이 넓은만큼 참 다양하고, 각 항공사마다 수준이나 서비스가 천차만별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는 제 경험상 "델타항공"이 제일 나은 것 같습니다. 델타는 한국영화 업데이트도 잘 해주고 좌석도 깔끔하고 해서 좋은데, 단 하나 기내 간식이 몇년 동안 변함없이 똑같아서 그게 불만이라면 불만이네요. ㅎㅎ 그것 외에는 딱히 흠잡을 일이 없기에 이때까지 대부분 델타항공 위주로 이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돌아가는 비행기는 "유나이티드항공". 미국 와서 유나이티드는 처음 타보네요. 우수한 평점의 항공사는 아니어서 특별히 기대하는 바는 없었으나, 딱 하나, 이번에 유나이티드는 엘에이로 돌아갈 때 시카고를 경유하더군요 ! 
 
 
 

시카고 전경 (출처 : Explore)

 
 
 
유나이티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화보는 스크린과 핸드폰 충전용 단자가 없어서 좀 충격스러웠지만 간식으로 받은 프리챌 과자가 상당히 맛있었기 때문에 금방 용서가 되었습니다. ㅎㅎ 비행기는 이제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했네요. 경유시간은 대략 한시간. 경유한다고 해서 공항 밖으로 나갈 순 없지만, 어쨌든 십여년만에 시카고 땅을 다시 밟으니 옛날 생각도 나고 좋더군요.

 

이전에 제가 디트로이트에 살 때 제대로 된 한국 짜장면을 먹어보겠다고 시카고로 5시간을 운전해서 간 적도 있었는데... ㅎㅎ 아무래도 디트로이트보다는 시카고가 규모면에서 훨씬 대도시이니, 맛있는 한국식당과 노래방, 찜질방 등 한국식 가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디트로이트쪽 유학생들은 이따금씩의 시카고 나들이가 생활에 활력소가 된답니다.


 

 



대도시의 국제공항답게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대화 나눌 일행은 없고, 쓸쓸히 저 혼자입니다... 하지만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기기엔 제 배가 너무 고픕니다. 그래도 비행기 안에서 파는 기내식보다는 뭔가 요리다운 것을 먹고 싶어서 가게들을 찾아나서네요.

분주한 사람들 주위로 공항의 분위기는 완전 클래식합니다. 사람다니는 통로도 많이 좁고, 게다가 오래 전에 지어져서 그런지 천정의 철재 골조 아치와 체스판 같은 바닥이 약간은 촌스러워보이네요. ㅎㅎ 하지만 앞으로도 원판을 완전 갈아엎는 리모델링은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철재 골조 사이로 햇빛이 그대로 투영되는 이 분위기가 마천루가 즐비한 강철과 유리의 도시... 뭔가 시카고만의 느낌을 잘 대변하는 것 같아서요. 반면에 디트로이트 공항은 몇년 전에 리모델링해서 지금은 정말 깔끔하고 쾌적하게 변모했지만 이처럼 도시를 연상시키는 오리지널의 느낌은 찾아볼 수 없게 되서 좀 아쉽습니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저녁꺼리를 해결해 줄 가게를 찾습니다. 몇 분을 좀 더 걸었지만 맘에 쏙 드는 가게는 아직 없네요.

 

그런데 눈앞에... 아니... 니가 여기 왜?? 웬 공룡이 길게 목을 빼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 *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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