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상 39]인 앤 아웃과 오케스트라의 상관 관계는?
오늘은 큰아이의 오케스트라 공연 날. 아이에게 사준 검은 양복과 구두가 어째 좀 커보입니다. 거울을 보는 아이의 표정이 별로네요. 안맞는다고 툴툴대는 아이에게 그러면 빨리 크든지...라고 맞받아쳐줍니다. ㅎㅎ
서둘러 아이를 공연장에 내려다주고 저는 일부러 2층 관객석에 앉았습니다. 위로 올라가면 조금이라도 아이가 더 잘 보이지 않을까?혹시 다른 아이들에 가려서 안보이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으로 올라왔는데 다행히 제 좌석에서는 잘 보이네요.
드디어 공연의 시작. 미국 민요로부터 시작해서 여러 클래식 곡들, 그리고 디즈니 영화의 주제곡까지... 언제 이렇게 연습을 다 했나 싶을 정도로 곡의 양이 꽤 많습니다. 아이가 맡은 악기의 타이밍이 다가 올 때마다 연신 영상과 사진을 찍는 저의 모습은 여느 학부모와 다름없네요. 저 말고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핸드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고 자녀들을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ㅎㅎ
두시간여에 걸친 공연이 이제 모두 끝났습니다. 오늘 저는 음악 감상보다는 마치 아이를 감상하러 온 것만 같습니다. ㅎㅎ 혹시라도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긴장된 마음도 컸고요. 부모로서 아이에게 온 신경이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그동안 연습이 잘 안된다고 투덜대는 아이를 타이르느라 고민했던 적도 있었지만... 어쨌든 오늘 아이는 평소보다 더욱 좋은 컨디션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 한것 같아 제가 다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학생 오케스트라이다보니 수준이 높은 편은 아닙니다. 저희 아이는 아니지만 공연 중간에 금관악기 쪽에서 약간의 "삑사리" 소리가 나기도 했고 첼로를 맡은 어느 학생은 첼로가 쉬는 타이밍에 채를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했구요. ㅎㅎ
하지만 그게 중요한가요. 비록 맡은 악기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지 못해도 뭐 어떻습니까. 저는 아이가 오케스트라의 한 일원으로서 팀원들끼리 서로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좀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서 오케스트라를 권했었습니다. 이렇게 공연을 하게 되기까지... 그 과정은 험난했어도 오늘 이 저녁에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악기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음악팀에 속해본 적은 없어서 그런지... 각자 다른 특성의 악기들이 지휘자의 리더쉽 아래 함께 협력해서 조화를 이뤄가는 것... 그것이 저는 너무 멋지게 보이더라구요.
공연이 끝나니 저녁 10시가 다 되어갑니다. 공연을 끝내고 나온 아이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모여서 사진도 찍고 아이들 답게 소리도 지르면서 그동안 꼭꼭 눌러왔던 긴장을 푸는 것 같습니다. ㅎㅎ 우리 아이도 악기 정리를 다 끝내고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작별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시원섭섭하면서도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이네요. 아쉽고 부족한 느낌?맞습니다. 이때까지 아이는 식사도 제대로 못한 데다가 긴장도 딱 풀려서 그냥 집으로 향하기보다는 뭔가 기분전환이 필요할 것 같은데... 밤 10시라는 시간이 너무 어중간하네요.
차 안에서 조금 고민하다가 아이와 저는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인앤아웃!!을 외칩니다. ㅎㅎ 이럴땐 동네 인앤아웃만한 곳이 없네요. 무엇보다도 이곳은 언제 가도 신선하고 맛난 햄버거... 그리고 특유의 밝은 분위기 때문에 더 끌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늦은 저녁인데도 인앤아웃 드라이브쓰루에는 출출함을 달래기 위함인지 줄을 선 차량들이 한가득입니다. 맥도날드나 버거킹에 가면 10분이내에 초스피드로 주문과 픽업을 다 할 수 있으나... 기다리는데만 30분이 넘게 걸리는 인앤아웃으로 오는 이유... 기왕에 햄버거를 먹는 김에 다들 좋은 것 맛난 것 먹고 싶은 심정에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것이죠. ㅎㅎ
차 안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큰아이 공연 녹화했던 것을 함께 듣습니다.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인 공연으로 느껴졌지만 큰아이 본인의 눈에는 자잘한 실수가 보이는지 킥킥대고 웃네요. 기다리는 시간이 길기에 아이와 좀더 대화를 나눕니다. 그런데 오케스트라의 조화와 협력에 대해 설명하다보니... 인앤아웃만큼 좋은 예도 없습니다!
보통 인앤아웃 안에는 대략 20명 정도의 직원들이 있는데... 모두 동일한 유니폼을 입고 각자의 정해진 역할에 매우매우 분주합니다. 패스트푸드점 인만큼 재빨리 음식들이 나가야하니까요.
손님응대, 계산 담당, 감자썰기 담당, 고기 굽는 담당들이 저마다 최선을 다해 분투하는 모습이... 오케스트라 연주와 꽤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되 팀원들이 전체적인 협력과 흐름에 따르지 않으면 절대 일이 유기적으로 진행되지 못한다는 점이 더욱 그렇습니다. 혼자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될일이 아니고 함께 리듬을 타서 일을해야 매끄럽게 진행된다는 것도 마찬가지구요. 담당 매니저는 주방을 돌아다니며 각자 직원들을 살피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것도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그 역할이 매우 닮은 것 같고요. ㅎㅎ
제가 햄버거를 좀 많이 좋아해서 무수한 브랜드의 햄버거 가게를 다 가보았지만, 그중 인앤아웃 직원들이 제일 인상도 좋고 착해보이는 것 같아요. 또 이 가격에 이 정도의 퀄리티의 포만감을 주는 곳도 흔치 않기에... 아이와 자주 들를 수 밖에 없는 것 같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인앤아웃 특유의 클래식 바이브...(매장 직원들의 고전적인 유니폼 때문에 가끔 옛날 스머프 만화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ㅎㅎ) 직원들의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 또한 히든메뉴를 찾는 즐거움도 한몫을 하고요.
아이가 고생했는데 인앤아웃만 사줘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만... 아이는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차 안에서 다먹고 사주셔서 고맙다는 한마디를 잊지 않네요. 그렇게 말해주는 큰 아이 덕분에 오늘의 수고로움도 금새 풀리듯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또 다음 공연 때까지... 매주 계속될 연습에 아이가 힘들어한다면 다시 인앤아웃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겠습니다. 팀원 서로간의 협력과 조화를 통해 최고의 맛난 메뉴가 나오듯... 연습이 힘들땐 오케스트라의 다른 팀원들을 한번쯤 생각해보라고요. 아무쪼록 매번의 연습때마다 아이가 최선을 다해주길 마음 속으로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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