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해오늘! - 미국과 한국의 일상

[미국 일상 37] 간만에 축구 직관 @ BMO 스타디움 (4-3) - 군대스리가의 추억

꿈꾸는 차고 2024. 10. 7. 10:14
728x90
반응형

[미국 일상 37] 간만에 축구 직관 @ BMO 스타디움 (4-3) - 군대스리가의 추억
 
도착해보니 저희의 좌석은 골대 바로 뒤! 골대 그물이 2.5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그야말로 첫번째 좌석입니다. 살면서 골대 바로 뒤 축구 관람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이거... 연습 중인 골키퍼와 선수들이 한눈에 보이고 손에 닿을 듯한 생동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골키퍼가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도 다 들리구요. 이래서 골키퍼 뒷자리를 "찐" 축구 매니아들이 선호하는구나 싶습니다. ㅎㅎ



 

 

 

 

 


경기 시작 직전. 선수들이 줄지어 등장합니다.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관중들의 함성소리는 끓어오르고... 음악소리에 북소리에 분위기는 절정에 달합니다. 그런데 저 출렁이는 골대 그물과 함성소리 덕분에... 아주 오래전 그날의 아련한 기억이 머릿 속에 떠오르네요. 
 
"때는 매미소리가 작렬하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 오후.

그날 따라 공도 발에 척척 잘 붙는지라 에라 모르겠다 내 영역을 벗어나 선두로 치고 나가는 찰나... 뒤에서 찔러준 공이 순간적으로 제 오른발에 감깁니다.

 

당황과 침착함의 경계선 사이.

흔들리는 몸의 균형을 생각할 순간도 없이 그저 반사적으로 골대를 향해 발을 뻗습니다. 상대 수비수들에 가로막혀서 제가 알 수 있는 것은 그저 공이 궤적을 그리며 날았다는 사실 뿐, 그만 제 몸은 운동장 바닥에 데굴데굴 굴러버렸네요.

 

 

 

군대스리가 축구 장면 (출처 : 베밀 사진 자료실 - 유용원의 군사 세계)

 

 



그런데 곧 사방에서 들려오는 환호성?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드니 제가 그만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2년여 동안 군대스리가에서 활약할 당시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골을 넣었던 역사적인 날입니다. ㅎㅎ 그 덕분에 그래도 제대 전에 통산 한골을 기록할 수 있었고 그날 만큼은 평소에 저를 좀 갈구고 미워하던 고참들도 잘 했다고 축하해주더군요. ㅎㅎ 하이파이브와 축하 속에서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는데요, 당시 얼마 되지도 않는 군대 월급에 많은 액수의 내기가 걸려있었으니 그럴만도 하지요."

 

어쨌든 입축구에만 능한 저같은 소심한 축빠에게 그날의 결승골은 언제 생각해도 참 재미난 기억입니다. 아들에게는 아빠가 군대 있을 때 극장골도 넣었다고 자랑할 수 있는 소중한 근거도 되구요. 자리에 앉아 잠시 옛날 생각을 하면서 웃음을 지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골대 뒤 좌석이 참 좋은 점은 스릴이 만점이라는데 있더군요. 성난 황소처럼 돌진하는 공격수들. 그들이 날리는 공들의 시속이 무려 90여킬로를 넘는다고 하지요?  골대 그물 바로 뒤라 절대 공은 안맞는다는 안도감 속에서 그물 안으로 쏟아지는 대포알들을 쳐다보는 것도 재밌고... 간혹 살찍 빗나가 관객석쪽으로 직진하는 공들을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관객석 7번째 줄부터는 그 각도가 자칫 졸다가는 바로 공을 맞겠더군요. ㅎㅎ 선수들이 연습구를 찰 때 골대 너머로 마구 쏟아지니 관객들의 환호성과 함께 그 스릴이 만점이었습니다.

 



 

 

 

 

 

 

가만보니 LA FC 도 응원을 참 열심히 하더군요.  창단한지 얼마 안된 신생팀임에도 불구하고 깃발에, 연막탄에 일사분란한 북소리에 맞추어 관객들이 한마음되어 응원하는 모습이 보기가 참 좋았습니다. 한국처럼 전문 응원단장이 있는 것 같진 않고 팬들이 모여서 응원하는데도 그 열정이 참 대단했습니다.

 

 

 

 

 

 

 

 

 


중간 중간 카메라가 관객들을 비추면서 장난치는 것도 한국에서 보던 경기의 풍경과도 많이 비슷했구요. 자기도 모르게 전광판에 비추어졌을 때 부끄러워 하면서도 손을 흔드는 모습들이 참 재밌습니다. 저를 좀 비춰줬으면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삐끼삐끼춤이라도 추었을텐데! 아쉽더군요. 제가 춤을 좀 춰보려고 들썩이자... 아들이 이건 아니라면서 저의 어깨를 잡네요. ㅎㅎ


 

 



  
오늘의 관람 포인트! 바로 프랑스 국대출신의 골키퍼 요리스, 그리고 미드필터 지루입니다. 그들은 월드컵과 유로에서 조국  프랑스를 여러번 우승에 올려놓았던 화려한 스타들이었지만 세월이 참 야속합니다. 이제 그들도 전성기를 지나 삼십대 후반이 되어 결국 미국 프로축구리그로 왔네요. 연봉보다는 명예와 편안한 선수 생활의 마무리가 더 중요한 지 이들은 사우디로 가지 않고 앨에이로 왔습니다. 엘에이가 날씨도 좋고 미국에서도 그나마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이니 명망있는 선수들이라면 마지막으로 은퇴하기에 참 좋은 선택지이겠지요.
 

 

 

 

요리스와 지루 (출처 : 한국경제)

 


요리스 하면 누구입니까. 바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튼햄에서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던 사이 아니었겠습니까? 바로 이 요리스를 3미터도 안 떨어진 거리에서 실제로 영접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좀 뛰더군요! 저 멀찍이 보이는 골키퍼가 요리스인가? 눈을 크게 뜨고 반대편 골대를 쳐다보았습니다. 

 

(*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