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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상 38] 간만에 축구 직관 @ BMO 스타디움 (4-4) - 요리스 !.. 노장은 살아있었다.

꿈꾸는 차고 2024. 10. 2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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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상 38] 간만에 축구 직관 @ BMO 스타디움 (4-4) - 요리스 !.. 노장은 살아있었다. 
 
"캡틴 프랑스" 요리스의 경력은 골키퍼 세계에서도 탑급입니다. 그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약 10년간 프랑스 국가대표팀 주장을 역임했는데요, 그의 활약에 힘입어 프랑스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준우승을 이루어냈습니다. 특히 러시아 월드컵 때는 신들린 선방으로 "올게임 무패행진"의 주역이 되었죠. 그의 마지막 월드컵인 카타르. 그는 그곳에서 프랑스 국가대표팀 사상 최다출전을 기록하며 화려한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프랑스 우승에서 우승컵을 들은 요리스 (출처: 일요신문)




한편 요리스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튼햄에서 2015년부터 작년까지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구요. 그리고 작년 말에 LA FC로 이적하면서 또 다시 주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을 기억하자면 줄곧 반장을 하던 친구가 학년이 지나도 줄반장을 하게 되는 것처럼, 요리스는 가는 팀마다 주장이 되네요. 아무래도 안팎으로 리더쉽이 넘치는 선수인 것 같습니다.

그가 선택한 LA FC. 요리스는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마무리할 만한 팀을 잘 선택한듯 싶습니다. LA FC가 올들어 상승세의 바람을 타고 있거든요. 요리스가 팀에 합류하게 된 뒤에 팀이 US 오픈컵에서 우승했었고, 지난 주말, 메이저리그 사커에서 라이벌 LA 갤럭시를 제치고 서부지역 1위를 달성하면서 이제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네요. 이러한 기세라면 토튼햄 당시 그가 극복하지 못했던 프로리그 무관의 설움을 바로 LA FC에서 달래게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LA FC 현재 순위 (출처 : 구글)





 
 
이렇게 요리스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 선수이고, 나름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잘 이어왔기에 저는 비록 그의 왕팬은 아니었어도 뭐 좋은 마음을 가져왔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몇 년 전 요리스에 대해 대박 실망한 적이 몇번 있었습니다. 모두 한국의 자랑이자 아시아의 자랑 손흥민 선수와 연관된 것들이었는데요. 2020년도 이던가...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마존 프라임의 토튼햄 관련 다큐멘터리에 다뤄져서 더욱 유명한.. 바로 "손흥민 선수와의 충돌" 사건입니다.
 
손흥민과의 다툼은 토튼햄이 에버튼을 상대했던 경기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당시에 손흥민 선수의 폼이 아주 좋았었죠. 다들 번리전의 75미터 전력질주 원더골을 기억하시나요? 손흥민 선수가 상대 선수들을 있는대로 모조리 농락하면서 70여미터를 달고 다니다가 결국 다 제친 뒤 여유있게 골을 넣는 모습에... 우리는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열광했었죠! 아래 원더골 영상은 4년이나 지났지만 요즘도 툭하면 인터넷 사이트에 공유되면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입니다. 번리 선수들이 도저히 손흥민 선수를 따라잡지를 못합니다.

 

아시아 출신 운동선수가 유럽 한복판에서 이게 되는구나... 노력하면 안될 게 없는 거구나... 이 원더골은 많은 축구팬들에게 정말 형용할 수 없는 큰 기쁨을 가져다 주었었고, 당시는 손흥민 선수가 이 원더골을  성공시킨지 얼마 안된터라, 축구팬들로서는 국뽕이 차오를데로 차올랐던 시기였습니다. 

"마! 우리가 손흥민 보유국이다!" 

손흥민 선수가 이 원더골로 2020년 푸스카스 상을 수상했고, 불과 2년 뒤에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지 않았겠습니까? 

 

 

손흥민 2019 번리전 75미터 원더골 (출처 : 유튜브)




그런데! 얼마뒤에 요리스가 손흥민 선수에게 했던 행동을 보고 요리스를 응원하던 마음이 싸~ 악 가셨습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당시의 상황이 잘 나오는데요, 에버튼을 상대했던 그날도 나름 준수한 활약을 펼친 손흥민 선수에게 요리스가 소리를 질러댑니다. 수비로 전환하지 않고 팀플레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렇게 노발대발 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수비와 딱히 상관이 없어보이는 손흥민에게... 필드에서도 난리치는게 모자라 라커룸에서까지 대놓고 달려들더라고요. 동료들이 말려서 그렇지 거의 몸싸움 직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다다음 시즌에도 비슷한 일이 한번 더 있었습니다  울버햄튼 전이던가 잘하고 있는 손흥민에게 요리스가 또 고함을 치고 난리를 부리던데...



갓흥민과 요리스 충돌장면 (출처 : 뉴시스)

 


저는 그 장면을 보고 난 직후부터 "마! 이제부터 요리스 너를 내 마음 속에서 지운다... " 거의 이정도로 화가 났었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누구입니까? 실력이면 실력, 정신력이면 정신력, 그리고 디스패치 기자들마저 얌전하게 만드는... 사생활마저 깔끔해서 도저히 깔 것을 찾아볼 수 없는... 대한민국의 국대 주장이자 전후무후 최고 선수 우리 갓흥민에게... 소리 지르면서 제대로 하라고 난리를 치는 모습... 마치 제가 대신 멱살이라도 잡힌 것 처럼...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고 요즘말로 "킹"받았었던지요. 아마 저말고도 수많은 축빠, 축구팬들에게 요리스가 한순간에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PZiOnjf3OU&t=16s

 

 
 
 
저처럼 외국 생활을 오래한 해외 거주 한국인들에게 우리 손흥민 선수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존재 자체가 고맙다고 해야할까요? 저만해도 늦은 나이에 외국에 나와서... 말도 잘 안통하지, 일도 힘들지 하루하루 고난을 느끼던 상황에서 손흥민 선수의 활약 소식은 정말 청량제와 같은 위안거리가 되어왔으니까요.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손흥민 선수의 멋진 골 장면을 힐끔힐끔 보면서 혼자 히죽히죽 웃고... 다른 외국 동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더라도 저에겐 얼마나 위안이 되었던지요.

 

일설에 의하면 요리스가 손흥민 선수를 콕 찝어 난리쳤던 것은 팀내 고참급인 손흥민을 잡으면 밑에 젊은 선수들도 자연히 기강이 잡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에 그랬던 모양인데... 왜 하필 그 대상이 우리 갓흥민 선수이냐고요? ㅎㅎ
 
필드와 라커룸에서 아주 긴장감이 감돌았던 일촉측발의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당사자들은 다행히 서로 빨리 푼 모양입니다. 2022년도에 쿠팡플레이 초청으로 토튼햄이 국내에 초청되었을 때 요리스가 손흥민 선수와 같이 고기 회식도 하고 그런 걸 보면 두 선수 사이에 크게 무슨 앙금이 남아 있지는 않은 것 같지만... 상당기간 제 마음 속의 상처는 조금 남았었습니다.  
 
 
 

2022년 친선경기를 위해 내한한 요리스 (출처 : 연합뉴스)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고 요리스가 이제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엘에이에 온만큼, 그리고 오늘 매우 가까운 거리 안에서 보게 된다니 미운 감정이 좀 옅어지면서 약간 긴장이 되긴 하더군요. 저희 자리가 골키퍼와 매우 가까우니  "두유노 흥민손?" 하면 바로 들릴텐데 아들한테 아빠가 한번 해볼까 그랬더니 아들이 절대 하지 말라고 말리네요. ㅎㅎ

경기 전반은 좀 지루했습니다. 같은 프랑스 국대 출신이자 비슷한 시기에 이적해 온 지루는 어디 갔는지 통 보이지가 않고 팀 전체가 중앙선을 통 넘어오질 못하더군요. 대신 수도 없이 상대방으로부터 슛을 얻어맞는데 그래도 먼거리에서도 야광색 경기복을 입은 요리스가 개구리처럼 튀어올라 선방하는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경기가 후반전이 되자! 드디어 요리스가 우리쪽 골대로 걸어왔는데요.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지 첫인상은 그냥 좀 키 큰 동네 아저씨 느낌? 바께트 빵 들고 주머니에 손 넣고 슬슬 동네 걸어갈 것 같은 프랑스 아저씨 느낌이... 오랜시간 프랑스 국대 주장을 맡은 선수 치고는 존재 자체에서 오는 카리스마나 임팩트는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요리스는 흘러나오는 카리스마가 아니라 바로 실력 때문에 주장을 할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적어도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실력은 어디 간게 아니라 아주 좋더군요. 이번 경기 중 거의 골이 먹힐 상황을 5번 이상 선방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름 주장 생활좀 많이 해봤다고 경기가 안 풀릴 때마다 동료들에게 어필하고 푸시하는 모습이 좀 레벨이 있더군요. ㅎㅎ  


 

 
 

하지만 일반 선수들의 움직임이 너무 둔했고... 관객들은 요리스를 연호해보지만 한번 흔들려버린 승기는 뒤집혀질 분위기가 영 아니네요. 오늘은  일반 선수들보다는 요리스 혼자 활약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아쉬운 상황이기는 했습니다.  미운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으나 요리스도 직접 보고, 이 늦은 저녁에 험한 주택가까지 더 걷지 않아도 되니 60불 주고 주차한 것이 지금은 그다지 아깝지 않게 느껴지네요. ㅎㅎ 


 
 

 

어느덧 경기가 이제 다 끝나고 아까 바베큐에 맥주에 댄스에 흥청이던 공원의 인파들은 다 어디 갔는지 이제 밝은 성화 밑에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합니다. 경기에 져서 그런지 좀 차분한 분위기인 팬들과는 달리... 아까 그 대왕소시지를 팔던 히스패닉 소년들의 함성은 여전합니다. 출출해진 관객들을 조금이라도 잡아 팔고 싶은 마음이겠죠. 다음에 축구장을 찾을 땐 이 대왕소시지를 꼭 한번 사먹어 봐야하겠습니다.

 

오늘의 수확은 요리스를 직접 눈으로 봤다는 것. 요리스는 30대 후반인데도 정말 골을 잘 막는다는 것. ㅎㅎ 앞으로 저는 요리스를 더 이상 미워하지 않고 LA FC의 팬이 될 수 있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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