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10 - 하쿠다 사진관(2022, 허태연)

마셜 2023. 5. 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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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신간 서가에서 집어 들었던, 소설책. 표지가 언뜻 보기에는 하와이인가 싶었다. 책을 읽고 나서 자세히 보니 감귤나무도 보이고, 해녀도 보이는 것을 보니... 누가 봐도 제주도인데, 이 둔한 독자는 '하쿠다'가 제주도 사투리인지도.. 멋진 표지의 바닷가 그림이 제주도인지도 몰랐었다. 

 

<출처 : 교보문고>

   소설은 스트레이트하다. 주인공 제비가 제주도 여행 중 당하는 험한 꼴에서 시작되어, 제주도 사진관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제비는 좌충우돌하며 성장하고, 실력을 뽐내며, 어두운 과거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끝끝내 본인이 좋아하는 사진으로 인정받고,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기획력, 그리고 걸맞는 추진력... 거기에 문어의 점지라는 행운까지 겹쳐지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열린 결말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모두가 바라지 않는 삶, 하지만 바라는 삶

 

 이 밝고 명량하지만 사연으로 가득한 등장인물들의 삶은 어찌보면, 우리가 그다지 바라지 않는 삶이다. 

 각자의 길에서 고생하고, 힘들어하고... 지키기 어려운 가치를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사진관 사장, 해녀.. 그리고 각각 사연을 가지고 절실한 감정으로 찾아오는 사진 고객들까지.. 모두 쉬운 삶은 없다. 

 

 하지만, 또한 모두가 바라는 삶이다. 

 결국 주인공 제비는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으로 행복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로 인해 사진관 사장 석영도 부단히 노력함에도 가까이 가지 못했던 마을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방문객 개인들도 모두 삶이 참 고단하지만, 그래도 각각 제주도에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서 돌아간다. 

 

 이러한 반전을 통해, 참으로 뻔하고 진부하게 느껴지지만 스트레이트한 느낌을 주는 줄거리는 청량감마저 준다. 작가가 작정하고 밝게 풀어가고자 한 것이겠지만, 예측가능하면서도 캐릭터들의 생생한 스토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힐링을 주고자 했다면, '혼불문학상'에 빛나는 작가는 글솜씨가 여러 갈래로 뛰어남을 입증한 셈이다. 

 

 

그래서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그래서 이 책은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게 잘 풀려가는 것이 중첩되다 보니.... 등장인물 들만이 엮이고 엮여서 아웅다웅하는 재벌가 배경 드라마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특히, 세계적인 외국인 사진작가가 거짓말처럼 석영의 사진관을 찾아오는 순간, 그리고 석영과 아버지와 아들로 감정이입하는 장면이나, 열정으로 돌진하던 지질학자가 성공을 거두고, 사진관을 명소로 만들어 주는 설정 등은... 후반부로 갈수록... 혹시 모든 꿈인 것으로 끝나는 건 아니겠지...라는 걱정마저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말은 그저 담백하게 끝났다. 결국 담백한 결말을 택함으로서 이 모든 사진관을 둘러싼 이야기는 더욱 비현실적이면서도 불편함 없이 몰입하기 쉬운 길로 정주행을 끝낸다. 

 

<출처 : 교보문고>

 

 귀여운 어른용 장난감 세트

 

귀여운 어른용 장난감과 같은 한 권의 소설은 너무나 의도가 뻔히 보이는 제목과 깜찍한 표지 디자인부터 시작하여, 작가 의도에 충실한 이야기로 그 소임을 다한다. 

  어찌보면 작년부터 이런저런 계기로 접하게 된, <불편한 편의점>, <순례주택> 등의 우리네 밝은 현실 이야기 소설과 궤를 같이 하는데, 혹시나.. 두 소설을 너무나 재미있게 본 독자라면 기대치를 조금은 낮추고 <하쿠다 사진관>에 도전해야 할 것이고, 두 소설에 실망했다면... 장르가 안 맞을 가능성이 높지만... 노 볼-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가운데 직구만 노려봐야 하겠다. 

 그리고, 이 세 작품 모두 접하지 않은 어른 독자라면, 그리고 두뇌의 오버클럭 없이 편하게 감정이입하며  읽을 따뜻할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1. 하쿠다 사진관 -> 2. 불편한 편의점 -> 3. 순례주택' 으로 도전해 보시는 게 좋겠다. 본인이 매운맛을 좋아하는지는 먹어봐야 아는 법. 마치 순한 맛에서 매운맛으로 강도를 올리는 것처럼, 점점 더 우리네 이야기와 가까워지는 이야기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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