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Classics never go out of style -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3,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

마셜 2023. 5. 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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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Classics never go out of style.

 

 혼자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늦은 시간 상영관을 나서서 거리를 걷다가 문득 어느 미드에서 본 대사가 생각났습니다. 옛날 정장을 차려입은 주인공(가석방된 사기꾼)이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자, 그런 주인공의 모습이 불편했던 다른 주인공(FBI 요원)이 꽤 잘 어울린다며 비아냥 거리죠. 그러자 멋쟁이 사기꾼이 멋지게 되받아칩니다.

  ''Classics never go out of style" 

 많은 시간이 지났어도, 지금 보면 다소 조잡해보이는 작은 크기의 흑백 만화책으로 오역이 드문드문 섞여있는 만화를 돌려 읽었어도.. 그리고 다시 도서관에서 완전판이라는 이름으로 컬러로 된 보기 좋은 판본의 만화책을 만났어도... 다시 애니메이션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은 가시지 않네요. 이제는 고전이자 명작이 되어버린 이 농구만화는 상영관에서도 추억에 젖는 3~40대부터, MZ세대 스타일까지 모두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출처 : 다음 영화>

 영화 혹은 드라마가 원작을 뛰어넘는 것은 당연히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감히 원작 만화를 뛰어넘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다만, 상영관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태어나도 수많은 관객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건 원작의 위대함을 드러냄과 동시에 지금 시대의 관객에게도 소중한 기억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태생적 외모 한계 때문인지 그런 정장을 가져보지 못했지만, 정말 아무리 시간이 지난 후 꺼내 입어도, 최신 유행 패션처럼 멋진 수트가 있다면, 바로 <SLAM DUNK>가 그런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농구는 슬램덩크, 슬램덩크는 곧 미래

 

 IMF 구제금융과 함께 했던, 한국의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한국의 모든 것이 곧 침몰할 것만 같았던 그 시기. 역설적으로 그 시기가 한국 농구 인기의 황금기였습니다. 젊은 스타들이 쏟아져 나왔던 한국농구계는 농구대잔치 인기로 다른 종목을 압도하며, 프로리그 출범까지 어려운 과제를 단숨에 해치웠고, NBA에서는 마이클 조던이 GOAT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며, 농구 하이라이트를 예술과 같은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죠. 

 운동을 좋아하던 아니던, 모든 남학생들이 흙밭에서 혹은 코트에서 농구공을 던지던 그 시절, 그야말로 농구는 곧 슬램덩크였고, 슬램덩크는 곧 미래였습니다. 

 "농구는 슬램덩크, 슬램덩크는 곧 미래"

 실제로 농구공을 만져본 적도 없던, 주인공 강백호가 어엿한 전국대회 선수로 거듭나기까지 과정을 그려낸 <슬램덩크>는 당시 농구교과서이자, 연일 특종을 터트리는 뉴스와 같았습니다. 

 드리블, 패스와 같은 기본연습부터 슛까지 차근차근 연마해가며 발전하는 모습이 많은 농구 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것은 당연한 사실... 그리고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격주간 만화잡지에서 짧은 분량으로 연재되던 슬램덩크 소식이 전해지면, 당시 팬들은 전쟁에서의 승전보를 기다렸던 사람들처럼 술렁였습니다. 강백호가 덩크를 했다.. 채치수가 블록을 했다... 서태웅이 더블클러치를 성공시켰다... 이런 소식만으로도 농구소년들의 가슴이 뛰곤 했죠. 그 시절 그야말로 농구는 곧 슬램덩크였습니다. 

 그리고 <슬램덩크>는 곧 미래였습니다. 고등학교 농구부가 학업과 농구를 병행하고, 고등학교 농구 지역대회에 관중이 만원을 이루며, 190cm 대의 고교센터들이 거침없이 인 게임 덩크를 구사하는 것만으로도.. 당시 한국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뭔가 한국 스포츠 혹은 청소년 현실에서 따라갈 수 없는 미래 모습 처럼 느껴졌다고 할까요? 물론 당시 한국에 비해 거의 모든 분야에 앞섰던 일본이라 더 그렇게 느껴진 것도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당시 농구 국가대항전에서는 일본이 감히 한국을 넘볼 수 없는 실력이었습니다. ^^ 지금은 미남 해설위원으로 잘 알려진 우지원 코치가 그런 말을 했었죠. 평생 농구시합에서 일본에 져본적이 없다. 그리고 이건 그 시대 농구인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너무나 사실입니다. ㅎㅎ)

<출처 : 다음 영화>

 그 외에도 국가대표 출신 안 감독의 정성어린 지도, (지금은 근절되었다지만, 학생 운동부 폭력은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조재중이라는 유망주의 미국 도전, (물론 결과는 비극이었습니다만..)  산왕고의 미국 전지훈련과 정우성의 영재교육까지 당시 한국 현실에 비해 참 앞서간다는 느낌이 있었죠. 아 역시 일본은 뭔가 다르구나 라는 느낌이랄까요. 

 이제 한국도 선진국에 훨씬 더 근접했고, 스포츠에 있어서 운동부 폭력 등 악습도 많이 철폐되었지만, 이제는 농구 국가대항전에서 일본에게 낙승을 장담할 수 없게 된 현실을 생각해 보면, 역시 공은 둥글고... 세상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왜 송태섭인가?

 

 북산의 돌격대장 송태섭이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인공입니다. 매니저 한나를 짝사랑하고, 정대만과 주먹다짐으로 얽힌 과거 외에는 그다지 인물서사가 없었던 원작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이긴 합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많은 시간이 지난, 2023년인 지금 관객들에게 가장 와닿을 수 있는 캐릭터가 '송태섭'인 것 같기도 합니다. 

  168cm 신장의 송태섭은 북산 주전 중에 가장 단신은 것은 물론이요, 거의 모든 시합에서 자신보다 큰 선수들과 매치업됩니다. 몇몇 게임에서는 단신으로 인한 수비한계 때문에서 매치업에서 많이 밀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게다가 송태섭은 외곽슛도 약합니다. 이런 단점이 파악된 송태섭은 수비하기 어렵지 않은 선수로 묘사되기도 하고, 포지션에서 상대방을 압살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못하죠.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 아니 잘 할 수 있는 것을 정말 잘합니다.

 바로 포인트가드에게 필수 스킬인 드리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 무대를 이루는 산왕전에서도 이 독보적인 드리블 돌파로 산왕의 프레스 수비를 파훼하면서 위력을 보여줍니다.  모든 것을 잘할 수 없어도, 그리고 타고난 신장이 많이 불리해도, 본인의 장기를 살려서 그 모든 불리함을 돌파하는 모습에, 이제는 획일적인 성공이 먹히지 않는 이 시대를 사는 청춘은 더 열광할 수 있겠죠. 내가 잘하는 것으로 성공한다라는 이 단순한 성공공식이 어찌 보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는 바로 송태섭입니다. 

<출처 : 다음 영화>

 노력으로 발전하는 청춘, 송태섭

 '넘버원, 가드'라는 손바닥 응원 글귀를 받은 송태섭은 전국최강 산왕 가드진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송태섭이라는 캐릭터가 울림을 주는 이유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의 인물 서사가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든든한 버팀목이자 우상이었던 형을 잃고, 지역 시합에서도 고전하며, 한계를  드러내는 듯 했던 송태섭. 하지만, 그는 북산에서 돌격대장으로서 산왕을 꺾을만한 실력을 보여줍니다. 꼭 산왕전이 아니더라도 김수겸을 상대하며, 두 번은 당하지 않는 모습으로 성장가능성을 보여주고, 이정환에게 뼈저린 패배를 경험한 후에는 이명헌을 상대로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후에는 팀 내 선배이자 공수밸런스 최고봉인 정대만 상대로도 1:1 대결을 승리하는 듯한 모습이 나왔었죠. 

 이런 송태섭이 훌륭한 인물 서사를 통해 진정 노력으로 발전하는 캐릭터로 다가옵니다. 원작에 대한 훌륭한 재해석이자 진정한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죠. 타고난 한계가 분명해보여도 자기 장점을 극대화시키며 돌파해 가는 청춘. 진정한 바스켓맨 송태섭은 충분히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인공이 될만합니다.  

 

 

 슬램덩크 - 농구와 청춘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클래식

 

 우연히 방문한 이웃의 블로그에서, 슬램덩크의 무대가 된 바다 사진을 보게되었습니다. 엄청난 풍경은 아니었지만, 송태섭이 농구공을 던지던 그 바닷가라고 생각하니, 뭔가 차분해지더군요. 블로그 주인과 댓글로 대화를 나누던 중.. 한 줄로 슬램덩크를 표현하고 싶어졌습니다. 잠시 고민한 후, 제가 쓴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농구와 청춘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클래식' 

 

'더 퍼스트 슬램덩크' 배경 지역

친하게 지내는 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에노시마(江ノ島)에 가지 않을래?" "에노시마(江ノ島)에 가본 지 오래됐네요, 좋아요 언제가 좋을까요?" 생각해 보니 에노시마(江ノ島)에 가본 지 10년은

grasia61.tistory.com

 언젠가 송태섭의 발전이, 강백호의 무모함이, 채치수의 성실함이, 서태웅의 폭발력이, 그리고 불꽃남자 정대만이 그리워질 때면, 다시 한 번 책장을 펼쳐봐야겠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안에 농구와 청춘의 모든 것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니까요.  그리고 여러분도 그렇듯 저도 <더 세컨드 슬램덩크>가 곧 찾아오길 기대해 봅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슬램덩크도 매력적이지만, 새로운 슬램덩크는 더욱 기대되니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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