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장항준 실화 상대로 장렬한 패배 - 리바운드(2023, 장항준 감독

마셜 2023. 5. 1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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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농구를 좋아한다. 

 비록 잘하진 못해도, 아직 가끔 동료들과 농구장에서 공 던질 정도 애정이 있다. 

 

 나는 농구를 좋아한다. 

 마이클 조던의 군림과 동시대를 보냈으며, 슬램덩크-마지막 승부-농구대잔치-KBL출범-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모두 지켜봤다. 그만큼 농구팬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순간이 많았다. 

 

 그래서 영화 '리바운드'는 필수 코스였다. 

 2012년 고교농구계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영화와 달리 나름 순위에서 선전하며 호평받고 있는 웹툰 <가비지 타임>을 탐독하기 전에도 2012년 부산중앙고의 분투를 알고 있었다. 영화계에서 나름 명망(?) 있는 장항준 감독이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도 기대가 컸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2023년 전공필수과목 숙제를 하듯이, 당연하다는 듯이 상영관을 찾았다. 

 

<오랜만에 집어온 실물 영화 진단지 - 앞면>

 

 

 영화 흥행은 대실패

 영화는 손익분기점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OTT행이 확정되었다. 이러니 저러니 분석과 풍문은 난무하겠지만, 어쨌든 상업영화로 흥행성적은 엄청난 실패이다. 

<흥행 대실패를 예견하듯, 초라하게 떨어져 있는 영화 포스터>

 

 

 

'리바운드', 10일부터 IPTV·VOD 행…호평에도 70만 문턱 못 넘었다 - SPOTV NEWS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영화 \'리바운드\' 가 IPTV, 디지털케이블TV 및 OTT 등을 통해 VOD 서비스를 시작한다.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

www.spotvnews.co.kr

 사실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장항준 감독의 코미디 감각은 여전했으며, 주인공 양현 감독 역의 안재홍도 엄청난 싱크로율을 선보이며, 열연했다. 무엇보다도 주연배우들의 열연은 대단해서, 선출이 아닌 배우들이 이 정도까지 게임 플레이를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노고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우군이 없었다. 

 농구팬들은 볼 만큼 본 것 같다. 하지만, 우군으로 든든히 뒤를 받쳐주기에는 농구 자체가 이제 마니아 스포츠가 돼버린 것이 컸다. 그렇다고 과거 공 좀 던져봤던 아재들이나 눈 높은 MZ세대의 지지를 받기엔 모자랐다. 어찌 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 직후에 개봉한 것이 패착일지도...

 실화의 울림을 더 살리려면, 등장인물들의 인생, 현재까지의 스토리가 뒤를 받쳐줘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리바운드>는 사면초가와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프로농구에 진출해서, 부산중앙고의 기적을 알렸던 정강호, 홍순규는 최근 은퇴했고, 청소년대표에서도 빛나는 모습을 보이며, 한국농구를 이끌 인재로 기대받았던 천기범은 음주운전으로 본인 스토리에 스스로 먹칠을 하며, 한국농구계에서 사라졌다. 조선대 감독으로 현직에 있는 강양현 감독 만이 스토리 주인공으로서 실화임을 외로이 증명하고 있지만,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 코로나-19 창궐로 제작/개봉이 많이 연기되었다 하던데.. 셋이 모두 한국프로농구에서 활약(사실 셋 다 리그에서 두드러진 선수는 아니었지만)하던 시절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은 아쉽다. 

 

 김은희 작가의 지원도 소용이 없었다. 

 예능인/방송인으로서 장항준 감독의 이미지는 세대를 불문하고 나쁘지 않다고 한다. 특히 아내 김은희 아내와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적절하게 풀면서 좌중을 웃기는 장 감독은 어느 예능인 못지않다. 그렇기에 그가 적지 않은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에 다시 도전한 것은 박수받을 일이다. 

 예능인으로서 이미지를 잘 활용하면서, 개봉 초기 장 감독은 영화 홍보에도 적극 나섰는데, 아내인 김은희 작가가 시나리오를 고쳐줬다면서 관객들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최종 흥행 성적은 그 모든 지원조차 소용이 없을 정도로 초라했으니... 아내가 도와줬다고 자랑했음에도 성과를 못 낸 남편은 더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문득 궁금해졌다. 김은희 작가가 고쳐준 부분은 어디일까? 물론 그것이 대사톤일수도 있고, 캐릭터 설정일 수도 있기에..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사실 아예 처음부터 시나리오를 다시 썼다 해도, 김은희 작가면 그럴 수 있는 일. 그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문득 이 부분은 김 작가 솜씨구나 하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한준영 선수가 부산중앙고를 배신하고, 시합 당일에 극적으로 용산고 선수로 등장하는 장면.... (물론 개인적 추측에 불과하다)

 어찌보면 영화에서 가장 큰 반전이었다. 실제로 한준영 선수가 어떤 방식으로 용산고를 택했는지 확인하긴 어려우나, 웹툰 <가비지 타임>에서도  '전학'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묘사되고, 영화에서도 비슷하게 묘사된 걸 보면, 뭔가 용산고로 평탄하게 진학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 과정을 시합 당일 전학이라는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초강수로 묘사한 것은 아마 대작가 김은희 작가 솜씨가 아닐까

 (*참고로 고교선수가 전학을 택하면, 1년간 시합 출전이 금지된다.)

<정강호와 공을 다투는 한준영(용산고15)>,<출처 : 다음영화>

 

 긴장감을 최고로 올리면서, 팀이 완전히 와해되는 순간까지를 한 번에 풀어내는 첫 출전은 관객을 몰입시키지만, 후반부의 리얼 농구 타임까지 캐리 하지는 못했다. 영화는 너무나 예상대로 진행되고, 열심히 농구하는 젊은이들은 진정 청춘에 걸맞은 순간을 보여준다. 

 

 마지막 돌격 

 그래도 이 젊은이들은 패배가 확정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돌격한다. 

<청춘의 마지막 돌격><출처 : 다음영화>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얼마나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것인지, 실패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처참한 스코어로 패배하는 시합에서도 달려가는 저 모습이 어찌 보면 영화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래서 메시지가 좀 뻔하다)

 

그럼 도대체 당시 결승 진출의 비결은? 그만큼 능력 있었던 선수들

 어느 영화평론가가 한 줄 평을 통해 그런 질문을 했다. 도대체 어떻게 준우승을 한 것이냐? 한 시간이 넘게 설명할 수 있지만, <가비지 타임>에서의 한 컷으로 대신한다. 그 외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출처 : 네이버 웹툰, 가비지 타임>

 이만큼 '해야 했던' 녀석들.

 당시, 부산중앙고 멤버였던 천기범, 홍순규, 정강호, 정진욱 넷은 프로농구에 진출했으며, 이 중 천기범은 청소년대표에 프로 1군 주전을 다툰 수준이었다. 물론 당시 강호 팀들보다 약했고, 뎁스도 처참했지만, 어쨌든 단기전에서 성과를 못 낼 잠재력은 아니었던 셈. 그저 투혼과 파이팅으로 얻어낸 기적이 아니라, 탄탄한 농구실력이 바탕이 된 성과임을 꼭 말하고 싶었다. 

 

 영화는 명량한 뮤직비디오로 끝나고, 진심으로 농구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배우들은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

 여러모로 현실은 행복하지 않지만, 공립고등학교 부산중앙고의 당시 열악한 상황을 딛고, 큰 성과를 냈던 당시 부산중앙고 멤버들에게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 청춘들이 있었기에, <가비지 타임>과 <리바운드>가 나왔고, 농구팬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니까..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뮤비 we are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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