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11 - 12가지 인생의 법칙(2023, 조던 B. 피터슨)

마셜 2023. 5. 24.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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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교보문고

 독서모임 추천 책이었다. 

 '방을 청소하라고 따끔하게 조언하는 분이라는데, 정작 자기 방은 정리를 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며 웃으며 추천한 책은 여타 자기계발서에 비해 두껍고...(무려 537p) 엄청난 베스트셀러였다.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가 쓴 이 책의 12가지 지적은 사실 새롭지는 않다. 어찌보면 이는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는 모두 마찬가지일 지도 모른다.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4.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5.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마라

6.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7.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8.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9.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10.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11. 아이들이 스케이드보드를 탈 때는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12.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시종일관 엄하지만 자애로운 스승처럼 독자들에게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하던 저자는 마지막에서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라는 다소 감정적인 법칙으로 끝을 맺는다. 

 아마도 500쪽이 넘는 대장정을 함께 해온 독자들을 위해 가장 쉽고도,  가장 금방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는 행동을 추천한 것은 아닐까 싶은데....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12가지 법칙의 배치 자체가 논리적이고, 난이도 수준이 점점 올라가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다소 쉬워 보이는 어깨를 펴라는 지적으로 지적해서... 스스로를 대하는 방법, 대인관계 등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아이를 엄하게 키우라는 지적으로 점프업한다. 그러다가 다시 의미 있는 길과 진실을 이야기하고, 그러다가 다시 다소 쉬워 보이는 정확히 말하라는 주문으로 돌아간다.

 

 뭔가 심리학적으로 의도 있는 배치일 수도 있겠으나, 내게는 약간 랜덤하게 느껴졌다. 물론 그런 랜덤한 배치가 마치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처럼 예측을 불허하는 흥미를 준 것도 사실이긴 하다.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는 법이고, 특히 한국에서 40만 부가 넘게 팔린 것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 책의 장점은 실로 방대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다양한 예시와 설명, 인용이다. 피터슨 교수는 성경, 도교 경전, 그리스 신화를 유연하게 부분 부분 인용하고, 자기의 불행한 친구와 본인 경험담을 적절하게 예시로서 활용한다.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문에는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전제되지 않으면, 표현하기 어려운 메시지들도 꽤 있다. 

 바닷가재부터 마르크스주의까지를 들어가며 12가지 법칙이 인간에게 적용됨을 설명하고, 심리학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인간의 다양한 질병에도 박학다식함을 과시한다. 

  

 또한, 본인이 매우 바쁜 사람이고, 노력하여 교수가 되었지만, 이 책을 저술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규칙적으로 할애해왔음을 넌지시 독자들에게 알림으로써, 독자들이 심리적으로 '난 이렇게 못할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며 자포자기할 여지마저 차단해 버린다. 

 

 결국 노련하고 용의주도하며 박학다식한, 무엇보다도 집요한 심리학자의 인생 지도에 독자는 나도 할 수 있겠구나 라며 희망을 갖게 된다. 그 희망을 갖는 심정이 벅차오르는 마음보다는 다소 얼떨떨함일 수도 있겠으나, 방부터 정리하라는 준엄한 지적에 독자는 '일단' 움직이면서.. 다시 한번 책에 열거된 법칙들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출처 : 교보문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래서 한 번 옮겨적어보기도 했던 부분은 '내면의 비평가'를 잘 활용하여, 어제의 자신보다 좋은 사람이 되어보라는 구절이었다. (법칙 4)

 스스로를 타자를 달래듯 끈기를 가지고 대화하며, 에스프레소를 당근으로 권하기도 하는 모습이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스스로를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이끌고자 이렇게 끈기를 가지고 웃으며 관심을 가져본 적은 있는가. 오히려 나보다 훨씬 나아 보이는 누군가와 비교하며, 스스로를 비하하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미국 특유의 '개인의 삶은 개인이'라는 방식으로 그대로 엿보이기는 하나, 사실 모든 행복의 출발은 본인에게 애정을 가지고 만족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 평범한 진리를 '내면의 비평가'라는 친숙 하면서도 쉬운 개념으로 위트 있게 풀어내는 것이 피터슨 교수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구절이었다. 

 

 베스트셀러답게 쏟아지는 추천사도 눈이 부시지만, 말콤 글래드웰이 대단하다고 극찬한 것도 이채로웠다. '아웃라이어' 등 명저를 통해 인간행동과 심리를 반 걸음 뒤에서 관찰하며, 풀어낸 그가 젊은이(혹은 부모)가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법칙에 극찬을 하다니, 딱히 글래드웰이 인간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었는데, 짧지만 의미심장한 추천사를 접하면서, 다음에 글래드웰 저서를 읽을 때는 과연 그는 인간에 대해 긍정적인가를 유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예비 독자들에게 한 마디. 완독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수많은 배경지식이 깔려있기에 읽다 멈추고 생각해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검색이 필요할 정도로 어렵진 않다. 마치 꾸준히 걸어가야 하는 우리네 인생과도 비슷한 느낌인데, 아마 500쪽 넘게 읽어가다 보면 어디선가, 내 얘기 같다는 구절이 반드시 나타나 뜨끔하게 된다. 

 그래도 그 모든 것이 인간에게 희망을 주고자 노력한 저자의 결과물이기에 마지막 장을 덮을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스스로 아직은 젊은이라 생각하시는 분, 그리고 자녀교육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보고 싶은 예비부모라면 힘들어도 한 번 도전해 보시길... 베스트셀러인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단,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말 것.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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