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명감독의 혹독한 경험 - 지아이제인(1997, 리들리스콧 감독)

마셜 2023. 4. 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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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큼 영화 포스터가 많은 것을 말해주는 영화도 드물다. 
 1997년 개봉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그 인기가 연기력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의문이 남지만) 데미 무어가 특수부대 군인으로 분한 포스터는 영화 ' 지아이제인'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보여준다. 
 실제로 당시 데미 무어가 이 하드한 역할을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화제였고, 그 관심에 부응할만큼 재미있다는 평을 받지 못하자.. 영화는 그대로 추락했다. 제작비 5천만불을 들였음에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고.. 데미 무어는 '스트립 티즈' 등에서 썼던 오명을 벗지 못하고, 1990년대 초중반 미모로 헐리웃 흥행카드로 떠올랐던 영광을 그 후로도 재현하지 못했다. 
 

<출처 : 다음 영화>

  놀라운 것은 감독이 이미 명성을 얻고 있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이었다는 점, 이 작품을 찍은 지 5년 후, 리들리 스콧은 '블랙호크다운'이라는 정통 밀리터리물에 다시 도전하는데, 두 작품의 완성도 차이가 너무나 커서, 같은 감독 작품임이 신기할 정도이다. 
 여러 유의마한 도전을 한 작품이기에, 흑역사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명감독이 아직은 '학습'을 하던 시절 혹독한 경험을 했다고는 평할 수 있겠다. 특히, 주인공 '조던 오닐 중위(데미 무어)'가 실전 투입되어 수행하는 작전의 전개나 촬영은 정말 어설프기 그지 없는데, '블랙호크다운'의 리얼리티와는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다. 
 굳이 한 가지만 예를 들자면, 매복을 위해 정성들여 크레모아를 설치하는 부대원들의 정성까지는 볼만했는데, 폭발하는 크레모아의 위력이 그 옛날 홍콩영화에서 폭탄 하나가 터질때마다 적 한 명이 붕붕 날라가는 수준에 불과해서, 그야말로 피식 웃음이 나왔다. 크레모아 2~3개가 적이 전진하는 방향으로 명중했는데도, 계속해서 추격하는 리비아군도 너무나 강철군대 같아서 반가우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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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무어의 고생, 출처 : 다음 영화>

  영화를 촬영하며, 데미 무어가 했을 고생은 실로 대단해보인다. 미모의 정보국 중위가 삭발부터 시작해서, 혹독한 체력훈련부터 고문체험, 그리고 실전까지 겪는 과정을 모두 연기하기 위한 준비나 노력은 실로 대단했을듯... 영화 자체는 예상되는 것처럼 주인공 조던 오닐 중위가 어떻게 성장하여, 어떻게 네이비실로 다시 태어나는 지를 잘 보여준다. 다만, 데미 무어는 연기파로 다시 태어나지 못한 점은 함정. 
 
 여권 신장을 트리거로 삼아 메인 플롯을 짠 영화이지만, 정작 극 중 가장 악당은 여성 상원의원이다. (사실 영화 시작 10분만 지나면, 이 분이 착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온다) 결국 주인공 오닐 중위의 고집과 용기로 악당은 굴복하지만, 정말 '여자의 적은 여자인가?'라는 속설은 진리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amp;lt;악당과의 설전, 출천 : 다음 영화&amp;gt;

 
 실제로 이스라엘군이 전투병으로 투입된 여군들의 부상/전사가 전체 사기에 너무나 큰 영향을 주자 이를 철회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는 네이비실 교관이 주인공 오닐 중위의 포기를 종용하기 위해 이 일화를 인용하는데, 포기를 모르는 주인공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흑인 병사들이 2차대전까지 전투병으로는 투입되지 않고, 취사병 등 일부 지원병과에 한정되어 투입된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는 동료인 흑인 훈련생을 통해, 이 일화를 전하며, 넌 시대에 비해 너무 빨리 왔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데, 포기를 모르는 주인공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 모든 선명하면서도 애매한 지적을 남긴 채, 어쨌든 주인공은 성공한다. CRT과정도 성공적으로 마치고, 네이비실 자격을 얻었으며, 남자친구도 잃지 않았으며, 악마 같았던 교관의 신뢰까지도 얻는다. 결국 이 모든 지적을 돌파해버린 것은 오닐 중위의 개인 역량이자, 성취욕이었던 셈인데... '군대 내 여성 차별대우'라는 큰 화두를 던진 리들리 스콧 감독 치고는 평범한 답변을 내놓은 셈이다. 어찌보면 모범정답인 셈인데, 우문현답(愚問賢答)인지, 현문우답(賢問愚答)인지 아직도 헷갈린다. 
 
 오히려 우문현답을 주지는 못했어도, '군대 내 여성 차별대우' 혹은 여성 성폭력에 대해 더 진솔하게 접근한 헐리우드 영화를 찾는다면, '장군의 딸(1999, 사이먼 웨스트 감독)을 추천하고 싶다. 적어도 현실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짐작할 수는 있게 해주며, 복잡한 설명 따위도 필요없을 정도로 강한 스토리가 있다. 
 

장군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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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daum.net

 
 90~2000년대 영화를 보면, 반가운 얼굴을 숨은그림 찾기 하듯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 주인공 오닐 중위를 바라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역할을 잘 연기한 '제이슨 베그'는 인기 미드 '시카고PD'에서 악당의 용서하지 않는 나쁜 경찰 헨리 행크 보이드가 되었다. 우유부단했던 소령에서 다소 신경질적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잘 어울린다. 
 

미드 <시카고 PD>, 범죄를 저지르며 소탕하는 경찰 액션물!

[BY Wavve 웨이브] 미국 시카고(Chicago)는 2개로 유명하다. 바로 추위와 범죄다. 그렇다. 시카고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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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특히 후반부는 조금 지루할 수 있지만, 명감독 리들리 스콧의 성장통을 한 번 느껴보고 싶다면, 도전해보시길 권한다. 군복 입은 데미 무어의 절정의 미모는 '어퓨굿맨'과 더불어 기억에 오래 남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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