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8 -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2022, 미우라 시온)

마셜 2023. 4. 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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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교보문고>

 

 마라톤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스포츠로서도 단순하고 지루해 보이는 마라톤에 관심이 없고, 운동 중에서도 헬스장에서 건강유지 차원에서 러닝머신을 뛰는 것 이외에 달리기에 관심을 끊은 지 오래되었다. 

 

 마라톤과 육상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내가, 이 책을 만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독서모임 덕

 

 사실 이 책은 일본 마라톤 인기의 상징인 '하코네 역전 경주'를 이해하기 위한 이야기나 다름 없다. 같이 책을 읽은 멤버들에게 주최측(간토학생육상경기연맹, 요미우리신문)의 부탁을 받아 집필된 소설 같은 느낌이라는 농담을 던졌을 정도. 

 그런만큼 이야기가 엄청 드라마틱하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유지하며, 고유한 문화로 자리 잡은 '하코네 역전경주'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정초에 전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진행된다는 이 대학생들의 마라톤 이벤트는 어찌 보면 일본의 사회체육 저변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고, 자체적인 근대화를 통해 고유의 근대문화를 정립하는 데 성공한 일본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대부분 스포츠 종목이 그렇지만,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 중심 육성방식은 일본과는 많이 다르다. 

 실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멤버의 표현처럼 '한국은 메달리스트만 기억하지만, 일본은 저변이 넓은 종목이 결국 인기가 많다' 는 지적 또한 너무나 아픈 사실이다. 

 

 그것이 더 선진국인 일본의 힘인 것인지, 문화적 차이인지, 근대화 경험의 차이인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이제 그 시스템과 문화 차이는 양쪽 스포츠 저변 차이를 절망적으로 벌려놓았고, 이제 학령인구 감소와 大스마트폰 시대의 도래 때문에 한국 스포츠 저변이 넓어질 확률은 더더욱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야구랑 축구랑 다 잘하는 나라(WBC 4강, 월드컵 4강)다 보니 그렇다는 분석 또한 구시대적으로 느껴질 뿐... 스포츠 강국이라는 타이틀에 집착하는 것을 내려놓고.. 이제는 사람들이 많이 즐기는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게.. (아니면 반대로) 육성하는 것으로 정책 수정이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

 

 암튼... 책은 순정만화처럼 맑고 투명하다.영화, 애니메이션까지 나올 정도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모양인데, 영상화된 결과가 궁금할 정도로 대단한 스토리나 반전은 없다. 하지만, 그저 달리기의 순수한 매력과 앞만 보고 달려가는 젊은이들의 풋풋한 청춘의 일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500쪽이 넘는 분량이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출처 : 교보문고>

 

 책 후반은 온전히 본격적인 하코네 역전경주 레이스로만 구성되어 있다. 10명의 젊은이가 같은 유니폼을 입고 순서대로 뛴다.. 실제로 레이스가 시작되면, 그 젊음 만으로도 모든 것이 싱그러워 보인다. 

 책 표지를 장식한 하늘색의 배경그림은 10명의 대학생 주자를 순서대로 표현한 듯한데, 함께 뛰는 강아지 니루가 참 귀엽다. 긴 거리를 달리며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가 이렇게 낭만적일 수만은 없지만, 어쨌든 순수한 열정으로 엄청난 성과를 낸 젊은이들의 노력은 좋은 배경의 좋은 그림, 좋은 기억으로만 남는 게 당연할 것이다. 

 

 작가는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동시에 받은 것으로 유명한 모양이다. 서점대상은 나오키상이 '수상작 없음' 발표를 자주하며, 트렌드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서점 관계자들이 선정/발표하기 시작한 상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좀 더 잘 팔릴만한 책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으리라.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는 작가가 하코네 역전경주를 소재로 정말 좋은 이야기만 하는 쪽으로 소설을 쓰면,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 동화 같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나 보다. 

 

 찾아보니, 에니메이션은 wavve에서도 볼 수 있는 모양, 완주할 자신은 없지만, 초반 10명이 멤버로 꾸려질 때까지의 티키타카까지는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혹시나 도전해볼까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비록 엄청난 두께에 선뜻 손이 안 가는 소설책이지만, 동화 같은 성공스토리로 마음을 정화하고 싶다면, 그리고 마라톤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도전하시라. 어느새 완주했을지도 모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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