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아무리 공들여도 범작은 범작 - 협녀, 칼의 기억(박흥식 감독, 2015)

마셜 2023. 4. 9.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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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이 주연한 무협영화가 있다. 

 그것도 제작비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들인 대작이며,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했기에 역사스포 가능성도 적다. 

 

 그런데, 칼과 칼로 부딪히는 영화를 내가 아직 안 봤다...? 뭔가 숙제를 미뤄놓은 느낌이긴 했다. 하지만, 바쁜 중에 시간을 내어 영화를 보고 난 느낌?

 

 '내가 확 끌리지 않은 것에는 이유가 있었구나...'

 

 50만명이 넘지 않는 관객으로 외면당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공을 들여 화면 색을 화려하게 하고, 고려시대 배경을 웅장하게 만들고, 주인공 칼 솜씨가 대단하여도 기본적으로 영화가 재미가 없다면 모두 소용이 없다. 

 

<셀 수 없이 많은 멋진 풍경, 출처 : 다음 영화>

 딱히 역사적 고증을 열심히 거쳤을 것 같지는 않지만, 고려시대 궁이나 갑옷의 재현은 인상적이었다. 많이 공들인 것이 느껴졌고, 영화팬으로서 그 노력이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결국 이 작품은 상업영화이고,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면, 분장이나, 소품의 수준을 논하기 전에 재미없었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뭔가 달랐던 고려의 왕궁, 출처 : 다음 영화>

 영화가 많은 혹평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제작비 외에도 명배우들의 출연 때문일 것이다. 당대 최고 배우인 이병헌, 전도연과 차세대 기대주인 (2023년 현재는 최고 배우라 칭할 수도 있겠다) 김고은 까지.... 출연한 영화임에 그만큼 평단이나 관객의 기대가 컸던 것도 당연하다. 

 

 특히, 전도연이 열연한 맹인 검객 월소 역은 무협영화 팬이라면 기대 안 할 수가 없었는데... 개봉 당시 이 영화를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았던 나도 이 캐릭터만큼은 기대가 되었다.

 대배우 전도연은 역시나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나, 흥미로운 설정 속에 엄청난 검술을 뽐냈던 초반부로 전도연의 열연은 그 매력을 다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진부해지는 과거사 이야기에 캐릭터는 갈팡질팡 했고, 복잡한 사연을 홍이에게 설명하고 관객을 납득시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서도 시간이 부족했다는 건.. 결국 캐릭터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얘기이다. 열연한 전도연은 그런 면에서 좀 외로워 보였다. 

<열연한 전도연, 출처 : 다음 영화>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역시 이병헌은 어떤 역할도 생동감 있게 살려내는 몇 안되는 배우라는 평이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치 않은 스토리와 어색한 상황과 반전에도 열연으로서 모든 것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대배우, 그야말로 감독들에게는 치트키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더 열연한 이병헌, 출처 : 다음 영화>

김고은은 배우로서, 이 작품을 통해 좋은 기억을 남겼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정말 애를 썼지만, 감정 표현은 과했고, 액션 연기는 힘에 겨워보였으며, 사랑에 빠지는 과정조차도 어색했다. 영화 후반부에서 주인공답게 검 한 자루로 수많은 무사들을 쓰러트리고, 결국 유백과 1:1 대결에서도 실력을 뽐내는 최강 무사치고는, 영화 자체가 지루하다 보니 매력 자체를 잃어버린 캐릭터.. 사실 이 복잡하고도 단순한 캐릭터에 매력을 싣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애만 썼던 전도연, 출처 : 다음 영화>

 영화 말미에서 문득 김혜린 작가의 '비천무'가 떠올랐다. 지금 다시 봐도 명작인 만화인데, 이 정도 명작이 되어야... 유백-월소-홍이의 복잡한 사연이 관객들에게 감동으로 와닿았으리라. 

 웹툰 이전 시절, 한국만화가 영화와 드라마로 확장되기 시작하던 시절, 가장 주목받았던 <비천무>는 비록 영화, 드라마 모두 실패했지만, 그 스토리는 여전히 명작이란 평가가 지나치지 않다. 이제는 애장판도 절판되고, 찾아보기 어려운 옛날 작품이 되었지만, 혹시나 시대의 흐름 속에 어긋난 인연이란 무엇인지를 절절하게 표현한 명작을 찾고 있다면, 비천무를 찾아보시길...

 

[영화]비천무, 원작만화보다 비장미 떨어져

영화 ‘비천무’는 김혜린이 1987년 연재를 시작해 1991년에 완성한 만화 ‘비천무’에서 캐릭터와 뼈대만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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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친 와이어액션과 슬로모션만 아니었다면, 정말 검으로만 승부하는 액션은 그래도 관객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박흥식 감독이 원했던 그림은 더 크고 대단했던 모양이다. 공들여 작업했어도, 과용은 과용, 결국 그다지 기억에 남는 액션장면도 없이, 영화는 아름다운 풍경과 대조된 색채만 남겼다. 

 

 칼과 칼로 맞서는 얘기는 언제든 반갑다. 비록 이 영화가 대실패를 기록했어도, 재미있는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칼과 칼로 맞서는 영화가 자주 한국영화계를 풍성하게 해주길 빈다. 개인적 소망이지만, 비교도 안되게 역량이 향상된 한국영화계에서.. <비천무>를 다시 영화화해 보는 건 어떨까.. 상상이지만, 잠시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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