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케이타를 위한 케이타에 의한 케이타의 배구를 했던 KB손해보험. 젊은 에이스가 떠난 후 마치 화양연화가 지나간 것처럼, 팀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트레이드도 모두 실패,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눈에 띄는 수확을 거두지 못하면서, 리빌딩은 커녕 팀의 기초 자체가 무너졌다.
그 모든 책임을 감독이 져야 하는지는 의문이지만,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후인정 감독이 떠나고, 새로 부임한 감독은 의외로 배구팬들에게 생소한 이름 '미겔 리베라'였다. 비선출이라는 독특한 이력에 화려한 지도자 경력... 밝은 미소와 젊은 나이까지 여러모로 KB의 체질개선에 기대를 모으는 감독이었는데... 이러한 기대가 있었기에 시즌 개막전 전날 전해진 사임 발표는 더 충격적이다.
구단 인스타그램에 남아있는 선임 발표가 3월 21일인 걸 보니, 그래도 벌써 7개월을 KB 감독으로 일했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도 재계약하고, 아시아쿼터도 선발하고, KOVO컵도 참가하고(물론 3연패로 마감했지만), 많은 일을 했지만, 정작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사임하다니, 이례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놀라운 건 길지 않은 KOVO 역사에서 이미 한 번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그것도 가장 역사가 짧은 막내팀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의 아헨 킴 감독이 시즌 개막 전 마찬가지로 석연찮은 이유로 사임한 적이 있다.
고국으로 돌아간 아헨 킴은 얼마 후 미국의 다른 팀 자리를 맡은 게 확인되어, 페퍼 팬들을 더 짜증 나게 만들었는데... 이 번 리베라 감독 사임도 KB팬들에게는 매우 아쉽고도 불쾌한 소식이다.
표면적으로 리베라 감독 사임 사유는 '개인 건강 문제'이다 스페인에서만 커리어를 이어갔던 지라 향수병이 온 것인지.. 아니면 정말 게시판에 도는 뜬소문처럼 공황장애라도 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스페인 국가대표팀 감독까지 역임했던 사람이 공황장애, 향수병이라니 둘 다 KB팬으로서는 너무나 당황스러운 소식일 뿐이다.
아헨 킴과 미겔 리베라 둘을 보면, 배구인으로서 커리어에 한국 경력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 커리어를 어떻게 마감하던 그다지 다른 나라 배구계나 리그에서 별 관심이 없으니, 이런 행보를 보이는 건 아닐까 불쾌감이 가시질 않는다... 심하게 얘기하면, 그만큼 한국배구를 우습게 본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비약일까.
어쨌든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 KB는 또다시 안 좋은 쪽으로 게시판 지분을 폭발적으로 늘리며 김밥은 해체하라는 조롱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러한 비웃음을 빨리 걷어낼 방법은 결국 경기력 밖에 없는데, 이미 컵 대회 때부터 선수들에게 의욕적으로 작전 지시를 하지 않았던 리베라 감독을 대신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보였던 마틴 수석코치가 팀을 이끌게 된다.
게시판에서는 김밥이라며 KB배구단 성적을 놀리는 글이 올라올 때면, 언젠가는 킹밥이 될 것이라는 댓글이 달리곤 한다. 외국인선수도, 아시아쿼터도, 트레이드도, 신인드래프트도 뭐 하나 최선이었을 뿐 최상의 결과는 없었지만, 그리고 이런저런 악재가 속출하여 팬 입장에서 그저 쓴웃음만 나지만, 그래도 올해는 상위권 팀들과도 대등하게 싸우는 경쟁력 있는 '킹밥' 배구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팀 감독 경력이 없던 마틴 코치에게도 어수선한 팀이나, 이번 대행 자리는 분명 기회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안정감만 보여준다면 정식 감독 승격도 멀리 있지는 않을 터... 오히려 한국배구인보다는 더 강한 동기부여를 받을 수도 있다. 특히나 몇 년간 답이 없는 수준이 된 미들블로커진을 생각해 보면, 미들블로커 출신 젊은 감독이 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미들블로커만 안정된다면 어쨌든 나경복과 황택의가 있는 팀... 경쟁력 있는 팀으로 탈바꿈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이 모든 가능성이 좋은 쪽으로 결합되어 올해 정말 '킹밥'이라는 칭찬을 많이 듣는 그런 팀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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