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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다시 엇박자? 페퍼 자비치 부진 속 패배 - 2024 통영·도드람컵 대회 페퍼 3연패로 마감

마셜 2024. 10. 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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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페퍼 배구단 인스타그램)

 

 매년 정규시즌 개막 전 열리는 컵대회의 중요성은 배구관계자에게 어느 정도일까? 

 돈 받고 배구를 하는, 그래서 좋은 경기를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는 프로에게 한 경기 한 경기는 당연히, 자존심이 걸린 무대이지만, 때로는 팀 사정에 따라, 때로는 감독 스타일에 따라, 외국인을 빼거나 2진급 선수들을 테스트하며 대회에 임하기도 한다. 

 

 이번 컵대회,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 페퍼는 가볍게 3연패로 예선탈락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작년 시즌 5승 밖에 거두지 못한 팀에게 무슨 기대를 하느냐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페퍼에게 이 실패가 안타까운 이유는 두 가지, 경기를 거듭할수록 경기력이 안 좋아졌다는 점과 외국인 선수 자비치의 한계가 너무나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GS칼텍스, 페퍼 셧아웃 완파…3전 전승으로 4강행

[서울=뉴시스]박윤서 기자 = 여자배구 GS칼텍스가 3전 전승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며 컵대회 준결승으로 향했다.GS칼텍스는 3일 통영체육관에서 열린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A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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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심각한 문제인 자비치 선수의 부진을 살펴보자. 페퍼 배구단 인스타그램에 GS칼텍스전 패배를 알리는 사진이 올라왔는데, 그 사진에는 자비치가 없다. 엄청난 신장에 걸맞는 존재감을 보이며 미들블로커 한 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아시아쿼터 장위 선수와 달리 2세트부터는 코트를 지키지도 못했기에 일면 당연해 보이지만 어쨌든 팬으로서 너무나 속은 쓰리다. 특히, 마지막 경기에서 GS칼텍스전 실바는 서브면 서브, 공격이면 공격 엄청난 위력과 마무리 능력을 선보이며, 페퍼를 맹폭했기에 팬으로서 배까지 아프다..

 

 전체 1순위인 자비치 선수는 도대체 왜 타 팀 아시아쿼터만큼도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할까?

 

 일단 큰 신장에도 불구하고, 공을 때릴 때 파워를 힘을 싣지 못한다. 사실 영입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우려되었던 부분인데, 이 정도로 랠리 상황에서 믿음을 주지 못할 줄은 몰랐다. 실제로 1세트 후반부터 아예 박사랑 세터는 디그로 살려올린 공을 거의 자비치에게 주지 못했다. 어쩌다 한 번 토스가 올라가도 코트를 때리는 공은 거의 찾기가 힘들었고, 나중에는 자신감을 거의 잃은 모습으로 표정이 어두워지자 장 감독은 자비치 선수를 빼주기도 했다. 

 이 정도로 파워가 부족했던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걸까? 일단 박미희 해설위원은 페퍼 1세터 이원정이 대회 개막 3일 전에 부상당했음을 강조했다. 부랴부랴 2옵션 세터인 박사랑을 투입했다지만, 이원정과 호흡을 맞춰온 주공격수에게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원정이 돌아와도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외국인선수라면, 아니 아포짓 포지션 선수라면 왠만큼 높이 띄워주면 어떤 방법으로든 득점을 올려주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자비치는 동료들에게 이런 믿음을 아예 주지 못하고 있다. 2쿼터에서는 이런저런 공격이 모두 막히자 아예 자비치 선수를 빼고 박경현을 투입했는데, 오히려 좀 더 끈질긴 수비를 선보이며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줬다. 물론 결과는 3점 차로 세트를 내줬지만, 자비치에게 주어진 숙제가 얼마나 큰 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자비치는 경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답은 정해져 있다. 재작년 니아 리드가 가뭄에 콩 나듯 보여줬던 좋은 경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좀 더 높이를 살려서, 다양한 공격을 해야 한다. 파이프도 하지 않고, 후위공격도 잘 안 보이고, 세터의 토스에 매달려서 낮은 공을 툭툭 건드리는 식으로는 블로킹을 피할 수 없다. 걸리더라도 강타 위주로 때리되, 실패하더라도 파이프라도, 시간차라도, 후위공격이라도 시도하면서 상대 미들블로커와 수비진을 헷갈리게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감을 가져야한다. 어쨌든 1순위.. 모든 전문가들이 2순위 부키리치보다 좋게 봤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 다양한 공격을 시도하면서 스스로 활로를 모색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아쉽지만, 박사랑은 국대 경험에도 전혀 발전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블로킹도 높고, 수비도 열심이고... 다 알겠지만... 공격수에게 가는 토스가 이렇게 기복이 있으면 자비치와 장위의 신장을 살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이원정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주전 선수들에게 토스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아직 준비가 안되었을 수 있겠지만, 경쟁은 프로의 숙명... 자신에게 찾아온 이 기회를 잘 활용하려면 올리는 공 하나하나의 높이를 더 살려서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 

경기를 거듭할 수록 안 좋아진 경기력

 

 첫 경기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에게 두 세트를 빼앗으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나 싶었던 페퍼는 그 후 두 경기에서 갈수록 꼴찌다운 모습을 보이며 완패했다. 장 감독도 선수들 얼굴에 드리운 패배감을 지적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는데, 냉정하게 봤을 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자비치가 어떻게든 랠리 상황에서 마무리 능력을 보여줘야겠지만, 어두운 표정에 막막해 보였던 이 선수가 갑자기 작년 야스민 같은 파워나 마무리능력을 보여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주어진 상황에 맞춰 팀을 운영해가야 하는데... 짧게나마 몇 경기를 본 느낌으로는, 페퍼는 절대 공격수를 두 명만 두는 포메이션을 쓰면 안된다. 어떤 경우라도 박정아를 빼면 안 된다.  GS전 다잡았던 1세트를, 믿기지 않는 10 연속 실점을 당하며, 빼앗길 때, 장 감독은 후위로 간 박정아를 불러들이며 채선아를 투입했다. 리베로급 수비를 선보이는 채선아를 투입하며 수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중은 확실해 보이나, 그 후 팀은 제대로 된 공격 하나 성공시키지 못하며, 그리고 권민지에게 다양한 공격을 얻어맞으며 그대로 1세트를 내줬다.  아마도  5점 차에서 맞이만 20점대에서 수비를 안정시키면 한 점 한 점 내면서 굳히기를 할 수 있다고 본 것 같은데... 여자배구는 수비가 승부처긴 하지만, 일단 점수를 못 내면 이길 수 없다. 작년 야스민 같은 해결사가 없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어쩔 수 없다. 한방이 없다면 다양한 공격수 기용을 통해, 그나마 다양한 공격루트라도 유지해야 한다. 

 그나마 희망적 요소는 팀 블로킹은 작년에 비해 월등히 좋아졌다는 점... 전체적으로 외국인 선수 수준이 내려간 리그 상황에서 장위와 자비치 중심으로 쌓을 수 있는 블로킹 벽은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물론 그러려면 자비치가 좀 자신감을 찾아야겠지만...

 

 어쨌든 컵 대회는 끝이 났고, 이제 페퍼는 또다시 좋아진 수비와 블로킹으로 자기위안하며, 자비치의 부활과 이원정의 복귀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작년.... 이런저런 악재가 겹치며, 팀에서 제대로 된 부분이 외국인 선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 감독을 바꾸고 라인업도 정비하고, 수비도 강화하고, 블로킹도 높였더니... 외국인 기량이 작년만 못하다.. 이런 엇박자가 아쉽기 그지 없지만, 아직은 시즌 개막 전... 대체자원도 빈약하다고 평가받은 이 번 트라이아웃이었기에... 어떻게든 장소연 감독이 자비치의 기를 살려줄 방법을 찾기를 기원해 본다. 그리고 이원정 선수는 얼른 회복해서 복귀하길... 코트에서 좀 더 높은 토스로 자비치와 장위가 편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해야 만이 올해 페퍼에게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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