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MAC 05.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토리 – 리막의 초창기 (1)
영화 "헌트" 다들 보셨나요? 2022년 헌트가 개봉하면서 큰 주목을 끌게 된 것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타” 이정재가 첫 메가폰을 잡은 이유도 있겠지만, 여기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연예계의 대표 절친 정우성과 1999년 개봉한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만에 동반 출연했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여러분 영화 헌트에 관한 블로그 글을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하세요!)
이정재와 정우성의 친분 관계는 “청담부부”로 불릴 만큼 정말 유명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좋은 관계로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은, 어려웠던 데뷔 시절부터 성공한 지금까지 한결같이 서로 물심양면으로 도왔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한편으로 친구 사이면서도 함께 예의를 잘 지켜왔던 이유도 있구요. 이렇게 좋은 사람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큰 축복이라고 할 수 있겠죠. 서로 이끌어주고, 다독여주는 그들의 동반자적인 아름다운 관계가 너무 부럽습니다.
마테에게는 그러면 누가 동반자의 역할을 해주었을까요? 사실 리막도 창업 후 약 2년 간의 초기 시절에는 매우 어려웠었다고 합니다. 딱히 거느리는 직원들도 없이 마테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좌충우돌 힘들었던 그에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구세주가 한 명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미국 GM의 자동차 디자이너였던 Adriano Mudri 입니다.
만약에 마테가 아드리아노를 적절한 타이밍에 만나지 못했다면? 그렇다면 지금의 리막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제 생각에는 현재의 높은 명성을 얻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마테에게 있어서 그와의 만남은 정말 신의 한 수 였습니다. 왜냐하면 마테는 그와 함께 전기 슈퍼카를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작업을 같이 진행하기로 의기투합했기 때문입니다. 전기와 엔지니어링 관련 지식은 뛰어나지만, 디자인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던 마테에게, 경험 많은 디자이너 아드리아노는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조언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리막의 최신 수퍼카 디자인을 제안하고 이를 마테와 함께 개선해나갔습니다.
저는 아무리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뛰어난 자동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위한 첫 시작은 무엇보다 디자인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 부족한 자동차는 그저 달리는 기계에 불과하지 않을까 합니다. "잘 된 디자인"은 자동차에 생명을 불어넣고, 그 자동차가 존재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큰 그릇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좋은 디자인이란 밑도 끝도 없이 그저 멋진 디자인이 아니라, 그 자동차의 컨셉과 철학을 정확히 꽤뚫고 있어야 상승 효과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에서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는 부서와 디자인을 담당하는 부서와의 긴밀한 협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초 미니 회사 시절의 리막엔 이렇게 마테와 아드리아노 둘이 실질적으로 회사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아드리아노의 기존 회사 출근 시간 때문에 그들은 밤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하여 온라인 회의를 계속했다고 합니다. 최신 온라인 기술이 발달된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는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의지만 있다면 전세계 누구와도 얼마든지 회사를 함께 운영해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GM의 디자이너였던 아드리아노는 도대체 무엇을 믿고 마테를 선택한 것일까요? 마테는 자동차 산업도 변변치 않은 유럽의 변방 크로아티아 출신이었는데 말이죠. 아마도 그는 사람을 보는 안목이 대단했다고 볼 수 밖에 없겠네요. 자동차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크로아티아란 조그만 나라에서 전기 스포츠카를 만들어 보겠다는 괴짜가 나타났으니 그 사실 자체가 아드리아노에게도 신기하게 느껴졌을 법 합니다. 그러나 마테가 단순한 괴짜가 아니라 천재임을 직감한 순간부터 이 사람을 선택해야겠다는... 무엇인가 "확" 느낌이 왔겠지요.
그도 그럴 것이 앞편에서 소개한 괴물 전기 자동차 "그린몬스터"는 리막의 창업 후에도 "천재"인 마테에 의해서 수 년간 보다 엄청난 괴물로 진화해나갑니다. 마테는 고급 기술들을 지속적으로 접목하여 그린몬스터를 최강으로 업데이트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마테는 2011년 드디어 또 한번의 큰 사고를 치고 마는데... 바로 이렇게 진화한 괴물 그린몬스터를 직접 운전하여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 스포츠카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하게 된 것입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전세계 사람들을 순간 깜짝 놀랠킬 만한 사건이 되었죠. 그 과정을 담은 재미난 스토리를 아래의 짧은 유튜브에서 한번 확인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4AHStDMhDvE
아무튼 마테와 아드리아노 이 둘이 협력을 시작한 이후에는 정말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일들이 연이어 벌어집니다. 이들의 작업물을 보고 아랍에미리트의 왕실에서 큰 관심을 나타낸 것입니다. 넘치는 오일머니로 인해서 중동 지역 경찰차들은 람보르기니나 페라리등 고급 스포츠카가 많다고 하죠. 그 지역에는 또한 워낙 돈 많은 부자들이 넘치다보니, 그들에게 있어서 내연기관으로 된 전통적인 스포츠카 수집은 싫증이 났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대신 전기로 굴러가는 스포츠카를 개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중동 부자들의 귀가 번쩍 트였겠지요. 전기 동력원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디자인된 리막의 수퍼카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한 나머지 그들은 적극적으로 리막에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이러한 중동 왕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마테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기존에 직원이 없었으니 새롭게 직원들을 채용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했겠지요.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나자 마자 마테는 이제 중동으로 날아가 투자 설득에 나서게 됩니다. 두바이 상공을 내려다보는 비행기 안에서 마테는 드디어 일생 일대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얼마나 좋아했을까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란 말입니까?? 이번에 아랍에미리트 왕실에서는 말을 살~짝~ 바꿉니다. 리막의 본사를 중동으로 옮기는 조건 하에서만 투자를 할 수 있다고 한 것이죠...
마테의 머리가 점차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곧 피가 마르는 결정을 해야 할 순간이 온 셈입니다. 자...그들의 제안에 승낙을 한다면 하루 하루 회사 운영비가 모자라서 고생하는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오직 세계 최고의 전기 스포츠카 연구에만 매진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조국인 크로아티아를 버리고 모든 것을 새로운 나라에서 다시 시작해야한다? 문화가 이질적인 곳에서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상황들에 대한 부담도 엄청났을 것입니다.
돈이 먼저냐? 아니면 꿈이 먼저냐? 당시 마테의 최종 선택은 어떠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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