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상 29] 일본 고베 여행(20241213~16)-02_일본이 고베 대지진을 기억하는 법, 메리켄 부두의 메모리얼 파크(神戸港震災メモリアルパーク)

(사진으로 담기 어려운 30년 전의 처참한 지진 피해)

 

 벌써 30년 전이네요. 아직 어린 학생이였기에, 옆 나라의 엄청난 비극에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물론 한창 공부하고, 놀 궁리를 하느라 하루하루 바쁘던 학생이었기에, 뉴스를 볼 시간도 볼 이유도 없었지만, 그래도 고베 대지진이 얼마나 큰 재앙이었는지는 선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일본의 지명이라는 도쿄, 오사카 정도 밖에 모르던 옆 나라의 청소년에게도 고베라는 지명을 뚜렷하게 기억하게 해준 것 자체가 그 지진의 피해가 얼마나 컸는 지를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사망자가 무려 6,000명이 넘고, 부상자도 40,000명이 넘네요. 이 정도의 피해규모라면 재산 피해는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죠. 단 20초 간의 지진이 이렇게 많은 피해를 남긴 걸 보면, 자연 앞에 인간은 참 무력합니다. 얼마 전 무안공항에서의 비극도 인간의 무력함을 다시 생각해보게 했었지요. 

 

 여행의 이튿째날 도착한 고베, 호텔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닷가에 그 지진을 기억하기 위한 메모리얼 파크가 있다기에 찾아가 봤습니다. 분명 구글 지도 상 위치로 찾아왔건만, 한국 정서로 기대했던 커다란 안내판이나, 엄청난 조형물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잘못 온 건 아닌가... 한참 스마트폰과 주변을 번갈아 살펴보다가... 아 여기가 맞네... 깨닫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정말 현실적으로 조성되어 있는 메리켄 부두의 메모리얼 파크는 작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기울어진 가로등과 부서진 부두 구조물)

 

 분명 강한 내진 설계가 되어 있었을 텐데도, 형편 없이 부서진 부두 구조물이 당시의 지진 피해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지금은 평화롭기 그지 없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된 공원의 바닷가가 당시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었다고 하니, 뭔가 숙연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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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게 정리되어 있는 피해현장 보존 방식과 메리켄 부두의 연혁)

 

 긴 역사를 가진 메리켄 부두를 설명하고, 보존 방식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지만, 메모리얼 파크는 걷기에 10분도 안 걸릴 정도로 작은 사이트였습니다. 그나마 많은 설명이 있는 듯한 기억의 벽 같은 구조물은 하필 수리중이라 들어갈 수가 없더군요. 물론 거기까지 자세히 돌아봤다고 해도 10분 남짓이면 부족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정도로 공원 자체는 크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단촐하고 담백한 공간 구성이 일본인들이 대지진을 기억하는 방식일 것입니다. '필요한 만큼만 빈틈 없이 정확하게 한다' 어찌보면 일본인의 철학이 담긴 듯도 한 공간 구성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30년이 지나 고베를 대표하는 관광 사이트가 된 메리켄 부두에 일본인들이 슬프게 기억하는 그 날의 참사를 떠올릴 시설을 전면적으로 대거 배치하는 것은 부담되었으려나... 생각도 해봤지만, 당시의 처참한 피해 구조물을 굳이 그대로 남기면서 기억을 되살리려고 하는 걸 보면, 이 것이 일본의 방식인 것이 맞겠지요. 

 

(메모리얼 파크에서 바라본 맑은 하늘)

 

 막 찍은 사진으로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을 정도로 맑은 하늘이었고, 아름다운 바다였습니다. 한 쪽의 호텔과 반대쪽의 공단 시설도 관광도시이자 산업도시인 고베의 양면을 잘 보여준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이제는 고베대지진이라는 명칭보다는 '효고현 남부 지진'이라 불린다지만, 어쨌든 제게 고베는 엄청난 대지진의 피해를 딛고, 아름다운 해안가 모습을 잘 살려낸 도시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혹시나 고베 타워와 메리켄 부두로 유명한 고베의 바닷가를 거닐게 되신다면, 한 번 메모리얼파크에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일본인이 슬픔을 계속 기억하고자 하는 방식을 볼 수 있고, 그 현장에서 바로 바다를 보며 생각에 잠길 수도 있습니다. 

 

고베항지진메모리얼파크 · 2 Hatobacho, Chuo Ward, Kobe, Hyogo 650-0042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