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저녁거리를 걷다가 스타벅스를 들어간 날이었습니다.
사실 전 커피에 문외한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산미' 같은 맛 구분도 제게는 무척 어렵고, 원산지나 로스팅 방식 등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은 엄청난 재능(혹은 관심)이 있구나라는 생각도 합니다.
더구나 요즘은 카페인 의존이 심해진다는 느낌이 들어서... 디카페인 커피로 바꿔서 하루하루 버틴 지도 한 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스타벅스에 가는 재미가 더욱 없는 날이었죠. 그날 마침 눈에 들어온 그림이 있었으니, 바로 'Coffee Belt'였습니다.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니 부조도 그럴듯하고.. 볼수록 눈길을 끄네요. 미국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스타벅스지만, 커피는 정작 미국에서 많이 생산되지 않는 모양이군요. 물론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지만, 3대 커피 생산지역은 중남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인 모양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피는 카페인으로 인한 각성 효과도 있고, 향도 좋은 대표적인 '차'이지만, 과연 수입되서 오는 고급 음료의 이미지가 없었다면 오히려 대중화되기 어렵지 않았을까요. 물론 미국 등 서구 식습관에서 커피는 필수였다고 하고... 실제로 남북전쟁이나 2차 대전 시기에는 봉쇄된 남부 지역과 독일 지배지역에서 커피 수입이 끊기자 치커리 커피 등 비슷한 맛의 대용 차를 찾아내기도 했다고 하죠.
결국 수입되는 고급 음료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참으로 인간은 심리적 동물. 자국에서 생산되지도 않는 커피콩을 볶고 갈아서, 믹스부터 캡슐.. 원두커피까지 갖가지 방식으로 마시는 걸 보면, 인간세계 발전의 원동력은 결국 다양성.. 그리고 소비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디카페인 음료로 버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다시 커피를 마시게 된다면, 꼭 첫잔은 저 스타벅스에 가서 다시 저 그림을 바라봐야겠습니다. 왠지 뭔가 다른 것이 보일 것도 같고... 무엇보다 커피 향을 음미하면서 포스팅해 놓은 이 글을 보면 기분도 산뜻할 것 같네요.
여러분이 가시는 스타벅스에는 어떤 재미있는 그림이 있을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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