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해오늘! - 미국과 한국의 일상

[미국 일상 03] 사람보다 책이 더 대접받는 도서관, 세리토스 라이브러리

꿈꾸는 차고 2023. 4.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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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상 03] 사람보다 책이 더 대접받는 도서관, 세리토스 라이브러리

 

새로운 동네에 이사오게 되면서 알게 된 여러 이웃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네요. 근처에 좋은 도서관이 있는데 가봤어? 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안 가봤다고 하니 아니 왜 안가봤어? 라면서...그곳은 굳이 책을 보지 않아도... 하루쯤 날을 잡아서 구경하러 가기에 아주~~ 좋다고 다들 입을 모으더군요.

 

도서관을 구경하러 간다고? 얼마나 크고 좋길래? 동네 도서관이 크면 얼마나 크겠어? 라는 일반적인 생각때문에 이사를 온지 한참이 지났어도 저는 그동안 그곳으로 쉽게 발걸음을 하진 못했습니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뤄오다가 드디어! 그 도서관에 갈 일이 생겼네요. 큰 아이가 빌리고 싶은 책이 하필 저희 동네의 조그만 도서관에는 없었기 때문이었죠. 아 그럼 모두가 추천했던 그 도서관에 한번 가보자! 도서관이 크면 책들도 당연히 다양하고 많을 것이라는 단순한 믿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서둘러 "세리토스 라이브러리"로 (Cerritos Library) 향했습니다.  

 

주차하기 위해 도서관 경내로 들어설 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주차장 자리마다 완전 만석이어서 이미 많은 차들이 깜박이를 켜고 대기 중이었기 때문이죠. 뭐야? 이거 코스코(COSTCO)도 아니고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 그동안 동네 도서관을 갈때면 늘 한적했었고 단 한번도 주차하지 못해 기다리는 일은 없었거든요. 한참을 기다린 끝에야 겨우 주차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지루했던지 차에서 내리자마자 옆에 있는 분수대로 뛰어가네요. 

 

분수대 안에 있는 동물 조형물들을 쳐다보면서 신나해하는 아이들과는 달리, 저는 물 속의 동전들에 눈이 더 가더군요. 왜 사람들은 분수대를 보면 동전을 던지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하는 것일까요?ㅎㅎ 별별 동전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이색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분수대 속의 동전들이 제법 수북한대도 전혀 가져간 흔적이 없더라구요. 하지만 동전들이 계속 쌓여 있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가 있었습니다. 분수대 뒤로 보이는 하얀 건물이 바로 이 동네 경찰서였거든요 ㅎㅎ 경찰서 주위로 경찰차들이 쭈욱 주차해있으니 자연스레 질서가 딱 잡힐 수 밖에요!

 

 

 

 

분수대 주위에는 여기저기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앉아서 따사로운 햇빛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 대화하는 사람들... 일반적인 도서관의 분위기와는 달리 여유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가방 맨 학생들도 정말 많았구요. 그 사이로 커다란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건물이 있었으니....바로 도서관 본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색적인 것은 햇빛에 비쳐서 외관이 정말 반짝반짝 빛나더군요. 이 황금빛 외관은 도대체 뭐지? 하고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핸드폰으로 급검색해보니 이것이 무려 티타늄 합금이라고 합니다.ㄷㄷㄷ 티타늄은 원래 가격이 비싸서 임플란트나 특수 용도로만 쓰인다던데...건물 외장으로 쓰인건 이번에 처음 봤네요. 그렇다면 내부는??

 

 

 

 

내부는 더 놀라웠습니다. 도서관 출입문을 통과하여 실내 로비에 들어서자...또 입이 딱 벌어졌네요... 삼층 구조로 된 도서관 내부는 가운데가 뻥뚫려 있어서 그 덕분에 시각적으로도 시원해보이고 채광도 너무 좋더군요!  한쪽 벽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실제로 놀고 있는 초대형 수족관도 있었구요. 우리 가족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꼭 럭셔리 쇼핑몰에 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대형 수족관 옆이 바로 어린이용 열람실이었습니다. 기대감을 가지고 열람실에 들어서자... 거대한 공룡 뼈가 제일 먼저 저희를 맞이해주더군요. 설명을 읽어보니 이 공룡뼈는 모조품이 아니라 땅속에서 파낸 진짜라고 합니다! 무려 6천5백만년전의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르스라고 하네요. 1992년에 사우스다코타 주에서 발견된 것을 이곳 도서관으로 옮겨와 하나하나 조립했다고 합니다. 그 일련의 과정을 아이들이 알기 쉽게 그림과 글로 잘 설명해 놓은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한마리의 포효하는 티라노가 땅속에서 수백만년을 참아온 진정한 이유는 바로 이 자리에 있기 위해서?? 공룡뼈가 이곳 도서관에 30여년간 전시되었다는데 그간 얼마나 많은 아이들에게 좋은 과학적 영감과 꿈을 선사해주었을까?... 티라노의 뼈를 만져보면서 이 녀석이 땅 속 깊은 곳에서 그 오랜 세월을 꿋꿋하게 버틴 것도 다 의미가 있구나...라는 생각에 잠겨봅니다 ㅎㅎ주위를 둘러보니 이 곳에는 공룡 뼈 이외에도 우주왕복선 모형이라던가, 마치 실제 하늘과 흡사한 천장, 우주의 별자리,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구조물들이 다양하게 조성되어 있어서 마치  어린이 박물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이곳을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더군요. 여기가 엄연한 도서관임을 망각하고 뛰어다니려는 아이들을 말리느라 혼이 좀 났습니다 ㅎㅎ 그리고 구조물 사이 사이로는 도서관 답게 각종 테이블도 많이 있어서 가족 단위로 자유롭게 앉아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더군요. 자녀를 앉혀놓고 다정하게 책을 읽어주거나 숙제를 도와주는 부모들이 너무 평화로워 보이고 좋았습니다....요즘 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애들한테 책을 많이 읽어주지 못했는데 스스로 살짝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구요!

 

 

 

어린이용 열람실을 찬찬히 돌아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독서 흥미를 유도하기 해 이곳에 있는 소품 하나하나에 무척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열람실 한쪽은 마치 열대 우림에 들어선 것처럼 그럴싸하게 꾸며 놓았는데,  곳곳의 모형 나무들이 책꽂이와 한몸처럼 이어 붙어있어서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마치 책꽂이에서 나무가 나서 성장해온 것처럼요! 그럼 여기 나무들은 책들을 비료삼아 자란다는 것인지?!...웃긴 상상을 해보며 잠시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또 재미있었던 것은 나무들사이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실제처럼 흘러나오고 있었구요! 그야말로 아이들이 재미있고 편하게 책을 읽기에 너무나 좋은 환경이었네요. 많은 아이들이 새 소리를 들으면서 독서를 하고 있었구요. 소문대로 어린이 열람실을 너무 잘 구성해놓아서 그런지, 정말 인파가 많았습니다. 책 읽으러 온 사람 반, 사진 찍으러 구경 온 사람 반 정도?

 

 

 

 

이제 어린이용 열람실에서 나와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는데  밑으로 펼쳐진 광경도 볼만했습니다. 툭 트인 테이블에 앉아서 열심히 공부중인 사람들에게 속으로 화이팅!을 한번 외쳐주고...그리고 클래식해보이는 책들과 카펫트, 가구들이 무척 고급스러워 보이더군요. 

 

 

 

 

 

2층 성인 열람실에 들어서자, 서가에 꽂힌 엄청나게 많은 책들과 페처럼 잘 조성된 공간 때문에 정말 깜작 놀랐네요. 학교가 끝난지 얼마 안된 시간이어서 그런지 서가 옆 세미나실 안에는 중고등학생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공부나 회의보다는 친구들끼리 웃고 떠드느라 정신없는 학생들을 보니, 저 역시도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ㅎㅎ 

 

 

 

 

아니 그런데 동네 도서관의 시설이 이렇게 좋아도 되는겁니까?? 책꽂이는 금속 재질로 마감이 된데다 여기에 개별 조명까지 더해져서 정말 고급스러워 보이더군요. 마치 정성스럽게 꽂혀있는 책들이 환하게 빛나보이는 것이... 적어도 여기서는 사람보다 오히려 책들이 존중받고 대접받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저 소비되고... 시간이 가면서 낡아가는 대상으로서의 책이 아니고요. 책이 우리에게 주는 고마움을 사람들에게 일깨워 준다는? 그런 설립 의도였을까요? 동네 도서관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조성을 잘 해놓은 이유가 무엇일까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을 해봅니다. 책이 존중받는 컨셉의 도서관인가? 아무튼 책들도 생명은 없지만 나름 존중받을 권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ㅎㅎ

 

 

 

 

서가 사이 사이의 모습들도 너무 이쁘더군요....이 곳 바닥에 그냥 털썩 앉아서 하루종일 책을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을 하던 찰나...곧 여기 있는 모든 책들이 영어책이라는 현실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읽을 수 있는 수준에 한계가 많이 있겠지만서도...ㅎㅎ 그저 책들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배부른 포만감도 느껴지고, 무엇보다 눈호강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기서 책 안 읽고 저처럼 사진 찍으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3층으로 올라가보니 이 도서관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동네 도서관이 이렇게 좋을 수가 있는 것인지.... 저의 대학교 시절 중앙 도서관보다 더 좋으면 어쩌란 말입니까~~!! ㅎㅎ

 

 

 

 

열람실 한켠으로는 사람들이 편하게 앉아서 쉬거나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서 세심한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통 창문 사이로 눈에 들어오는 동네의 전경도 저물어 가려는 해 덕분에  빛나서 너무 아름다웠구요. 

 

 

 

여기서 다시 한번 반짝반짝 티타늄 외벽 기둥의 존재감이 드러나더군요! 아...티타늄이라는 고품질 재질을 활용한 이유는....해질녘 반짝이는 도서관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었겠구나 싶습니다. 밑에 사진을 한번 클릭해서 보세요! 티타늄 기둥들의 위엄!!

 

 

 

코너를 돌자 갑자기 복도에서 반가운 한글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이 먼저 보고서는 소리를 지르네요 ㅎㅎ 빛, 에너지, 정보?? 생뚱맞은 단어의 조합에 의미를 궁금해하는 아이들에게 나름 머리를 굴려서....독서를 열심히 하면 빛과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적혀있는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설명해줍니다...그리고 독서를 통해 빛과 정보를 얻고나면 마음의 에너지가 생길 수 있다고 저만의 해석도 덧붙여줍니다 ㅎㅎ 책이 소비의 대상만이 아닌 영감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면 틀린 해석은 아니겠지요? 

 

 

 

 

도합 두시간 반동안의 도서관 투어시간은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아이들도 이 새로운 도서관을 너무 마음에 들어해서...그러면 책이라도 빌려볼까 하는 마음으로 안내 데스크에서 회원카드를 당장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니...아니나 다를까 쉽지가 않네요. 도서관 규칙이 이 동네 거주자가 아니면 일년에 150불 연회비를 내야 회원카드를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ㄷㄷㄷㄷ. 그럼 그렇지....이정도 퀄리티있는 시설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료로는 분명 한계가 있을테니까요. 이곳 안에 들어와서 시설 활용과 독서는 모두 무료이지만, 동네 주민, 군인, 이 동네 학교 학생에 해당 되지 않은 사람에겐 도서 대출은 유료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다른 동네 도서관들의 회원카드를 가지고 있는 관계로 이곳에서 추가적으로 회원카드를 만드는 것은 좀 더 고민해보기로 합니다. 

 

미국에 와서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공립 도서관을 많이 다녀보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시설은 정말 처음이었네요. 그저 화려한 재질과 외관 때문에 좋았다기보다는... 이곳의 환경은 책들이 무언가 합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과거에 이곳 공립 도서관을 처음 설립하면서 책들도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라는 컨셉을 보여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저만의 상상을 한번 해보면서 도서관을 나섰습니다.... 

 

여러분들은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한국에 있을 때는 서울 개포동에 있는 개포도서관과 강남역 근처 국립 도서관을 자주 갔었던 추억이 많네요... 오늘따라 그곳에서 숙제도 하고 책도 읽던 그 까마득한 옛 시절이 무척이나 그리워집니다. 여러분들도 혹시 도서관에 가보신지 한참 되었다면, 돌아오는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동네 도서관 나들이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 

 

긴 글과 사진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되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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