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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요 내 고마운 사람 - KOVO 페퍼 배구단 조 트린지 감독 결별

마셜 2024. 2. 2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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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포스팅에서 페퍼 배구단이 앞으로 해야할 일로 '읍참마속'을 꼽았고, 세부적으로 네 가지를 제시했었는데, 순식간에 두 가지가 이루어졌다. 바로 조 트린지 감독이 시즌 다섯 경기를 남기고 팀을 떠나게 된 것. 많은 언론들이 이를 기사화했지만, 경질인지 사퇴인지 분명치 않다. 언론에서 '결별' 혹은 '상호합의 하에 팀을 떠난다' 는 식의 애매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아마도 경질이지만, 어차피 잔여연봉 물어줄 건데, 감독 자존심도 세울 겸 상호합의했다는 식의 정중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 같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해볼 때, 올 시즌이 86%나 진행된 지금 고작 3승에 불과한 승률을 생각하면 기타 잡음을 차치하더라도, 구단은 얼마든지 감독을 경질할 만 하다. 

 

 

'3시즌 연속 최하위' 페퍼, 조 트린지 감독 결별 공식발표…소방수는 '또' 이경수 대행 - 일간스포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이 조 트린지 감독과 결별을 공식발표했다. 페퍼저축은행은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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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안되는 배구팬들 사이에서도 '껌감독'이라 불리며, 조롱을 받았던 우리 조 트린지 감독은 결국 불명예스럽게 한국을 떠나게 되었다. 미국에서 꽤나 실력을 인정받은 감독이었는데, 아마도 앞으로 프로 지도 커리어에서 이 정도 약체팀을 이끌며 이 정도 엉망인 성적을 경험하긴 어려우리라. 앞으로 어디서든 다시 훌륭한 감독으로 평가받는 날이 오길 빌면서... 팬들이 조롱할만큼 형편 없는 감독이었는지를 다시 생각해봤다. 

 그 과정에서 문득 떠오른 옛날 노래가 있다. 바로 정재욱의 '잘가요'인데, 90년대 노래방 애창 발라드인 이 노래는 애절한 가사로 유명하다.

 

조 트린지 전 감독이 떠오른 그 가사의 한 부분을 옮겨본다. 

 

 


잘가요 내 소중한 사람 행복했어요 그래도 이것만 알아줘요
지금 그 사랑보다 결코 내 사랑이부족하다거나 얕지 않음을

잊어도 돼요
나를 만난 시간들은잠깐의 연극이라 여김을
잘한 거예요. 아무리 난 노력해도작은 희망도 없잖아요

 


  팬으로서 조 트린지 감독을 바라보는 시각이 애절한 사랑을 노래한 이 가사의 주인공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다시 봐도 절묘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잘가요'라고 말해주고픈... 막장 팀에 와서 고생했던 끝까지 열심히 한 감독이었다. 그리고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행복했었다'. 이제 좋지 않은 마무리와 함께 이 엉망진창 팀을 떠나지만, 그가 팬들의 사랑이 '부족하다거나 얕지 않음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또한, 아직 30대 중반 전도유망한 지도자인 트린지 감독 커리어를 생각할 때, 정신적 충격이 없도록 '페퍼를 만난 시간들은 잠깐의 연극이라 여김을' 바래본다. 마지막으로 만약 이 결별이 감독이 선택한 거라면, 정말 '잘한 것이다. 아무리 페퍼는 노력해도 작은 희망도 없다'.

 뭔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페퍼와 트린지 버전 잘가요 가사는 한 번 정리해보자

 

 


잘가요 내 소중한 감독 초반에는 행복했어요 그래도 이것만 알아줘요
지금 다른 팀 팬보다 결코 우리 팬 사랑이부족하다거나 얕지 않음을

잊어도 돼요
페퍼를 만난 시간들은잠깐의 연극이라 여김을
잘한 거예요. 페퍼는 아무리 노력해도 작은 희망도 없잖아요

 

 

 

 쓰고보니 허무한 쓴웃음이 나온다. 이 쯤에서 정재욱의 애절한 목소리로 원곡을 한 번 들어보자.

 

 그렇다면 트린지 감독은 그저 형편없는 감독인가? 아니,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이 노래를 헌정하는게 아깝지는 않다. 

 어처구니 없었던 '박정아 FA보상선수 사태' 그리고 최근 '오지영 vs 문슬기/이민서 사태' 모두 감독 책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냉정한 프로 세계에서 감독 탓이 없다 할 수 없겠지만, 이 어려운 악조건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사람이라 생각하기에 마지막에 '잘가요'라고 인사 한 마디 전하고 싶을 뿐이다. 

 특히, 한 가지만 배구팬들이 기억했으면 좋겠으면 하는 것이, 바로 트린지 감독이 시도했다 실패한 '후보군 선수 경기장 동행 제외 시스템'이다. 지금 '오 vs 문/이' 사태에서도 이 실패한 시도가 언급되고 있는데, 배구와 농구의 국제경쟁력 악화 원인 중 하나가 '2군 시스템 부재'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정말 아쉽게 느껴지는 시도이다. 전에 '체이서 매치'에 대해서도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 특히나 아직은 태반이 어리고 기본기가 부족한 페퍼 선수단 구성을 보면, 어차피 경기도 못나갈 선수들을 데리고 응원단처럼 세워놓느니.. 그 시간에 개인운동을 하는게 낫다. 아니면, 숙소에서 이동 중 체력소모를 피하며, 컨디션 관리라도 하던지... 더하여, 경기장에 가지도 못하고 숙소에 잔류하는 선수들에게는 정신적 자극도 될 것이다. 아마도 트린지 감독이 기대했던 것은 후자였던 것 같은데, 선수단이 그 의도를 이해하고 따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결국 2군이 없는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기량향성 혹은 체력 세이브, 그것도 안된다면 자극을 주는 효과라도 얻기 위해 자체 2군 시스템을 시도한 것인데...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처참하게 끝났다. 하지만, 한국배구에서 어찌보면 가장 외로웠을 트린지 감독이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그가 한국배구 현실을 잘 이해했고, 시스템으로서 뭘 바꿔야 하는지 제대로 접근했다는 의미이다. 한국여자배구 특유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 앞서가는 시도였다라는 주장도 있는데, 그냥 웃음이 나온다. 비록 실패로 끝났어도 방향 만은 올바른 시도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고액연봉이라며 맹비난을 받으면서도 국제경쟁력은 날로 추락하고, 저연봉 아시아쿼터 선수들에게도 밀리는 국내선수들에게 이 정도 자극도 무리한 것이라면, 선수들에게는 정말 '프로의식'이라는게 있는가?

 

 참, 불쌍한 이경수 감독(대행)은 벌써 대행만 세번째인데, 이번에는 정식 감독으로 기회를 주던지, 아니면 빨리 다른 감독을 선임하여 이 감독의 고생을 줄여줬으면 한다. 이정철 해설위원의 거취가 아직 불분명한 듯 한데, 아마도 현재 SBS 스포츠와 계약이 남아있고, 여자부 포스트시즌도 중계해야하기에 뭔가 정해졌어도 아직은 대외비로 유지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러길 팬으로서 진심으로 바란다. (물론 그렇게 되면 다시 코치로 돌아가야 하는 이경수 감독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배구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오지영 vs 문슬기/이민서' 사태에 대한 의문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정리한 후에 다음 포스팅에 다뤄보고자 한다. 그 사이 페퍼가 1승만 더 추가해주길.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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