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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하원칙으로 본 축구협회 문제해결 -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발표문

마셜 2024. 2. 1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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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컵 졸전과 클린스만 감독 경질, 선수단 내분까지 온 국민의 부담스러운 관심을 받고 있는 남자 축구대표팀... 이 모든 문제의 진원지인 축구협회의 수장 정몽규 회장이  2월 16일 입장을 발표했다. 많은 축구팬이 정 회장의 거취와 생각을 궁금해하는 이 시기.... 정 회장이.... 아니 축구협회가 어떤 시각으로 현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문제해결을 해나갈 생각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언론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정 회장, 그가 직접 발표한 문장은 어떤 내용인지 한 번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사진]'클린스만 감독 경질' 발표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클린스만 감독 경질 발표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biz.chosun.com

 

 발표문이 글솜씨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정 회장보다는 축구협회 대표로서의 입장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 발표문을 들여다보자. 바로 문제해결을 위한 분석에 자주 쓰이는 육하원칙.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왜(Why), 무엇을(What), 어떻게(How)

 

 누구나 아는 간단한 원칙이지만, 무분별한 비판보다는 그래도 협회 생각을 객관적으로 짐작해보기 위하여 이 글을 한 번 들여다보았다. 일단 발표문 전문을 살펴보자.

 

 대한축구협회 회장 정몽규입니다.

 먼저,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축구팬, 축구인들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께 큰 실망을 드려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축구 대표팀을 운영하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저와 대한축구협회에 가해지는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협회는 이번 아시안컵을 마치고 대표팀의 경기 참가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과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어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논의했고, 오늘 오전 협회 집행부 임원진들이 이러한 내용을 보고받고 의견을 모았습니다.이 자리에서 대표팀 감독에 대한 평가가 중점적으로 논의됐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해당 논의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최종적으로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의 경쟁력을 이끌어내는 경기 운용,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우리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게 기대하는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축구 국가대표팀은 단순한 스포츠 팀을 넘어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고, 그 에너지를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팀입니다. 앞으로도 그러해야 합니다.그러나 여러 논의와 의견을 종합한 결과 클린스만 감독은 감독으로서의 경쟁력과 태도가 국민의 기대치와 정서에 미치지 못했고, 앞으로 개선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어, 2026 북중미월드컵 2차 예선 전에 사령탑 교체를 결정하게 됐습니다.축구대표팀의 재정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대한축구협회는 2026북중미월드컵 2차예선을 꾸려가기 위한 차기 감독 선임작업에 바로 착수하겠습니다. 이에 앞서 새로운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을 선임해 진행하겠습니다.

 한편 최근 선수단 내부문제가 불거져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일이 있었습니다.

 한달 넘는 긴 단체생활.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운 경기를 이어온 가운데 예민해진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향후 대표팀 운영에 있어 중대하게 살펴야 할 부분과 시사하는 부분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향후 코칭스태프 구성이나 선수 관리에 대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유사한 상황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이번 대회와 관련해 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드리고,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1. 누가(Who)? 대한축구협회 혹은 협회 수장 정몽규 회장이

 발표문의 시작은 발표 주체가 정몽규 개인이 아니라 축구협회 수장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글 중후반부에서는 대한축구협회가... 축구협회는... 으로 표현하면서, 이 모든 발표가 축구협회에서 이루어졌음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묘하게도 글 마지막 부분,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는 표현에서는 주어가 없다. 아마도... '축구협회를 대표하여...,' 혹은 '축구협회 회장으로서...' 이런 표현을 넣을 경우 개인 책임이 부각되거나 축구협회에 대한 비판여론이 더 자극받을 수 있다고 본 것 같은데... 아 물론 같은 글에서 목적에 의해 유사한 문장이 반복될 경우 간결하게 표현하기 위해 주어를 생략하는 것은 좋은 습관이다. 다만, 뭘 해도 이쁘게 볼 수 없는 분위기.... 마지막 사과문에 누가 사과하는 것인지 명확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2. 언제(When)? 경질은 과거, 후속대책은 '바로'

 가장 궁금했던 감독 경질은 이미 과거. 과거는 과거... 이 글에서 중요한 '언제'는 그래서 언제 후임감독을 선임하고 언제 시스템을 정비하겠다는 것인지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바로'라는 부사인데, 이 한 단어를 보면, 당장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월드컵 예선이 얼마나 급박한 데드라인인지를 잘 알 수 있다. 이 중대한 문제를 바로 해결해야 하는 답답함에 휩쓸리 않겠다고 다짐이라도 하듯, '바로 착수하겠다'고 표현했다. 바로 착수해서 얼마나 걸릴지는 즉답을 피한 셈인데.. 어찌보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라 하겠다.  

 

3. 어디서(Where)? 해당없음

 

4. 왜(Why)? 클린스만의 부족한 역량, 선수단 내부문제, 사실 그 무엇보다도 클린스만 감독 선임

 원인에 대한 글 내용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분석결과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능력과 리더십이 부족했기에 경질한다. 그리고 선수단 내부문제가 불거졌기에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 

 이 두 원인 지목이 매우 합당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빠져있다.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건 축구협회인데, 잘못된 감독 선임으로 혼란을 야기한 점은 지적되지 않았다. 뒤집어 말하면 클린스만이 역량이 부족했고, 선수들도 내부문제를 일으켰기에... 감독은 경질했고, 선수단 문제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언뜻보면 포청천 급 판결인데, 이 문제를 만든 장본인이 포청천 판관 본인이라면 어찌되는 것인가... 스스로에 대한 자기 반성이 부족한게 너무나 잘 보이는 문장들이다. 

 

5. 무엇을(What)? 새로운 감독 선임, 내부문제 방지

 과제는 자명하다. 새로운 감독을 빠른 시일 내 선임해야 하고, 내부문제 방지를 해결해야 한다. 

 아니. 하나가 빠졌지. 전에 왜 클린스만이 선임되었는지 과정을 되짚어봐야하고, 위약금 100억원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것인지 돌아봐야지... 가장 중요한 근원을 외면하니... 그 다음 과제를 정리해내는 건 쉽다. 피식 웃음이 난다. 추운 날씨에 얇게 입고 야외활동을 오래 해서, 감기에 걸려 고열과 재채기 등이 문제가 되었다면, 당연히 다음부터는 장갑과 목도리를 착용하고, 일정 기온 이하에서는 야외활동을 금하겠습니다... 이렇게 원인분석이 나올 수 있겠지만, 아 감기에 걸렸습니다. 얼른 약을 먹고, 병원에 가보겠습니다.. 이렇게 넘어간다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6. 어떻게(How)? 전략강화위원회 새로이 구성, 다양한 방안 강구

 가장 궁금한 대표팀 감독은 뭐 당연하지만... 전략강화위원회를 구성해서 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라면 당연히 위원장이 바뀌겠지만, 지난 번 모두가 시작부터 우려했던 감독 선임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이런 걱정이 앞서는 가운데... 지난 번과 같은 프로세스로 같은 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협회 행보를 팬들은 신뢰하기가 어렵다.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 이런 문장은 자주 쓰인데... 어떤 때냐고? 당장 뭘 할 수가 없을 때지... 사실 이 내분인지 내홍인지 갈등인지 모를 사태에 협회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보인다.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도 의문이고... 뭘 하긴 하겠다는 건지 별 기대도 안된다.. 당장 뾰족한 수가 없음을 솔직히 고백한 걸, 솔직하다고 칭찬이라도 해줘야 하려나...

 

총평

 쉽게 잘 읽히는 이 글은 많은 비판을 잘 견디도록 유연하고도 오묘하게 잘 쓰여졌다. 다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환상적으로 밸런스를 잡으며 예상공격을 피했어도... 팬들이 가장 궁금해할... 클린스만 선임은 왜 이루어졌나? 그 책임은 누가 지나? 100억원은 어디서 나오나? 에 대한 아무런 대답이 없는 이 발표문은 근본적으로 동문서답이요. 변죽 울리기에 불과하다. 

 빠른 시일 내에 팬들 앞에 다시 머리 숙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이기에, 아마도 후속 발표문은 없겠지만, 적어도 다음 감독 선임 때는 지난 번 클린스만 선임 발표때처럼 모호한 선임이유만 나열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글로 모든 걸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 글조차 별로라면 협회에서 선임하는 수십억 몸값 감독 선임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아무쪼록 다름 감독 선임 발표문에는 알찬 내용이 담기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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