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친구 - 스포츠

장수(張繡)인 줄 알았는데, 이각(李傕)이었을 줄이야 - 클린스만 감독 결국 경질

마셜 2024. 2. 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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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빨랐다.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 참패가 채 보름도 되지 않았는데,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감독을 경질하기로 했고, 2월 16일 오늘 클린스만에게 이를 통지했다. 

 대한축구협회 답지 않은 이런 신속한 의사결정은 결국 그만큼 요르단전의 결과가... 그리고 그 전의 대표팀 경기력이 참혹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최근에 불거진 대표팀 내부 선수간 갈등 문제로 인한 분위기 일신이 필요한 것도 있었겠지만... 만약 결과가 좋았었다면, 비난 여론이 거셌어도 이렇게 속전속결로 결정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잘잘못을 떠나서 어쨌든 결정된 경질, 멀지 않은 월드컵 예선과 엉망진창 대표팀 분위기를 생각하면, 재신임이든 경질이든 그 결정의 신속함 만큼은 칭찬할 만하다. 

 

 

[1보] 대한축구협회,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에게 경질 통보

생각에 잠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4.2.16 [공동취재] ondol@yna.co.kr s

n.news.naver.com

 

 이제는 前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된 위르겐 클린스만, 이 슈퍼스타 출신 축구감독은 도대체 어떻게 기억되어야 할까? 감독으로 선임되었을 때부터 독일언론에서는 비꼬는 듯한 기사가 나왔고, 그간 수많은 축구전문가들이 그의 무전술, 방관을 강도 높게 비난해왔기에.. 다시 거론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 다만, 어찌되었든 드라마틱한 행보를 이어가며 아시안컵 4강에 진출할 때만 해도.. 속마음이 어찌되었든 그에 대해 꽤나 중립적 혹은 우호적인 기사와 게시물들이 많이 쏟아져나왔었다. 

 결국 이기면 장땡!! 

 

 이 묵직한 한 마디 속에 불안감은 조금씩 희석되어갔고, 나도 좀비축구를 선보이며,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를 연파한 클린스만 감독을 보며, 오..... 정말 무능한 줄 알았는데.. 장수(張繡) 정도 되는 인물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장수(삼국전투기)

개요 최훈 작가의 작품 삼국전투기 에 등장하는 장수 를 서술하는 문서. 패러디된 캐릭터는 헬보이 . 원작 헬

namu.wiki

 이제는 삼국지에 대해 열혈팬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스포츠 스타 들을 삼국지 인물에 비유하며 평하길 즐겼었다. 언급한 '장수' 로 말하자면, 장제의 조카로.. 본인이 걸출한 능력으로 군주가 되었던 인물도 아니고... 어쩌다보니 숙부의 세력을 물려받아 조조와 유표 사이에서 조조의 공격을 받아야만 하는 세력의 리더인데...

 최훈 작가가 재평가한 장수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의 한계를 잘 파악한다는 것. 자신이 다 이해를 못하더라도 뛰어난 부하의 조언을 그대로 따를 줄 알았던, 엄청난 S급 책사인 가후의 재능을 그야말로 가장 잘 활용한 삼국지에서 보기 드문 타입의 리더이다. 물론 삼국전투기 자체가 최훈 작가가 일정 부분 창작해내긴 했지만, 군주이자 리더 '장수'는 엄청난 세력도 대단한 리더십도 갖추지 못했지만, 정말 부하를 신뢰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했기에 조조에게 2연타를 먹일 수 있었다. 

 

 4강을 달성하고, 요르단에게 설마 지지는 않겠지.. 라고 행복회로를 돌리던 그 시점까지 클린스만은 정말 부하들한테 '해줘!!'라고 말만하면 되는 '장수'같은 리더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손흥민-이강인-김민재-황희찬 으로 이어지는 황금세대.. 사실 감독이 대단한 전술을 구사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라인업이기에... 그저 선수들을 믿는 것만으로도 뭔가 되려나보다... 애써 불안감을 억누르며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축구 한 게임은 그 내용으로 한 인물에 대한 평가를 180도 바꾸기에 충분하다. 유효슈팅 하나 없었던 처참한 패배는 장수는 개뿔!! 이각(李傕)이었네!!! 라는 한탄을 절로 하게 만들었다. 

 

이각

후한의 대사마, 거기장군 지양후 李傕 이각 작위 지양후 (池陽侯) 최종 관직 대사마 (大司馬) 겸 거기장

namu.wiki

 그래도 대사마였고, 한 때 황제를 옹립했던 군벌인데, 삼국전투기 등장인물 소개가 아직이네. 그만큼 팬들이 관심있게 볼 인물이 아니다. 동탁의 부하였다가, 쿠데타를 일으킨 여포를 제압하며 황제와 장안을 손에 넣은 군벌... 여기까지는 그 판단력이나 군사력이 상당해보이지만, 그 후의 막장행보는 실로 대단할 정도 수준이어서... 위 나무위키 평에서도 정치적 식견 따위는  전혀 없었다고 평하고.. 실제로 연의에서의 행보를 보면.... 장안 점령 후에.. 도대체 뭘 한 건지???? 수준으로 시간만 낭비하다가 황제 탈주 후, 조조에게 속절 없이 패한다. 

 

 클린스만 감독 또한 선수 시절 슈터스타였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독일팀 국대 감독까지 역임했으니... 후한 대사마 정도에 비할만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후 행보를 보면 거의 이각에 가까운 무능과 태만을 일삼았으니... 감독직 사임을 SNS에 실시간으로 터트린 것은 애교고... 무전술도 그렇지만.... 가뜩이나... 외국인 감독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되는 한국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정작 한국에서는 거의 체류하지 않고, K리그 경기도  관람하지 않아 비판여론을 자초했다. 정치적 식견이나... 미래에 대한 준비는 아무 것도 없었던... 이각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

 

 다만, 이제 한국 감독직을 내려놓으면서..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60억원이 넘는 위약금을 일하지 않고 챙기게 되었으니... 이미 엄청난 부자인 그에게 큰 돈이 아닐지는 모르겠으나, 이각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는 않았으니... 마지막까지도 운이 좋은 사람이고, 한국축구에는 큰 상처를 남긴 감독이다. 

 

 스타 선수들은 갈등에 휩싸여 있고,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협회는 전체 위약금 100억원을 날렸고, 월드컵 예선이 한 달 앞둔 이 시점에 코칭스태프는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이 엉망진창인 상황에서 소방수는 누가 될까? 언론에서는 홍명보, 김기동, 최용수 등 가능한 모든 자원을 후보군으로 거론했고, 실제로 협회는 또다시 인정 혹은 의리에 호소하며 이 유능한 감독들을 설득할 기세다. 

 감독 경질이라는 큰 한 걸음을 내딛는 협회에게 더 기대하는 게 무리일지 모르나.. 그래도 이번만은 이러한 설득으로 감독을 찾지 말고.. 정말 세세하고도 치밀한 계약협상으로 감독을 선임하길 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계약조항에 국내체류조건이 있었다면 클린스만이 이렇게 행동했을 거라 믿지 않는다. 결국 협회의 사전 계약 일처리가 잘못되었다고 밖에... 어떤 감독이 오든... 전보다는 좀 나아진 객관적이고 제대로 된 일처리로... 감독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기를 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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