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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짜리 축구 한 게임을 봐야 한다면 - 아시안컵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부차기 승리

마셜 2024. 2. 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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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구기스포츠를 볼 때도 비슷하지만, 특히 축구를 볼 때면, 게시판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짧은 글 혹은 댓글을 즐겨보는 편이다. 아시안컵 사우디아라비아전, 정말 힘들게.. 그래도 막판 짜릿하게 동점에 이어 승부차기 승리를 얻어낸 후, 살펴본 댓글 중 가장 눈에 들어왔던 건 짧고 굵은 한 줄이었다. 

 

 '뭐 어쨌든 이기면 장땡'

 

 새벽시간 다들 잠든 틈에서 이어폰을 끼고 노트북 앞에 앉아서 키득거리며 웃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피곤함은 가시질 않았다. 

 

 

한국 대역전 드라마에 "미라클"…전 세계가 놀란 사우디전 '극장승' [아시안컵] - 일간스포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자 외신들도 잇따라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 터진 극적인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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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그 피곤함의 일부는 내가 자초한 것이다. 뭔가 승리할 것 같은 근거 없는 믿음에.. 난 12시부터 노트북을 켜고 조별예선 하이라이트와 뻔한, 반복되는 전문가 예상을 들으며, 1시간을 축구를 즐기며 보냈고... 새벽 1시에 시작한 경기 아침출근을 걱정하는 많은 축구팬들의 바램과 달리 연장과 승부차기까지 치른 후에, 결국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분위기를 즐기며 오버페이스한 내 탓에 4시간 짜리 축구시합을 보고, 새벽 4시에 잠드는... 내게는 있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지만.. 어쨌든 됐다. 그 4시간이 헛되지는 않았다. 우리는 지다가 동점골을 넣고, 끝내 승부차기로 이겼거든. 

 나보다 축구를 잘 아는 수많은 블로거들이 있고, 이미 도배하다시피 기사가 쏟아져나왔지만, 내가 투자한 4시간이 뭔가 아까운 마음에...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사우디전 소회(?)를 남겨본다. 

 

1. 쓰리백! 다시 보게 되다니... 역시 늪축구는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늪축구를 구사하기엔 미드필더 수비력이 공통적으로 약하다는 것이 많이 아쉽다. 박지성 정도는 바라지도 않고, 이호 급의 수비형 미드필더만 있었어도 쓰리백이 꽤나 괜찮았을텐데 말이다. 

2. 빛현우!! 조현우의 반사신경이 돌아왔다. 김승규에 비해 뒤쳐지는 킥력은 여전히 아쉽지만, 그래도 기가 막히게 찬, 그리고 운도 따랐던 사우디 선제골을 빼면 선방했고, 무엇보다 승부차기에서는 대단한 포스를 보여줬다. 케이리그에서는 자주보여줬던 빛현우를 오랜만에 보니 너무나 반갑다. 

3. 조규성!!! 이렇게 장단점이 뚜렷한 선수가 있었던가. 혹자는 헤딩 원툴이라 비아냥하지만, 어쨌든 이 정도를 보여주는 스트라이커도 흔치 않다. 그리고 최후방까지 내려와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하는 모습까지.. 칭찬할만한 경기였지만, 연장전에서의 '형님 먼저' 패스는 오랜만에 얻은 까방권을 바로 당일날 사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다음 상대는 싸커루 호주, 유럽강호들과도 대등하게 싸우던 몇 년전 모습은 아니라지만, 세밀함이 많이 부족해보였던 사우디아라비아보다는 당연히 강팀이리라. 사실상 3일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타이트한 일정에... 충분히 휴식을 취한 호주를 상대해야하고, 쌓여있는 경고도 여러모로 불리하지만, 그래도 공은 둥글다. 게다가 녹아웃 스테이지.. 어차피 8강 중 만만한 팀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 8강만 넘으면 4강은 상대적으로 약해보이는 팀이라는 것을 위안삼고... 마지막이 될지도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이 꼭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도록 또 한 걸음 나아가길 바란다. 

(출처 : 아시안컵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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