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미지 출처 : https://www.mlb.com/padres)
LG 트윈스 팬들의 바람 혹은 예상을 깨고, 고우석이 MLB에 진출한다.
역시 스토브리그는 마감일까지 기다려봐야 하는 게 또 재미다. 마감일을 불과 하루 앞둔 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계약이 공식 발표되었고, 이제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선수가 되었다.
우승으로 29년간의 갈증을 풀었던 LG팬들에게, 주전 마무리 투수가 MLB에 진출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뉴스가 되어야 하겠지만, 몇 년간 리그 최고 마무리였던 영건(물론 올해는 3승 8패 15세이브로 커리어 로우 시즌)을 잃는 것은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일이다.
일단 몇 안되는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된 고우석은 MLB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가능하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의 마무리가 되기는 어렵다.
팬심을 섞어서 생각해 봐도, 고우석이 MLB에서 주전 마무리가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고우석 포심 평균 구속은 152.5km로 메이저리그에서 통하는 수준이다. 단, 메이저리그에서 매우 빠른 편은 아니다. 아마도 고우석 또한 이를 알기에 팬들에게 큰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도 고속슬라이더(평균 145.2km)를 연마하고, 구사해 왔는데... 이를 구사하면서부터 초구 포심의 스트라이크 적중률은 더 떨어졌다. 그렇다고 위기 혹은 큰 게임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였거나... 체인지업 등 제3구종이 완성도가 높지도 않다.
게다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샌디에이고는 이미 NPB 좌완 마무리 마쓰이 유키를 영입했고, 계약규모는 5년 2800만불, 고우석의 2년 450만불 계약을 소박하게 보이게 만드는 마무리 영입이다. 장기간에 걸쳐 큰돈을 투자한 만큼 어떻게든 활용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점을 생각해 보면, 샌디에이고의 마무리 기용 우선순위는 마쓰이가 될 수밖에 없고...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고우석은 현실적으로 엔트리에 잔류하며 셋업이나 롱릴리프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이 것조차도 잘 적응하고, 2023년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였을 때나 가능한 얘기다.
어찌보면 고우석의 가장 큰 무기는 '나이'다. 25살에 군필.. 결혼하고 가족들(장인어른 포함)까지 전부 미국으로 동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이 야구에 전념할 수 있는 '젊음'은 그에게 큰 무기다. 이 젊음이 지치지 않는 체력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보여주며, 포심 제구력(특히 첫 공)과 제3변화구 구사능력을 가다듬는다면, 얼마든지 MLB 마무리가 발전해 나갈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수성을 고민해야하는 LG 트윈스의 마무리는 누가 될까?
LG 트윈스는 2024시즌을 마무리 투수 유영찬과 함께 시작한다.
기사는 다소 의외라는 듯한 뉘앙스이지만, 대부분 팬들은 납득할만한 선택이다. 고우석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150에 육박하는 포심과 괜찮은 제구력을 가진 유영찬은 지금 시점에서 염경엽 감독이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선수이다.
이미 2023년 중간계투로 대활약을 통해, 생각보다 강심장이고, 포심 제구력도 괜찮음을 증명했기에, 일단 2024년 마무리 투수 유영찬의 호투를 모든 팬이 기대하고 있다. 2차 전체 43순위로 지명된 대졸 우완 투수(그나마 4학년 성적은 2승 2패에 불과)가 군복무를 제외하면 실질적 3년 차, 연봉 3,100만원에 불과한데도, 마무리로 낙점받은 것... 이 자체로 LG 입장에서는 멋진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나갈 수 있는 소재를 찾은 셈이다.
이제 고우석은 어엿한 MLB 선수, 한국인 야구팬으로서 김하성과 손잡고 MLB를 초토화시키길 응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MLB 투수 평균연봉과 얼마 차이도 안나는 연봉이지만, 2년 계약이 종료되어도 어쨌든 고우석은 27살, 언젠가 LG로 금의환양하더라도,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KO'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후에 돌아오길 바라본다.
고우석 선수 그동안 LG에서 활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도 우승으로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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