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미지 출처 :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홈페이지)
박정아 FA 영입에, 외국인 선수로 야스민 선발까지, 기대감을 키웠던 오프시즌을 지나 시작 2023-2024 시즌.. 페퍼의 성적은 처참하기 그지 없다. 꼴찌는 당연히 확정에 온갖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갈아치우던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이 천신만고 끝에 연패를 끊었다. 2월 23일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서 승리한 것
온갖 조롱과 동정을 받으며, 오히려 상대방 팀이 혹시나 연패 끊기의 희생양이 될까 긴장하는 기색이 있을 정도로 형편없는 팀이 되버린 페퍼.. 그래도 오늘은 1승을 챙긴 적이 있는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이기 때문인지... 선수들 몸놀림은 악착 같았고... 기나긴 23연패와 팀을 둘러싼 악재가 불쌍해보였는지... 해설진의 편파해설까지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가지게 했다.
오랜만에 야스민-박정아-이한비 삼각편대가 폭발하며 안정적인 공격력을 보이고, 적어도 디그에서만은 이제 다른 팀 리베로 못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채선아 덕분에.. 공수에서 그야말로 오랜만에 프로팀 다운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승부처에서 허둥지둥 대는 모습이 역력하고... 이상한 판정이 나와도 제대로 항의 한 번 못하는 코칭스태프도 여전하지만, 어쨌든 승리는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경험을 주는 것.. 오늘 승리로 많은 선수들이 한 걸음 크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시즌 종료를 얼마 앞두고 3승(28패)을 달성한 페퍼저축은행 팀은 향후 뭘 해야할까?
오늘 승리로 분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켰지만, 최근 불거진 선수단 내 괴롭힘 신고 건은 이미 프로팀이냐며 조롱을 받던 팀을 해체해야한다는 여론으로 몰고가기까지 했었다. 이미 실명이 밝혀진 피해자(아직 괴롭힘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는 M,L 선수이고, 가해자 선수는 아직 실명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여러 정황이나 모자이크된 사진으로 O 선수임을 짐작할 수 있다.
기사를 보면, 두 선수의 선수단 이탈 과정에서 괴롭힘에 대한 주장이 나왔고, 구단이 조사를 벌인 후에 KOVO에 이를 신고했다고 한다. 양측 입장을 들은 KOVO는 좀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상벌위를 다시 개최하기로 했다. 괴롭힘이 있었던 없었던 간에 페퍼는 이 사태로 인해 주전 리베로와 유망한 원포인트 서버, 그리고 백업 리베로를 잃었다. 사실 작년 원포인트 서버로 기대감을 갖게 했던 L 선수가 보이지 않을 때, 별다른 이유 없이 실업으로 퇴단한 것이 석연찮았다. M 선수에게 미안하지만, 늘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에 김해빈, 채선아 선수가 리베로 자리를 차지했을 때도 O 선수가 결장한 이유만 궁금했지, M 선수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습자지 같은 뎁스를 자랑하는 페퍼에서 M,L 두 선수 모두 소중한 전력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두 선수의 석연찮은 이탈을 조사한 구단이 괴롭힘 정황을 포착한 것을 잘 했다고 칭찬해줘야 하나.. 아니면 선수단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분노해야 하나...
어쨌든 일은 벌어졌고, 이제 상벌에 관한 일은 KOVO에게로 공이 넘어갔다. 여자부 최다연패를 갱신하고 시즌중 선수단 괴롭힘 의혹까지 불거진 만신창이 꼴찌 팀 페퍼 지금 바로 읍참마속(泣斬馬謖)을 해야 한다.
1. 아쉽더라도 O선수와는 결별할 각오를 해야한다.
이는 당연히 상벌위 조사결과 괴롭힘이 사실로 입증되었을 경우이다. 이미 분위기가 최악인 팀에 M, L 선수는 돌아올리 없고, 지금 팀 상황을 보면 O선수의 수비가 너무나 아쉽지만, 분위기를 일신하려면 문제를 일으키면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다는 기본으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다.
2. 조 트린지 감독과 결별도 한 걸음 빨리 진행할 필요가 있다.
설마 조 트린지 감독과 재계약할 생각은 아니겠지. 조 트린지 감독이 명성 있는 지도자라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트레이드는 아직도 인맥에 의해 이루어지는 좁은 한국배구판에서, 팀 뎁스가 이렇게 형편 없는꼴찌팀에게 젊은 외국인 감독은 그야말로 '산지기 집의 거문고'일지도 모르겠다.
팀 상황이 엉망진창이고, 신인지명권도 팔아먹은 페퍼. 무엇보다도 선수단 괴롭힘 의혹으로 분위기가 최악이기에, 분위기를 일신해줄 경험 많은 국내파 지도자가 꼭 필요하다. 재작년 IBK가 김호철 감독을 선임할 때와 비슷한데... 이해하기 어려운 특별지명과 최악의 성적으로 자진사퇴한 김형실 감독과는 다른 느낌의 기강을 잡을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유능한 감독을 모셔오려면, 다른 팀보다 먼저 움직일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감독 자리를 비워두고 먼저 접촉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은 해설 실력도 많이 늘고, 행복해설하시는 듯한 이정철 전 감독이 어떨까 싶었는데... KB 감독으로 소문이 흘러나온다... 또다른 맹장 타입 감독을 찾아 페퍼배구단 고민은 깊어질 듯 하다. 김요한 전 선수도 광주 출신에 페퍼 지도자에 좀 관심이 있는 모양인데... 지금 페퍼는 젊은 지도자를 시험할 때가 아니다. 김요한 전 선수가 딱히 이경수 코치에 비하여 나아보이지도 않는다.
3. 야스민 선수와 꼭 재계약해야 한다.
개막 전 다소간 물음표가 붙었던 야스민 선수의 이 번 시즌 허슬은 그야말로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이다. 얼마 전에는 경기가 끝난 후 선수단을 불러모아 고함을 지르며, 패배의식을 질타하기도 했는데... 주축 선수들의 괴롭힘 의혹으로 엉망이 되었을 선수단 분위기를 보다 못해 외국인 선수임에도 나서는 모습이... 왠만한 고참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불과 1년전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한 외국인 선수 치고는 너무나 무리하고 있는 야스민 선수.. 기량 또한 서브를 빼고는 흠잡을 데 없는 상위리그 수준이고 너무나 고생시키고 있기에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이만한 외국인 선수 없다.. 리시브 라인만 어떻게 정비해서, 제발 다음 시즌에는 제대로 공받아 시원하게 때리는 야스민 선수를 좀 보고 싶다.
4. 남은 시즌은 박사랑 선수로 마무리해야한다.
해설진들에게 '정신차려야 한다' 수준의 혹평을 여러 차례 들었던 박사랑 선수... 배알못 팬에게도 너무 얼어있다는 것이 보일 정도로 정신이 없어보였다. 오늘 경기에서는 뭔가 된다는 분위기 속에 괜찮은 토스를 올렸고, 극적인 승리를 맛봤다. 승리 후 펑펑 우는 모습에서 그간의 스트레스가 느껴졌는데, 오늘 승리로 많은 것을 배웠을 거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이 배워야 한다.
페퍼가 암울한 이유 중 하나는 고액연봉자인 이고은 선수 중심으로 팀을 이끌어야 하는데, 성적이 너무 안 좋다 보니 자연스레 젊은 유망주 박사랑 선수 위주로 기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물론 훨씬 나은 신장에 장점도 많은 박사랑 선수이지만, 아직 이고은 선수를 넘긴 어렵다. 다만, 어차피 망한 이 시즌에 야스민-박정아-이한비 같은 다양한 공격수와 호흡을 몇 경기 더 맞춰보는 것이 이고은 선수에게는 별 경험이 안되겠지만, 아직 어린 박사랑 선수에게는 꼭 필요한 경험이다.
5. 박정아 주장 중심으로
결국 팀 분위기 수습에는 박정아 선수가 앞장서야 한다. 사실 팀에 박정아-이고은 선수가 있는데 이미 젊은 팀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최고 연봉선수에, 압도적 국가대표 경력, 클러치박 명성과 우승경력을 생각하면, 개인 성격과 상관 없이 분위기 수습에 나서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오늘 23일(금) 경기 승리 후, 기쁨에 뛰쳐나온 어린 후배들을 조용히 정렬시키며 경기종료 절차를 진행할 것을 종용하는 박정아 선수 모습은 참 선배다웠다. 역시 스포츠는 이겨야 해.
아마도 시즌은 3승(혹은 잘하면 4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작년에 비해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은 성적에 더욱 조롱거리가 된 이 시즌이기에, 남은 경기만큼이나 뒷수습이 더 중요하다. 아무쪼록 선수단을 장악할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하고, 박정아 선수 중심으로 잘 뭉쳐서 프로팀다운 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미 더 망가질 것도 없는 팀. 조금만 앞으로 나아간다면 그 발전의 폭은 매우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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