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미지 출처 : KB손해보험 배구단 홈페이지)
준우승팀이 최하위가 되는 것에 2년이면 충분했다. 놀라운 탄력을 보여줬던 케이타 선수를 앞세워 KOVO 남자부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지 불과 2년, KB손해보험은 최하위를 확정지었다, 전통적으로 약팀이긴 했어도 한 번도 최하위를 한 적은 없는 팀이었다. 물론 이건 KB손해보험이 금성사 시절부터 끈끈한 팀이어서였다기보다는... 전통의 약체 한국전력이 늘 최하위를 맡아두었기 대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긴 역사를 자랑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치욕이라면 치욕... 그 와중에 그 치욕의 무게를 느꼈는지... 시즌이 채 10 경기도 남지 않았는데 후인정 감독이 지난 2월 14일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후 감독의 사퇴를 의외로 받아들이는 배구팬은 많지 않은 듯 하다. 계약기간이 얼마 안 남기도 했고... 성적 자체가 이 번 시즌 4승 밖에 못 거둘 정도로 처참하니... 구단에서 경질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배구팬들 사이에 도는 소문으로는 후 감독이 얼마 전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구단에서 만류하며 시즌을 마쳐달라고 해서 일단락되었는데, 그 후 갑자기 경질통보를 했다고 한다. 구단 혹은 모기업 고위층의 결정이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데.. 더하여 자진 사퇴가 아니라 사실상 경질인데 모양새만 갖춰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뭐 그럴듯 하다...
사실 당장의 성적도 너무나 안 좋지만.... 후 감독은 의욕적으로 추진한 트레이드에서 연이어 실패했다. 더하여 예상을 깬 나경복 FA영입까지.... 그 와중에 김정호, 박진우, 한성정 등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났고, 대신 합류할 선수들은 아직 복무 중이거나,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큰 출혈을 감수하며 영입한 나경복, 그리고 주전세터 황택의가 군복무중, 거기에 외국인 선수는 엄청난 기대를 하긴 어려운 비에나 이기에 탱킹 시즌이구나 싶었는데.. 또 트레이드를 하며 한성정 선수를 내보낸 것이 이 이해하지 못하는 팀 리빌딩 행보의 하이라이트... 그래도 최하위는 피해보자는 의도인 듯 한데..... 왠걸... 올해는 한국전력도 매운맛을 보여주며 중위권 싸움을 하고 있고... KB는 그야말로 동네북 이미지를 강하게 얻게 되었다.
사실 KOVO 남자부에서 탱킹은 큰 의미가 없다. 물론 이는 여자부도 마찬가지.. 뒤집어 말하면, 드래프트에서 그렇게 노릴만한 초특급 신인 자체가 없다는 뜻... 최근에 얻은 신인 홍상혁이 대학부에서 얻었던 명성에 비해서 KB에서 큰 활약을 못하는 부분을 생각해보자... 이는 다른 팀도 마찬가지여서 탱킹을 할만한 대형 신인이 별로 없다. 여자부도 신인이 주전으로 출전하는 경우가 드문 건 마찬가지다. 더하여 꼴찌를 한다고 무조건 신인을 1순위로 뽑을 수도 없다.
그런 면에서 탱킹을 택하지 않고, 꼴찌라도 면하겠다며... 황승빈 세터를 얻기 위해 한성정을 보낸 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렇다고 후인정 감독의 신인 픽이 성공한 것도 없고... 워낙 드래프트 풀이 안 좋았기에 한 구단을 빼고는 모든 구단이 재계약을 택했지만, 그 한 구단 외국인 선수도 나쁘지 않은 활약을 하면서... 가뜩이나 미들블로커가 휑하고 세터도 키가 작은 팀에서... 외국인 최단 비에나 선수 부담이 너무나 가중되는 선택을 한 꼴이 되었다.
결국 많은 팬들도 별로 아쉬워하지 않는 사퇴가 되어버렸는데... 어쨌든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서라도 준우승을 달성했고... 적지 않은 나이와 남부럽지 않은 배구커리어에도 이상하게도 불리한 판정을 많이 당해, 늘 거센 항의를 하고 있는 이미지만 남기고 후 감독은 떠났다. 아직 젊기에 감독 커리어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당분간 남자부 감독을 맡기는 어려울듯... 그래도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끄는 리더십과 부드러운 면모를 잘 보였기에 여자부 혹은 대학부에서라도 감독으로 다시 볼 수 있을 듯 하다.
그럼 다음 감독은 누가 될까?
현재 김학민 코치가 대행을 맡아 난파선이나 다름 없는 팀의 시즌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김학민 감독이 승격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KB 분위기를 보면, 팬들 지적처럼 '강한 성격의 관리형 감독' 이 필요하다. 그런 올드스쿨 이미지 대명사인 김호철은 여자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고... 현재 해설에서 좋은 독설가로 자리잡은 이정철 위원이라면 어떨까 싶다.
꽤 긴 시간 지도자 생활을 쉬기는 했지만, 아직은 감독으로 충분한 나이... 그리고, 독사로 알려진 엄한 훈련은 만신창이가 된 팀의 이미지를 쇄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뭔가 될듯 밀듯 헤매고 있는 홍상혁 등 젊은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이정철 위원은 감독시절 외국인 선수 픽에서 실패한 적이 없다.
(금성사에서 선수 경력이 있는 것도 작지만... 도움이 될 만한 인연)
어쨌든 한 발 빨리 감독자리를 비운 것은 그만큼 후임 선임에 장고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흘러다니는 소문처럼 외국인이 되는... 이정철 위원이 되든.. 아니면 김학민 대행이 승격하든... 빨리 결정해서 어깨가 처진 선수들이 새로운 선장과 함께 다음을 준비하게 되길 빈다. 혹시나 외국인 감독이 온다면... 조 트린지 스타일이 아니라 대한항공의 전 감독이었던 산틸리나 여자부 아본단자처럼, 호랑이 감독이 오길... 지금 KB에는 누구도 함부로 볼 수 없는 맹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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