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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5세트 울렁증 - KOVO 2024-25 시즌 17차전 페퍼저축은행 2:3 패배

마셜 2024. 12. 2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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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페퍼 배구단 인스타그램)

 

졌잘싸

 

 졌지만 잘 싸웠다.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지만, 그래도 6연승 중인 상대가 빈틈을 보이면 물고 늘어져서 두 세트를 빼앗아 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 와중에 블로킹은 확실한 무기로 자리를 잡았고, 늘 그렇듯 분산되는 공격은 상대방 블로킹 시선을 잘 빼앗았다. 

 결국 승리로 기억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홈에서의 접전 후 패배는 진한 여운을 남겼지만, 그러한 감정은 생각보다는 금방 가라앉았다. 완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접전을 벌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마지막 세트를 시작할 때 이미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페퍼는 또 한 번의 패배를 받아 들었고, 선수들은 그 와중에 자기 장점을 비교적 많이 보여줬다. 

 

 

승리로 기억되지 못한 테일러의 활약, 23득점, 공격성공률 39.6%

 

 경기 시작 전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안 좋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테일러. 도대체 선수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1라운드 말 합류한 대체 외국인 선수가 3라운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두 번이나 감기라는 뉴스가 나올까... 한숨이 나왔지만... 웬걸.. 테일러는 평소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였다. 

 23득점에 39.6%의 공격 성공률, 범실은 7개.  공격성공률이 아깝게 40%가 무너졌지만, 5세트 눈이 썩는 팀 경기력이 아니었다면 훨씬 좋은 스탯으로 경기를 마무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 그렇다고 어제 테일러가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인 건 아니다. 늘 그렇듯 열심히 하며 뭐라도 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그럼에도 펀치력은 2% 부족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연타든 쳐내기든 상황에 맞춰 공을 처리하려는 시도가 잘 통했고, 정관장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페퍼는 적어도 어제 4세트까지는 외국인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경험을 했다. 물론 그러한 상대우위에는 정관장 부키리치의 엄청난 범실쇼가 큰 공헌을 했지만...

 

 

이 정도면 5세트 울렁증, 왜 이럴까?

 

 기록을 뒤져보니, 그래도 페퍼는 올 시즌 풀세트 접전에서 이긴 적도 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랬던 것도 같다. 솔직히 의외다. 지금 페퍼의 선수구성을 보면, 5세트에서 페퍼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게임의 승패를 걸고 15점만으로 승부를 가리는 5세트. 당연히 초반 점수싸움이 그대로 승패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그렇기에 세터는 초반 웬만큼 리시브가 정확하지 않으면, 주포에게 큰 공격을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페퍼는 지금 이렇다 할 주포가 없는 상황. 그리고 이러한 약점은 너무 뻔하기에 선수들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일까... 어제 경기 5세트에서도 시작과 동시에 염혜선의 서브에 페퍼 리시브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4점을 연달아 헌납했다. 작전타임도 소용없었고, 이러한 기세에 올라탄 건지 범실을 연발하던 부키리치도 침착하게 페퍼 코트에 공을 때려 넣었다. 

 덧붙여 5세트에 대등하게 승부를 겨뤄보기엔 리시브도 많이 불안하다. 물론 염혜선의 서브가 까다롭긴 하지만, 그야말로 정신을 못차리며 이리저리 되는 대로 서브에 손을 대는 페퍼의 5세트 초반 리시브 모습은 작년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리시브 실수를 연발하며 연달아 4점을 먹고 겨우겨우 서브를 돌렸지만, 이미 승부는 난 후였다. 

 정리하자면, 아직은 심리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을 정도로 불안정한 리시브 실력과 강요된 하이볼 상황을 해결해줄 수 있는 한 방이 없는 공격라인업 때문에 앞으로도 페퍼는 5세트 싸움에서 많이 불리하다. 이는 라인업 구조 상 문제여서, 장 감독도 지난 19일 도공 5세트에서 박은서로 버텨본 듯한데.. 적어도 박은서는 강하게 때리는 힘에서는 리그 상위권이니까... 그때도 결과는 같았다. 초반 대량실점 후, 뭔가 제대로 된 공격을 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점수차가 4~5점.. 15점 싸움에서 아직 페퍼는 4~5점을 따라가기 어렵다. 사실 이건 여자부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다. 결론은 어떻게든 페퍼는 5세트까지 몰리는 상황을 피해야 하고, 만약 5세트에 나설 때 이한비 리시브가 염려되면 이예림을 넣던지... 뭔가 리시브를 버틸 궁리를 더 해봐야 한다. 

 

 

한다혜만 제 컨디션이었다면

 

 어제 패배에서 제일 아쉬웠던 부분은 국가대표 리베로 한다혜의 컨디션이 평균 이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기록에서도 드러나는데, 리시브 효율이 10%가 나왔다. 아마 올 시즌 경기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이고, 한다혜 최근 커리어 중에서도 손꼽히는 숫자다. 물론 이는 한다혜만의 실책은 아니다. 워낙 리시브에 있어서 자신감이 바닥인 팀이다 보니, 선수들이 겹치거나, 피해주는게 늦거나 하는 경우도 자주 나오는데, 이런 것도 꼬꼬마들을 이끌고, 교체도 없이 리시브진에서 버티고 있는 한다혜에게는 큰 부담일 것이다. 

 아마 체력부담으로 인한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다른 팀은 대부분 비중은 작더라도 백업리베로를 출전시키고 있는데, 페퍼는 엔트리에 들어있는 오선예, 이주현이 코트를 밟지 못하고 있다. 이래저래 채선아가 그립기도 하고... 한다혜에게 업혀다니는 공격 특화(혹은 전용) OH 들 때문에 아쉽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현실에서는 한다혜가 버텨주는 수밖에... 곧 올스타전 브레이크가 다가오니 그때까지만 잘 버텨주길 기대해 본다. 

 다만, 장 감독도 리베로 문제는 조금 생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채선아가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면 모를까. 아니라면 지는 게임에서는 오선예, 이주현도 더 써봐야한다. 2군이 없고, 경기수는 많은 KOVO에서 감독이 불안하더라도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치를 주지 않으면, 선수들이 성장하기 어렵다. 아니면 이예림을 더 많이 써서 한다혜 부담을 덜어주던지... 지금은 주춤하지만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흥국생명도 신연경과 격차가 커 보이는 도수빈을 가끔은 투입하고 있다. 물론 도수빈은 프로 커리어가 이미 상당한 선수... 페퍼의 두 어린이 리베로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선수들의 체력은 한계가 있고, 체력이 떨어지면 경기력도 떨어지고 부상 위험은 올라가는 건 당연지사... 이제 5승을 달성한 초보구단에서 1승 1승을 추가하는 게 최우선이지만, 팀의 몇 년 후도 조금은 생각해줘야 하는 게 KOVO 감독의 숙명이다. 

 

 

 이제 2024년도 한 게임 남았다. 5승을 달성했으니 작년과 달라지긴 했지만, 어제처럼 잡을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친 아쉬움은 일년을 되돌아볼 때 더 강하게 되살아 난다. 최근 리그에서 가장 분위기가 좋은 현대건설을 상대로 선수들이 가진 걸 다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만, 그래도 부담은 내려놓고, 좀 더 강하게 좀 더 빠르게 해 본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주길 기원해 본다. 그리고 승패에 상관없이 어린 선수들도 코트에서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어차피 7 대 3 정도 전력 차이에서 맞붙어야 한다면, 도박적인 경기운영은 3에서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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