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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다 보급형 몰빵머신만 있었어도 - KOVO 2024-25 시즌 15차전 페퍼저축은행 2:3 패배

마셜 2024. 12. 2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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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페퍼 배구단 인스타그램)

 

 보급형 몰빵머신, 타나차의 위력

 
 나날이 국제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는 한국배구.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을 '몰빵'한다는 게 가장 심각하다는 게 중론이다. 자유계약 시절처럼 완전히 리그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외국인 선수는 없지만, 그리고 아시아쿼터까지 도입되면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미들블로커와 센터에도 외국인 선수가 다양한 활약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KOVO에서 한 팀의 성적을 가장 빠르게 그리고 손쉽게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외국인 '몰빵'이다. 
 사실 작년 페퍼의 모습도 그랬다. 야스민의 호쾌한 공격은 토스 완성도를 그리 따지지 않았고, 어느 정도만 올려주면 힘과 높이로 블로킹을 뚫어내는 공격력은 하이볼 상황에서 고민이 필요 없게 하는 수준이었으니.... 지금 하이볼 상황에서 절절매는 페퍼 모습은 작년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어제 악전고투 끝에 페퍼에게서 승리를 빼앗아간 도로공사(이하 '도공')도 게임 후반부, 특히 5세트는 그야말로 몰빵 그 자체였다. 다만, 몰빵에 나선 외국인 선수는 높은 순위에서 뽑힌 니콜로바가 아니라, 대체 아시아쿼터 타나차였다.
 작년 애매한 활약을 보이며 재계약에 실패했던 타나차이지만, 올해 전반적인 외국인 수준이 내려가면서, 이제 대체 선수로 타나차 급이면 엄청난 수준이 되어버렸다. 실제로 어제 타나차는 그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는데, 작년 야스민이나 올해 모마 같은 엄청난 위력은 아니었지만, 조금은 허술한 페퍼의 블로킹과 수비를 뚫어내기엔 충분했다. 마치 몰빵에 특화된 듯한 모습을 보여줬던 야스민 수준이 아니라 뭔가 조금은 약하고 지쳐보이는 보급형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보급형 몰빵머신만 있어도 충분했다. 이 보급형 몰빵머신의 활약으로 5세트 초반 4점을 연달아 빼앗기면서, 사실 승부는 갈렸다. 페퍼에게 벌어진 점수차를 따라갈 수 있는 게임체인저 급 무기는 장위의 서브일 뿐인데, 전위에서 출발한 장위가 서브 포지션으로 돌아오기도 전에 이미 흐름은 도공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부진했던 테일러, 그리고 장소연 감독의 고집

 
 유난히 크고작은 부상이 많은 올시즌이다. 어제 경기도 조금 늦게 중계를 켰더니, 코트에 테일러와 이한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요즘은 이러면, 어디 부상인가? 이런 걱정이 먼저 드는데, 다행히 둘 다 부상으로 인한 교체는 아니었다. 둘 다 엄청 못해서 감독이 빼버린 거지... 사실 이 것도 걱정해야 할 일인 건 마찬가지다. 
 기록지를 보니, 특히 테일러의 부진이 심각했던 모양이다. 공격성공률이 30%를 밑돌고, 범실은 4개를 기록했는데, 오죽 답답했으면 아예 빼버리고, 박은서와 이예림을 투입했을까. 대신 들어온 박은서는 모든 세트를 소화하지 않았음에 9득점을기록했지만, 외국인 자리 공백을 완전히 메워주지는 못했다. 
 그런데, 장소연 감독 고집은 확고해보였다. 치열한 접전에서 이미 많이 쉬었던 테일러, 이한비를 다시 쓰기 쉽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나름 에이스인 두 선수를 팀이 핀치에 몰린 상황에서도 쳐다보지도 않은 것은 뭔가 그 전의 한 발씩 늦은 이랬다 저랬다 하는 대처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결과가 실패여서 그렇지... 아마 박은서에게 공격을 몰아주고, 이예림으로 리시브를 버티면서 어떻게든 승리까지 끌고 가보겠다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은데, 장기레이스를 이끌어야 하는 초보 감독에게 이런 결의도 물론 필요하다.  그리고 작전타임 중 구체적으로 공격패턴 지시를 하면서 어떻게든 박은서의 펀치력을 살려보려고 했던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서브리시브에서 헤매는 박정아에게 단호하게 버티라고 주문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이제 5승을 달성하면서, 뭔가 팀 다운 모습을 보이자, 장 감독도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건가 싶기도 한데... 이러한 주목을 받은 국내 선수들이 앞으로는 보다 높은 공격성공률로 감독 믿음에 부응하길 바란다. 
 
 

상대에 비해 부족해보였던 '분석'

 
 도공은 1~2라운드 연이은 페퍼전 패배가 마음에 걸렸는지, 전력분석에 많은 공을 들여서 나온 게 느껴졌다. 고만고만한 페퍼 OH가 쳐내기 공격을 시도하려고 하면 손을 빼서 아웃을 유도하기도 하고, 타나차 앞의 낮은 블로킹 높이도 집요하게 활용했다. 이제는 가진 무기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많은 페퍼 팀은 이런 세세한 대응을 뚫지 못했다. 사실 라인업이나 경기내용은 거기에서 거기였고, 도공도 니콜로바가 막판 교체당하는 수모를 당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었지만, 결국 타나차의 활약과 좀 더 페퍼 상황에 맞는 도공의 대응이 풀세트 접전 후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이러면 곤란하다 박정아.. 이예림

 
 박정아 선수는 21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지만, 5.7% 라는 충격적인 리시브효율을 선보였다. 명색이 OH인데 5.7%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OH 중에 이렇게 공격만 하는 선수가 있는 것도 두통거리인데, 이예림은 반대의 걱정거리를 안겨줬다. 공격시도 9번 중 4번 범실 하고, 겨우 한 번 성공시켰던 이예림 또한 어제 믿고 공을 올리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OH 두 명 중 한 명은 공격만 하고, 한 명은 수비만 한다면, 상대방 블로킹은 뭐... 고민할 게 없다. 게다가 리시브가 엉망이니 속공도 파이프도 쓸 수가 없다. 이 와중에 하혜진은 마이너스 리시브효율을 기록했고, 상대방은 리시브에 참여한 네 명의 선수가 모두 25% 이상을 기록했으니... 지고 나서 돌아보니, 페퍼는 도공보다 리시브를 훨씬 못하는 팀이다.
 
 
 다음 경기는 IBK기업은행. 명색이 외국인 OP인데, 5세트에서 팀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했던 테일러가 더 의기소침해졌을지... 아니면 이를 갈고 다음 시합에서 명예회복에 나설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빅토리아라는 최고 수준 외국인 OP와 황민경이라는 배구지능이 높은 공격수가 이끄는 기업은행은 분명 전력에서 페퍼보다 한 수 위다. 혈전을 치르고도 패배하고 홈으로 돌아온 선수들의 피로가 심하겠지만, 여기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줘야 만만치 않은 팀으로서 이미지를 확실히 할 수 있다. 리시브부터 더 침착하게 임하면서, 조금 더 완성도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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