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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5승째! 이제는 순위싸움을 향해 - KOVO 2024-25 시즌 14차전 페퍼저축은행 3:0 승리

마셜 2024. 12. 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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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페퍼 배구단 인스타그램)

 

 해가 바뀌기 전 시즌 5승, 일단 일차 목표는 달성

 

 창단 후 페퍼저축은행(이하 '페퍼')의 시즌 최다승은 겨우 5승이었다. 시즌 36경기를 치르는 KOVO에서 아무리 신생팀이고 약체였다지만, 겨우 다섯 번 밖에 이기지 못하는 게 페퍼 실력이었고 현실이었다. 차곡차곡 FA를 영입하고, 외국인선수와 아시아쿼터도 1순위로 영입(*이 와중에 외국인 1순위는 1라운드 중 교체)하고, 이리저리 트레이드도 하고, (이 와중에 신인 지명권도 차곡차곡 팔아먹고) 꾸준히 보강을 한 덕분일까, 크리스마스 시즌이 오기도 전에 시즌 다섯번째 승리를 기록했다. 상대는 전력이 많이 약화된 GS칼텍스(이하 '지에스')였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셧아웃 승리였고, 모든 지표에서 상대방을 압도했다. 지에스도 최고 외국인 실바를 앞세워 저항해봤지만, 줄부상으로 주전이 빠져 있는 헐렁한 라인업으로 페퍼를 상대하기는 어려웠다. 바꿔 말하면, 이제 페퍼도 비록 하위권 상대로는 계산이 서는 팀이 되었다. 어찌보면 이렇게 계산이 서는 팀이 되면서 신임 장소연 감독의 첫번째 목표는 달성하게 되었다. 

 

 

한 시즌 최다승 타이 달성한 페페저축은행…희망을 보기 시작했다!

V리그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에도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러나 이전보다는 한결 나아진 모습으로 밝은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페퍼저축은행은 14일 광주페퍼스타디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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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승의 공산당 농구가 생각나는 페퍼의 평등 배구

 

 지금은 감독도 팀도 선수도 사라지고, 추억이 되었지만,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고양 오리온스의 포워드 농구는 KBL에 분명 한 획을 그었다. 김동욱, 최진수, 이승현, 헤인즈 등 수준급 포워드를 무한 교체해가며 상대방을 숨막히게 하던 추 감독은 한 명이 다득점하는 꼴을 못본다는 팬들의 응원 혹은 비아냥 덕분에 '공산당 농구'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 토요일 페퍼의 경기도 어찌 보면 그랬다. 17득점의 테일러부터 10득점 박정아까지 4명이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했고, 하혜진도 8득점으로 어찌보면 선발라인업 전원이 균등한 공격을 가져갔다.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들도 다득점을 억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에 공산당 농구라 평가받았던 추일승 감독의 농구와 달리 페퍼의 배구는 비난받을 여지가 적다. 지금 페퍼는 펀치력이 약한 외국인 테일러와 결정력이 예전 같지 않은 박정아, 그리고 MB 치고는 서브와 공격이 뛰어난 장위까지 엇비슷한 공격수 4명을 데리고 점수를 만들어 가야하기에, 기회를 평등하게 배분해야 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테일러가 데뷔 초반 시원찮은 공격력을 보였을 때, 박정아와 이한비에게 공격이 집중되면서, 상대방 MB에게 공격을 쉽게 읽히는 답답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2라운드 후반부로 오면서, 어떻게든 테일러가 공격에 가담하기 시작했고, 상대방 MB 및 수비진을 헷갈리게 하면서, 박정아와 이한비, 장위의 부담도 확실히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테일러가 파이프, 이동공격을 섞어쓰면서 계속 공격점유율을 30% 이상 수준으로 유지해줘야 한다. 그렇게 블로킹을 본인에게 집중시켜야 나머지 공격수 들이 고르게 "평등"하게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 

 

 

얼굴이 조금은 밝아진 하혜진, 더 자신 있게 공격해주길

 

 아시아쿼터 1순위 장위가 기대만큼의 높이와 기대이상의 공격력으로 든든하게 MB 한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MB 한 자리의 하혜진은 그간 엄청나게 비판받았다. 공격에는 자신감이 없었고, 블로킹에서도 존재감이 없었으며, 서브조차도 작년에 비해 퇴보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난 지에스 전 하혜진은 밝아진 얼굴 만큼이나 자신감 있는 공격을 보여줬다. 물론 시원한 강타는 없었지만, 괜찮은 체공력을 이용해서 구석구석 찌르는 공격은 잘 먹혔고, 8득점으로 뜻밖에 포인트 싸움에 가세해주면서 지에스에 결정타를 먹였다. 

 사실 고교 시절까지 아니 프로 데뷔 때까지도 큰 공격으로 기대받았던 하혜진은 여전히 MB 포지션이 조금은 어색해보인다. 여전히 페이크 점프도 어설프고, 속공에서의 스윙도 유망주 시절의 시원한 후위공격 스윙과 다르다. 사실 S급 MB로 성장하기에는 신장도 181cm로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이제 페퍼에게는 소중한 자원이고, 중앙을 이끌어줘야 하는 연배다. 조금씩이나 성장하던 최가은도 팀을 떠나고 매사 열심이던 서채원도 이제 없으니, 이제는 염어르헝이 뭔가 보여줄 때까지 연륜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 경기 승리하는 과정에서 MB로서 충분한 기여를 했던 행복한 기억을 잊지 말고, 앞으로도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고, 진심으로 페이크 점프도 뜨면서.. 상대방을 교란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페퍼의 올망졸망한 평등 배구에는 하혜진의 교란이 필수적이다. 

 

 

이원정인가? 박사랑인가?

 

 장소연 감독의 마음은 이제 박사랑으로 기울어진 듯 보였다. 특별한 부상이나 컨디션 이슈가 없었음에도 박사랑이 연달아 게임을 책임졌었고, 팀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난 지에스전 장소연 감독의 픽은 이원정이었고, 이원정은 평등배구를 구현하며 승전을 이끌었다. 

 실로 오랜만에 여유로운 표정으로 시합을 지휘했던 장 감독의 복심은 이제 이원정인지 아니면 박사랑인지 약간 헷갈리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두 세터의 기량이 고만고만하다는 현실이 투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무한경쟁을 통해 실력을 겨뤄야 하는 프로 세계에서 적절한 경쟁이기도 하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며 두 선수의 선의의 경쟁을 촉진하고 있는 것이라면 장 감독의 선수 기용이 절묘하다고 칭찬해야 할 것이다. 

 승부가 기울어졌을 때, 박수빈 선수가 조금씩이나마 세터 경험을 쌓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아무리 하루하루 1승만 바라봐야 하는 팀이지만, 2군이 없는 현실에서 가능성이 보이는 젊은 선수들에게 어떻게든 경험을 주는 것도 필수적이다. 앞으로도 자주자주 이기면서 박사랑-이원정-박수빈 세 세터의 모습을 봤으면 한다. 

 

 

 다음 시합은 도로공사 전, 이미 페퍼가 승리를 거둔 적이 있는 상대이지만, 이제는 준수한 아시아쿼터 타나차 선수가 가세하면서 짜임새가 많이 좋아졌다. 겁없는 신인 세터 김다은의 운영도 점점 좋아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어쨌든 높이에 있어서는 분명 우위에 있고, 서로 서브도 별로니 여전히 해볼만한 상대이다. 여전히 상위권 흥국생명, 현대건설과는 전력 차이가 느껴지기에 하위권 팀 상대로 어떻게든 승점을 쌓아가는게 페퍼에게 적절한 장기 레이스 전략이다. 아무쪼록 이제는 서서히 팀으로서 모습을 갖춰가는 페퍼가 프로다운 승점 전략으로 하위권 팀 상대로 승점을 쌓으며 순위싸움에도 가세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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