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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기회는 없었다 - KOVO 2024-25 시즌 13차전 페퍼저축은행 0:3 패배

마셜 2024. 12. 1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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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페퍼 배구단 인스타그램)

 

듀스 접전 후 패배, 그 후 두 번의 기회는 없었다.

 


 1세트 경기 수준은 꽤 높았다. 물오른 공격력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흥국생명을 상대로 페퍼는 한다혜를 중심으로 그야말로 처절한 수비를 선보이며 맞섰다.
 엄청난 수비 집중력을 선보이며 24점에 먼저 도달했고, 운명의 장난처럼 거함 흥국생명을 상대로 세트를 선취할 수 있는 하이볼이 이한비에게 왔지만, 상대 블로킹은 높았다. 그 블로킹 한 방에 기가 꺾인 페퍼는 무난하게 두 점을 더 헌납하며 세트를 내줬고, 우세한 분위기를  차지한 절대 1강 흥국을 상대로는 페퍼에게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모든 면에서 조금씩 다 나은 전력의 1강, 흥국생명

 


 아직도 하위권 이미지를 완전히 벗지 못한 페퍼 팀과 비교했을 때 흥국생명은 모든 면에서 나았다. 서브에서 리시브, 블로킹, 2단 연결까지... 특히, 김연경, 정윤주, 투트코로 이어지는 3각 편대는 돌아가면서 좋은 각의 공격을 퍼부었는데, 공격력만큼은 리그 상위권인 정윤주까지 가세하자.. 미들블로커 들은 정신 차리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가끔 등장하는 피치의 힘 있는 공격은 특별히 점유율을 높일 필요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리시브가 약한 것도 아니고, (물론 정윤주 서브리시브는 짧지 않은 예열이 여전히 필요했지만..) 투트코도 박정 아을 완전히 봉쇄하며 높이까지 뽐냈으니, 페퍼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고루고루 더 작은 육각형 신세였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전처럼 격차가 커 보이지는 않았다. 박정아가 투트코를 상대로 활로를 찾지 못했어도, 테일러는 가끔씩 예상 밖 후위공격과 이동공격으로 포인트를 올리며 조금씩이나마 팀을 끌고 갔다. 김연경이 예리한 각으로 공격을 퍼부었어도 한다혜는 무너지지 않고 수비진에 버텼다. 그리고 장위 서브도 여전히 예리했다.
 단, 하나 부족했던 건 기회가 왔을 때, 결착을 내는 힘이었는데, 이게 바로 승부처에서의 강팀의 면모라면, 그 유무가 바로 흥국과 페퍼의 결정적인 차이였다.

아직은 조금은 느린 장 감독님

 


 1세트 흥국과 치열하게 한 점 싸움을 벌일 때, 장 감독은 벌게진 얼굴로 선수들을 독려하며 뭔가 승부욕이 넘치는 맹장 같은 면모도 (잠깐) 보여줬다.
 하지만, 2세트부터 여기저기 조금씩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뒤쳐질 때는 여전히 뭔가 한 박자씩 느렸다. 작전타임도 아 힌 점  더 주기 전에 불러보지.. 아 선수교체도 한 자리  더 전에 해보지.. 이런 느낌이었는데,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그래도 뒤집어서 데이터를 보면, 가뭄에 콩 나듯 승리하는 와중에 2~3점 차를 역전하는 건 더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아직은 강팀 상대로 뒤진 상황에서 연속 득점이 어렵다면, 10점  이전에도 과감하게 작전 타임과 선수교체를 해볼 필요가 있다. 그나마 OH와 세터에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있는 게 페퍼 장점이라면 장점이니.... 도토리 키재기라도 잘 재보면, 더 키 큰 도토리는 있는 법이고, 한 끝 차이 싸움에서는 그 요만큼 차이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이제는 허허실실이 필요한 테일러

 


 박정아는 상대 투트코의 높이에 경기 내내 힘들어했다. 사실 김연경이나 투트코나 높은 건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블로킹만큼은 흠잡을 데 없는 무트코가 맘 편하게 박정아만 쫓을 수 있는 게 지금 페퍼 공격진의 현주소다.
 즉, 나름 많은 포인트를 올려주고 있지만 여전히 상대방은 테일러보다 박정아를 봉쇄하는 게 낫다고 보고 있다. 베테랑 박정아가 어떻게든 쥐어짜내듯 점수를 내긴 했지만, 유독 많았던 페인트 공격이 189cm 박정아에게도 꽤 높았던 흥국 블로킹 높이를 말해준다.
 결국 박정아 부담을 덜어주려면, 테일러가 더 공격에 가세해줘야 한다. 박사랑 세터도 그런 상황을 이해했는지, 이동과 후위를 섞어가며 테일러를 활용하고자 노력했다. 공격이 점차 늘어나자 새로운 불안요소가 나타났는데.. 펀치력이 부족한 테일러가 원 블록 상황에서 손을 맞춰 내보내자, 상대편에서는 공격 순간 블록 손을 빼거나, 아니면 손을 일직선으로만 올려서 크로스 각을 아예 열어줬는데, 블로킹을 통과한 공도.. 약간 부족한 펀치력 탓에 디그에 걸리는 모습이 나왔다. 어쨌든 테일러와 박사랑이 해결해 가야 할 부분이다. 생각보다 능숙해 보이는 이동공격 빈도를 올리든 아니면 시간차라도 연습을 해보든 아니면 후위공격에서 좀 더 강하게 때려보던... 상대팀에게 No.1 높이를 나한테 붙이라는 압박을 가해줘야 한다. 

 서브 집중력을 좀 더 높여줘야 하는 건 기본이고... 페퍼가 서브 꼴등인 게 테일러 탓만은 아니지만,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 서브를 보면 배가 아픈 것도 사실이다. 

 

 

 절대 1강 흥국생명은 하위권 페퍼에게 두 번 기회를 주지 않았다. 공격에서 부담을 덜어주니 후위에서 멋진 디그까지 보여줬던 김수지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꽤 크다. 결국 앞으로도 중용될 정윤주에게 서브 집중타를 가해서 흔들지 못하면, 그래서 하이볼 상황을 강요하지 못하면, 흥국 삼각편대를 제어하기는 매우 어렵다. 너무나 좁고 험한 길처럼 느껴지지만, 몇 억씩 받고 운동하는 선수들이 즐비한 프로리그에서 절대 1강 팀을 꺾는 게 어려운 건 사실 당연한 일이다. 

 완패했지만, 이 기회를 통해 장 감독도 경기운영에 대해 좀 느낀 바가 있었기를... 그리고 페퍼의 어린 선수들이 힘들어도 좀 더 이기기 위한 서브 연습을 했으면 한다. 여제의 라스트댄스, 그 마지막 여정에서 한 번은 승리를 맛보는 것은 어린 선수들에게 엄청난 발전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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