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가진 게 적었던 페퍼: 1위 팀 상대로 셧아웃 패배
1위팀 그것도 10연승 중인 팀을 이겨보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누가 못했다, 누가 부족했다 라는 것을 집어낼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전체 영역에서 한 수 위로 보였고... 그 안에서 선수들은 이것저것 해보려고 애를 썼으나, 10연승을 이끌고 있는 김연경과 오랜만에 여제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는 팀원들 앞에서 홈 이점도 소용 없었고, 오히려 여유를 가지고 있는 건 흥국생명이었다.
결국 윈나우를 노리는 우승후보와 아직은 갈길이 먼 하위팀과의 격차일 것이다. 탄탄한 기본기를 가진 OH진과 리베로를 바탕으로 왠만한 서브에 흔들리지 않는 흥국생명에 페퍼는 승부처에서 활로를 찾지 못했고, 1~2세트 접전에서 정말 정해진 수순처럼 무난하게 연달아 무너졌다. 25점 사이드아웃 점수 싸움인 배구에서 20점 넘어 한 점 싸움에서 연달아 패했다면, 이게 실력이요, 이게 위닝멘탈리티의 차이다.
완패했지만 멀어보이지는 않았던 흥국생명
기록지는 처참하고, 스코어북도 별볼일 없지만, 그래도 전과 달리 흥국생명이 저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물론 페퍼나 흥국이나 딱히 부상에서 복귀할 선수도 없고, 외국인 교체를 검토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남은 흥국 전에서도 험난한 행보가 예상되지만, 전체적으로 리시브는 흔들리고 서브도 밋밋했음에도, 전과 달리 이것저것 가진 무기는 많이 써봤다. 홈팬들의 열띤 응원과 연승 중 대결이라는 긴장감에 뭔가 더 수비와 2단 연결이 흔들린 느낌은 있었지만, 조금만 더 잘했다면, 예를 들어 조금만 더 서브가 잘 들어갔다면.... 승부처에서 훨씬 흥국에 부담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흥국은 주전 나이가 아주 젊지도 않고, 페퍼 정도면 이겨야 본전이다. 게다가 페퍼는 리그 팀 중 높이만은 굉장한 편이다. 조금만 더 까다로운 서브로 파이프나 중앙을 봉쇄할 수 있으면 높이 장점을 살릴 수 있을 터, 실제로 1~2세트 중반 연속득점이나 추격전은 전처럼 강팀 상대로 승점자판기 노릇이나 할 실력은 아님을 잘 보여줬다.
이제는 공격을 이끌어줘야할 테일러
여전히 IBK기업은행 빅토리아를 보면 페퍼 프런트의 망픽을 원망하게 되고... 작년 팀을 그야말로 하드캐리했던 야스민을 생각하면, 그리움에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어쩔수 없다. 소년가장이어도 가장은 가장.... 테일러가 17득점으로 팀내 최고득점을 기록했다. 셧아웃 패배한 게임에서 최고득점에 의미를 두기도 어렵고, 그만큼 고액연봉자인 박정아가 부진했다고 해석하면 여전히 씁슬하지만, 1라운드 초반 외국인 자리를 둘러싼 혼란에 날려먹었던 게임들을 생각하면... 최고수준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점점 많은 공을 때려주는 테일러는 반갑기 그지 없다.
약간은 개선되어보이는 스윙폼, 그리고 나쁘지 않아보이는 점프력이 경기 중에 보인다는 점이 팬들에게는 고무적이다. 정말 적응 문제였던건지.. 감기 때문이었던 건지... 장 감독의 지적이 좀 먹히는 건지... 갈수록 빠른 스윙으로 득점을 뽑아내고 있다. 전 경기에서도 안 좋은 점프 습관이 많이 보였는데... 흥국 전에서는 파이프나 후위공격에서 나름 점프력도 잘 살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 감독도 올시즌 팀 성적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무엇보다 테일러가 마인드가 긍정적이기에 많은 지적을 하는 듯 한데, 앞으로는 좀 더 분석이 들어올 터, 업다운이 있더라도 더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공격해야 한다.
약간은 분석된 느낌, 이한비
최근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이한비. 이제 정말 포텐이 터졌나 싶었는데, 역시 1위팀의 분석력과 높이는 달랐다. 이제는 페퍼 1순위 옵션이 이한비라는 걸 상대팀도 분석한 듯.. 사실 장위 공격은 알아도 대처가 어렵기에 굳이 전력분석이나 대비에 애를 쓰면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이한비를 봉쇄해서 하이볼 상황에서 득점을 막아버리면 평균 이하 리시브 능력을 가진 페퍼 입장에서는 당장 숨이 턱 막힌다.
실제로 하이볼 상황에서 손 끝을 노리는 공격을 시도하자 약속이나 한 듯 두 블로커가 손을 내리는 모습이 보였는데, 어느 정도 전력분석을 통해 패턴을 예상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두 차례 반복되자 이한비도 당황하는 기색이었고, 장 감독도 쓴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다. 이한비 올해 연봉은 2억3천만원, 나이는 28세.. 국대 경험까지 있는 선수라면 이 정도 견제는 뚫고 스텝업 해야한다.
결국은 리시브: 무회전 서브 어떻게 공부 좀 해야.....
팀은 또 리시브에서 무너졌다. 사실 흥국은 정윤주를 제외하면 그다지 강한 서브를 구사하는 팀도 아니었고, 페퍼는 정윤주 서브는 잘 버텼다. 하지만, 뭔가 해볼만 하면 무회전 서브에 골고루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하이볼 상황에 몰리고, 그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면서 팀은 승부처에서 연달아 세트를 잃었다.
무회전 서브에 무너진 건 한 명이 아니어서, 박정아, 이예림, 박은서, 이한비 모두가 돌아가며 어두운 표정으로 실수를 연발했는데... 아무리 한국배구에 제대로 리시브 하는 OH가 별로 없지만, 프로팀 OH 4명이 모두 무회전 서브에 평균 이하 리시브 실력을 보이는 신기한 일이다. 하긴 그게 안되니까 다른 팀이 아니라 꼴찌팀에 흘러들어올 수 있었겠지만... 물론 FA로 이적해온 클러치 박, 박정아는 예외다. 또다른 FA 채선아 선수의 리시브가 그립지만... 언제 돌아올 지 기약 없는 선수 기다려봤자 속만 더 쓰리다.
이 넷의 마인드가 어느 정도인지, 힘들어도 리시브 연습을 더 할 마음이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그리고 리시브는 재능의 영역이라는 냉철한 지적도 있지만, 스스로 몸값을 더 올리고 싶다면, 그리고 팀에 더 보탬이 되고 싶다면, 무회전 서브에 대해서 어떻게든 대비를 좀 더 해야 한다.
잠깐 흥국생명 이야기, 드디어 길을 찾아가는 듯한 정윤주
상대팀이지만, 정윤주는 이제야 길을 좀 찾은 느낌이었다. 시즌 초반 대책 없이 리시브가 터지는 모습에서도 벗어났고, 멋진 폼으로 구사하는 강서브는 상대팀이지만 보는 재미가 있었다. 뭐 공격력이야 이미 검증되었고... 김연경 입장에서도 서브리시브에서 평균만 해준다면, 예리한 공격으로 자신의 공격부담을 좀 낮춰주는 정윤주가 더 맞는 짝일 수도 있다.
다음 상대는 GS칼텍스. 외국인 선수들이 연달아 부상당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있다지만, 페퍼는 늘 그런 객관적 전력과 상관없이 헤매거나... 아주 가뭄에 콩나듯 잘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페퍼가 이제 정말 프로팀 다운 면모를 갖추었다면, 먼저 약한 상대를 만났을 때, 침착하게 실력을 발휘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전체적으로 리시브가 페퍼보다는 나은 팀이기에 쉽지 않은 상대이지만, 그래도 약화된 공격력이라는 약점을 잘 파고들어 좋은 결과를 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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