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나우 LG 트윈스에 꼭 필요했던 보강
벌써 보름이 넘게 지났다. 올해 KBO 기아 우승에 공신인 불펜 핵심 투수 장현식이 FA계약을 통해 LG로 이적했다.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보였고, 가을야구에서도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였기에, 괜찮은 계약이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전액 보장을 앞세운 LG의 적극적 구애는 예상 밖이었고, 기아도 이 지점에서 물러선 듯 보인다. 결국 LG는 시즌 내내 골치를 썩였던 불펜 부족 문제 해결에 단숨에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올해 3위에 머물렀지만, LG는 여전히 우승을 바라보는 팀이다. 팀 전력이 어떻다기보다는 기나긴 팀 흑역사를 끊어준 감독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우승 멤버도 건재하며, 무엇보다 구단의 투자의지가 꺾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주어진 FA 시장 환경에서 통 큰 투자를 한 것은 일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이제 서서히 나타나는 장기계약 여파로 리그에 괜찮은 FA타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상황.. 물론 LG 야수진도 아직은 우승멤버들이 한 자리씩 해결을 해주고 있기에 우수 불펜 자원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도 합리적 선택이다.
이제는 염 감독 눈 밖에 난 중간계투진들
하지만, 어떤 합리적 투자라도 몇 십억이나 되는 계약이 결정된 대는 배경이 있는 법이다. 전액보장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조건으로 장현식을 영입한 건 어찌 보면, 그만큼 지금 불펜진이 감독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뜻이다. 불안했지만 어쨌든 부동의 마무리였던 고우석이 없고, 유영찬은 개인사정 등으로 단기전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으며, 김진성 제외 나머지 불펜은 갑자기 구속이 저하되는 기현상을 보였다.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약점을 노출하며 상위권 경쟁을 하는 팀 운영에 발목을 잡았지만, 가을야구에서는 바로 시리즈 탈락 요인과 직결되었다. 에르난데스가 보기 드문 투혼을 보여주며 팀 침몰을 막았지만, 선발로 뛰어야 할 외국인의 빈자리는 컸고, 이는 삼성 타력을 억제하지 못한 첫 번째 이유가 되었다.
물론 중간계투 진에 아직 반등을 기대할 요소가 있지만, 장현식 영입을 보면, 염 감독의 마음은 떠난 것 같다. 반등을 기다리느니... 빈틈을 메울만한 한창나이 (전천후) 필승조를 사 왔으니, 이제 정우영, 박명근, 백승현을 애타게 기다릴 필요가 줄어들었다. 장현식, 김진성에 이어서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 바로 패전조로 몰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야 할 타이밍이다.
최원태와 장현식의 가치
흥미로운 건 리그에 귀한 토종 선발로 나쁘지 않은 스탯을 기록한 최원태가 아직도 FA 계약을 하지 못했다. LG는 한 번 만난 후,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고.... 선발이 필요한 다른 팀들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과 계속 링크설이 도는데... 김현준이 군에 입대하는 12월 초 이후 전격적으로 삼성행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화끈한 타력으로 기대 이상 성과를 낸 올해 삼성의 한해였지만, 선발이 안정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기에, 그리고 이제는 성과를 바탕으로 타낸 예산을 좀 써야 될 시기기에, 뭔가 지를 수 있는 타이밍이긴 하다.
물론 최원태가 정말 제대로 가을야구에서 불쇼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안정적 선발에 아직 20대 한창나이인데... 우선순위에서 장현식에게 무참히 밀린 건 약간은 신기한 일이다. 하지만, 되짚어 보면, 리그에서 5등만 하면 우승컵에 도전할 수 있고, 120% 충전된 타자들 상대로 오버페이스를 각오해야 하는 가을야구 투수운용이 필수인 KBO 특성을 생각해 보면, 과연 국내투수 3~4 선발이 파워피처 필승조보다 가치가 높은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팀을 리빌딩해야 하거나, 페넌트레이스 상위권 진출을 목표로 하는 팀이라면,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채워줄 젊은 투수의 가치가 '금'이겠지만, LG, 기아, 삼성은 나란히 올해 우승에 근접했던 팀... 외국인 투수들만 잘 잡는다면, 그들의 뒤를 받쳐줄 필승조가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장현식 쟁탈전에 뛰어들었던 세 팀이 LG, 기아, 삼성이었던 것도 우연히 아니다.
그런 면에서 LG가 최원태에게 보이는 스탠스가 이해도 된다. 젊은 선발의 가치를 모르지 않겠지만, 어쩌겠는가.... 당장 가을야구에서 필요한 건 필승조이고... 올해 선발진에서는 손주영을 발굴하는 성과라도 냈지만, 필승조는 스텝업한 투수조차 없었던 걸... 결국 윈나우 LG가 급한 불을 끄는 쪽으로 움직인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고, 경쟁에서 살짝 삼성을 앞지른 것도... 그래서 최원태를 삼성에 보내고 보상선수를 받아올 수 있다면, 이 또한 나쁜 무브는 아니다.
적정가인가? 이제는 신경을 써야 할 샐러리캡
물론 적정가인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사실 너무 비싸다 거품이라... 이런 류의 논쟁에는 관심이 없다. 뭐 내 돈도 아니고... 어차피 KBO 분위기 자체가 야구 좋아하는 재벌들 놀이터나 다름없는데.. 그분들 취미생활에 편승하는 내 팬심에 있어서.... 그분들이 많은 돈을 써서 좋은 선수들을 사주면 기쁜 일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샐러리캡이 도입되어, 팀별로 연봉 총액을 관리해야 하고, 페널티 또한 만만치 않다. LG도 장기계약과 FA가 골고루 포진된 팀이기에... 차명석 단장도 많은 샐러리캡에 쓰고 있음을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장현식에서 전액 보장으로 한 해 10억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것은 분명 변수이고, 오버페이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는 엄상백의 한화 계약부터 FA 투수 몸값이 과열 양상을 보였기에... 어쩔 수 없었던 부분으로 보인다. LG도 최초에는 최원태 잔류와 불펜 보강을 모두 염두에 두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 샐러리캡이라는 족쇄를 차고 있기에... 실질적 보강은 한 자리만 가능한 걸로 판단하지 않았을까. 연장선상에서 일단 팀의 가장 큰 구멍부터 메우자는 판단을 한 것인데, 꾸준함에서는 큰 물음표가 없는 장현식이기에 일단 필승조에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이고,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사실 적정가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생각해 보면 팀에 보탬이 된 FA선수들에게는 오버페이니 패닉바잉이니 하는 이야기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가능성만 남기고 떠나버린 강효종
참 LG선수답게 잘 생겼는데, 이제는 기아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1차 지명 유망주였고, 몇 년 안에 선발 한 자리를 채워줄 거라 기대했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프로 숙명이고, 현재 LG는 아직 20대 1차 지명 선발 유망주를 보상선수 명단에서 제외할 정도로 뎁스가 괜찮은 팀이다.
LG가 보호선수 명단을 짜며, 강효종을 기아가 염두에 두지 않을 거라 오판했을 것 같지는 않다. 기아는 올해 무난히 우승을 달성할 정도로 두루 갖춘 팀이고... 아무리 강효종이 미필이어도, 그리고 보완할 부분이 좀 있어도 훌륭한 하드웨어의 1차 지명 투수를 외면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팀 우승으로 연봉인상요인이 폭발한 올해, 당장 고연봉 선수보다 몇 년 양성을 거칠 저연차 저연봉 선수가 기아 방향과도 맞다.
LG팬으로서 입맛이 쓰지만, 진심으로 가서 잘하길 응원한다. 최원태가 떠나더라도 손주영이 한 자리를 차지했고 임찬규도 아직은 건재하기에 선발진 남은 자리는 한 자리... 그 자리가 강효종 것이라고 보기엔 경쟁자들도 꽤 있고, 강효종은 보여준 게 없었다. 특히 상무 입대를 앞두고 있기에, 좀 더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선발수업을 받으며, 1군 마운드에서 자주 보는 선수가 되길 기원한다. (물론 LG상대로는 좀 살살해주길)
이제 사실 LG 스토브리그는 끝난 걸로 보이고, 최원태가 떠나면, 삼성(혹은 다른 팀)에서 보상선수로 누구를 데려올 것이냐만 소소한 재미로 남아있다. 이런저런 이름들이 투수 중심으로 하마평에 오르는데, 개인적으로는 타격 재능이 있는 내야수가 있다면 한 번 데려와서 백업으로 기회를 줘보거나... 아니면 정말 심심한 겨울 시기 야구뉴스 창을 폭발시킬 겸 오승환을 지명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적어도 잠실버프도 강하게 받을 거고, 유영찬과 나란히 마무리로 출격하면 다른 팀 입장에서는 만만찮게 느껴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물론 작년 김강민 사태를 본 삼성프런트가 아깝지만 보호선수 한 자리를 오승환에게 쓸 것 같기는 하다. 뭐 그것도 그것대로 LG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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