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친구 - 스포츠

아직 IBK기업은행 상대로는 겨우 한 세트 - KOVO 2024-25 시즌 16차전 페퍼저축은행 1:3 패배

마셜 2024. 12. 26. 15:58
728x90
반응형

(출처: 페퍼 배구단 인스타그램)

 

벌써 세 번째 완패... 은근히 페퍼저축은행에 강한 IBK기업은행

 

 벌써 3라운드를 돌고 있는 페퍼저축은행(이하 '페퍼')의 2024-2025 시즌. 크리스마스 직전 주말에 심기일전해서 만난 시즌 3차전에서 페퍼는 IBK기업은행(이하 '기은')에게 또다시 완패를 당했다. 1세트 어... 이러다 이길 수도 있겠다 하는 심정으로 응원했지만, 세트포인트에서 또다시 이한비의 하이볼 공격은 상대 블로킹에 막혔고, 흐름은 바로 기은 쪽으로 무난하게 넘어갔다.  올 시즌 계속 셧아웃 패배를 당했기에 한 세트를 따낸 것도 의미 있는 한 걸음이고, 특히, 마지막 세트에서 불꽃같은 추격전은 꽤나 인상적이었지만, 그래도 완패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여전히 승부처에서는 한 방을 마무리해 줄 선수가 떠오르지 않았고, 서브 리시브는 엉망진창이었으며, 블로킹도 더블 스코어(6:12)로 밀렸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밀린 분위기에서 공격 성공률과 공격득점이 호각이었던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 어떤 면에서 보면, 이날 페퍼 공격진의 컨디션은 그만큼 나쁘지 않았다.  

 

 

 뭔가 상성이 안 맞는 듯한 느낌의  IBK기업은행

 

 문제는 기은과는 상성이 잘 안 맞는다. 뒤집어 보면 기은은 그만큼 뭔가 페퍼가 상대하기 편한 팀이다. 이 날도 에이스 빅토리아가 겨우 30%를 넘는 공격성공률에 범실을 14개나 쏟아내며, 최고 외국인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기은의 승리를 책임지기엔 충분했다. 

 육서영의 리시브도 황민경의 공격도, 블로킹 높이도 뭔가 빈틈이 있는 팀이지만, 이상하게 페퍼보다는 조금씩 나아보인다. 육서영도 박정아보다는 리시브를 잘하고, 황민경도 이한비보다는 공격이 지능적이며, 최정민-이주아 블로킹도 장위-하혜진보다 상대 하이볼 공격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반면 페퍼는 기은 상대로 이것만은 통한다라고 할 부분이 장위 서브 밖에 없다. 물론 장위 이동공격도 있지만, 이는 일단 리시브가 되어야 쓸 수 있는 법... 상대편 공격은 고루고루 허용하면서, 우리 팀 공격은 통할만 한 게 별로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니.... 어찌 보면 무난하게 패해도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몇 글자 적어보는 이유는 지난 22일 경기는 정말 그 실력 차가 한 끝 차이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편 빅토리아가 범실을 쏟아낼 때, 그 기회를 잡지 못한 건 두고두고 아쉬울 듯... 선수들도 이제 정말 저 멀리 잡힐 것 같은 상대팀에게 어떻게든 한 세트 한 세트 승리를 따내야 더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걸 절감했기를 바란다. 

 

 

 이제 더 이상 뭘 바라면 안 될 것 같은 테일러

 

 테일러는 21득점을 기록했다. 범실도 4개뿐이어서 겉으로는 준수해 보이지만, 공격성공률은 33.3%에 불과했고... 서브나 블로킹에서도 존재감이 없었다. 나름 애쓰는 모습이 눈에 보였지만, 한계는 뚜렷하게 보였다. 큰 신장과 나쁘지 않은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제는 테일러의 능력은 여기까지 인가 보다.. 받아들일 때가 된 건 아닐까 싶다. 

 사실 역대 최악의 풀이었다는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대체선수를 찾았으니, 그 선수가 펄펄 날아다니며 리그를 주름잡는 것도 이상하다. 하지만, 그나마 비교대상으로 언급이 되었던 전 흥국생명 윌로우나 전 도로공사 켓벨을 생각해 보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이제는 그냥 이 정도 없는 것보다는 나은 공격력을 가진 우리 팀 아포짓의 능력치를 받아들이고, 이를 그나마 어떻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일지를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이상할 정도로 오픈 공격에서 힘을 싣지 못하고, 시간차공격 등도 타이밍이 별로인데, 신기할 정도로 이동공격은 곧잘 때려내고, 파이프도 흉내는 내는 이 키 큰 선수는 공격 컨디션이 좋으면 이한비와 박정아에게 갈 블로킹을 분산시킬 정도는 된다. 문제는 리시브가 무너져서 하이볼 상황이 되어버리면, 애초에 상대 블로커들이 테일러를 버리고 박정아나 이한비에게 기본 투 블록으로 달려든다는 거지..

 결국 조금이라도 리시브 정확도를 높이고, 테일러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변칙적은 공격을 시키면서 상대방 공격을 분산시켜야 페퍼가 남은 시즌 1승이라도 더 챙길 수 있다. 

 

 

 왜 장위 블로킹은 점점 줄어들까?

 

 일부 팬들이  최근 실종된 장위의 블로킹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지난 경기에서 장위는 블로킹을 성공시키지 못했고, 기은은 페퍼에 비해 6점을 블로킹에서 더 가져가며, 무난한 승리의 큰 퍼즐조각을 맞췄다. 왜 갑자기 장위는 블로킹에서 부진해졌을까?

 체력문제? 물론 KOVO 일정이 꽤나 타이트하고, 페퍼는 그 중에서도 장위를 교체해 줄 만한 MB가 없지만... 3라운드에서 벌써 장위가 체력 문제를 드러내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이 좁은 KOVO 바닥에서 갑자기 상대팀 공격 높이가 높아졌을 리도 만무하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잘  피해간다는 건데, 어느 정도 상대가 장위를 분석한다고 봐도 되겠다. 중앙에 서는 장위가 블로킹으로 따라오며 크로스를 막을 때, 생각보다는 높이가 올라오므로 그냥 직선을 노리거나, 아니면 장위 손 끝을 노리는 방향으로 이리저리 피해 가는 모습이 간혹 나왔다. 그리고 조금 늦은 상황에서도 늘 성실하게 블로킹에 가담하고, 조금 늦어도 끝까지 손을 내미는 게 장위 장점이기에, 최근 상대팀 세터의 페이크 모션 등에 잘 넘어가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장면도 나왔다. 경험이 쌓이면, 좁은 리그에 더 잘 적응해서 어떤 선수를 잡아야 할지 스스로 더 정확한 판단을 하겠지만, 당분간은 장소연 감독이 더 정확하게 누구를 따라가라도 구체적으로 지시를 해줘야 한다.. 

 

 제일 서브 약한 팀이 제일 리시브가 약한 OH를 데리고 배구한다.

 

 

 지금 페퍼의 현주소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위와 같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리그에서 가장 서브가 약한 팀인 페퍼가 리시브가 전체 리그에서 가장 약한 OH 박정아를 붙박이로 쓰면서 시합을 한다. 상대방 리시브는 편안하게 해주면서, 우리는 최악의 리시브 조건을 세팅하고 시합에 들어가는 것.... 지난 기은 전에서도 박정아는 리시브 효율 -7.1%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정말 심각한 수준인데, 기은에서 서브 집중타를 맞은 육서영도 37.5%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이는 그만큼 페퍼 서브가 예리하지 못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양 팀 OH 리시브가 어땠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다. 

 이렇게 차이가 나버리면, 드러난 서브에이스 차이야 1개이지만, 하이볼로 강요된 상황이 매우 많았다는 뜻인데, 지금 페퍼는 이를 해결해줄 아포짓도 리그 최약체인 팀... 결국 치명적인 약점을 늘 안고... 경기에 임하는 셈이다. 

 리시브 문제를 한 두 해 지적당한 것도 아닌 박정아도 답답할 것이다. 그래도 주장이자 고액연봉자 베테랑인 박정아가 버텨주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정 경기가 안 풀린다면, 박정아를 OP로, 테일러를 MB로, 이예림, 이한비를 OH로 돌리고 한 게임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지만, 글쎄... 팬 입장에서도 너무 도박수고.... 이런 시합을 준비하려면 별도로 많은 연습을 해야 할 텐데... 가뜩이나 주전 의존도가 높은 페퍼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어쨌든 상성이 안 맞는, 바로 앞에서 앞서가는 주자, IBK기업은행에게 한 세트를 뺐어낸 것에 만족해야만 하는 그런 패배로 시합은 끝났다. 이제  다시 상대는 정관장 6승을 하며, 풀세트 승리도 한 번 뿐일 정도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정관장 상대로 페퍼가 어느 정도 자기 배구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만, 뭐... 언제는 페퍼가 오늘은 무난하게 이기겠구나 싶었던 때가 있었던가... 어차피 전문가 예측이 9:1로 몰리는 경기, 될 대로 되라면 뭐라도 된다는 식으로 더 강하게 서브도 때려보고, 더 강하게 공격해 보길 바란다. 어찌 보면 정관장의 유일한 약점은 리베로 노란 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 노란에게 강한 서브가 들어가지 않으면, 어차피 이기기 어려운 경기... 상황을 직시하고 더 도박적인 작전이라도 이것저것 해봤으면 한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