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심했을 LG트윈스의 고민, 결국 선택은 좌완 피네스 피처 최채흥
때아닌 오승환 영입 논쟁까지 벌어질 정도로 보상 선수 지명이 화제가 되었다. 결국 이종열 단장이 직접 나서, 오승환은 보호된다고 밝힐 정도로 며칠간 LG트윈스(이하 'LG')의 행보는 많은 관심을 모았고... 윈나우를 추구해야 하고 샐러리캡도 신경 써야 하는 LG는 결국 비록 한 시즌이지만, 리그 최고 국내 선발로서의 모습을 보였던 최채흥을 선택했다.
프로야구에 사연 없는 선수가 있겠냐만은 최채흥 이라는 이름 세 글자에 따라다니는 이미지는 여러모로 참 복잡하고도 다양하다. 어쨌든 아직은 젊은 나이, 반등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걸어보는 것은 여러모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선택이다.
아직은 29살, 병역필, 한 때 10승 선발 투수, 그리고 무엇보다 좌완
생각해 보면, 최채흥은 FA 보상으로 영입된 것 치고는 정말 장점이 많은 선수다. 일단 나이가 아직 한창인 29살, 뚜렷한 부상경력이나 혹사도 없고, 군복무도 완료해서, 여러모로 롱런을 기대할 수 있다. 커리어하이였던 2020년의 활약도 팬으로서 가슴이 두근거릴 수준이다. 10승을 넘게 기록한 선발 투수였고, 평균자책점은 국내 선발 중 1위를 기록했었다. (물론 현재 기준으로 한 해 반짝 활약에 불과했지만) 마지막으로 리그에 귀한 좌완이다. 물론 LG에 이미 손주영이라는 손꼽히는 좌완 영건 선발이 있지만, 그래도 선발이 가능한 좌완 자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마지막으로 실력에 따른 평가이기에 장점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적어도 LG에게는 연봉 1억 5천만 원도 나쁘지 않다. 작년 성적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높은 액수이지만, 이름값을 생각하면 샐러리캡에 그다지 부담을 주는 액수는 아니기에.. 여러모로 연봉도 LG 선택에 영향을 줬을 법하다.
과연 술을 끊을 수 있을까? 살을 뺄 수 있을까?
최채흥은 FA 보상으로 영입된 것 치고는 정말 단점도 많은 투수다. 일단 공이 느리다. 아마 시절에는 꽤 빠른 공을 던졌다고 하지만, 이제는 피네스 피처라는 평이 그다지 박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최고 구속 130 후반대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이런 구속으로 아마에서 프로 전성기를 거쳐왔다면 모를까... 아마->프로 전성기->현재로 이어지는 시기별로 점점 구속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왔기에... 피네스 피쳐로서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보기도 어렵다.
여러모로 삼성팬들이 싫어할만한 행동을 자주 했던... 이른바 워크에식도 큰 단점이다. 삼성팬들은 최채흥의 보상 이적에 앓던 이 빠진 듯한 것처럼 안도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던데... 결국 이는 지나친 음주와 과체중 문제를 일으킨 본인 책임이다. 이제는 가을야구 단골이 되며 강팀 면모를 갖추었지만, 과거 암흑기 선수단 관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LG... 삼성 2군 감독을 역임했기에 누구보다 최채흥 상태를 잘 알만한 이병규 감독이 있음에도 지명이 있었던 걸 보면, 뭔가 관리가 가능하다고 본 듯한데... 이병규 감독의 확신이.. 근거 있는 것이길 바랄 뿐이다. 기사를 보니 벌써 5kg를 감량했다면서 희망을 전해주고 있는데... 애초에 프로에서 10승도 해보고 상무도 다녀온 억대연봉 선수가 체중과 감량 이슈로 기사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고 불명예다. 앞으로는 시즌 중 활약으로만 기사에서 볼 수 있길 팬으로서 다시 한번 바래본다.
LG 선발에 최채흥의 자리는 있을까?
이렇게 장단점이 뚜렷한 최채흥. LG에서 그의 미래를 예측해 보자면... 기대치를 한껏 올려서 생각하더라도, 앞으로의 길은 꽤 험란하다. 현재 LG 선발진은 외국인이 두 자리를 맡고, 임찬규와 손호영이 뒤를 이으면, 남은 자리는 한 자리뿐. 그 자리를 두고 이지강, 송승기, 우강훈 셋이 경쟁할 예정임을 염경엽 감독은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중 송승기는 좌완으로 상무에서 좋은 성과를 냈고, 구속이 향상되며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이지강도 상대적으로 풍부한 선발 경험을 갖고 있기에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이고, 우강훈 또한 LG에서 귀한 고속사이드암 선발 자원이다.
한 때 선발 10승을 기록하며 리그 전체의 주목을 받았던 최채흥이 5선발 자리를 둔 경쟁에서도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서글프지만, 이제는 LG는 예전 암흑기 황폐화된 팜과는 거리가 먼 팀이다. 2025 시즌, 그리고 그다음에도 최채흥이 특단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선발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기나긴 페넌트레이스 선발에 빈자리가 생길 수도 있고, 현재 LG 좌완 계투진은 헛헛한 편이기에, 중간으로서 기회가 먼저 올 수 있지만, 구속을 올리든... 혹은 전반적으로 제구력을 향상시키지 못하면, 이제 LG에서는 전보다 더 매서운 눈초리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LG의 정대만이 되길
프로 선수라면 워크에식은 딱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야구는 팀스포츠이고, 아무리 선발투수가 하루 일하고 4일은 회복하면서 보낸다고 해도... 이제는 각자 알아서 몸관리하던 80년대가 아니다. 세간의 평가가 과장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음주에 관련된 이런저런 소문이 이렇게 흘러 다녔다면 분명 본인에게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저런 걸 따지기 전에, 이적 뉴스에서 체중 5kg 감량을 칭찬하는 듯한 멘트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그간 최채흥의 몸 관리에 대한 우려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본인도 이러한 세간의 평가와 우려를 모르지 않을 테고,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을 통해서, 그간의 부정적 인식을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FA 보상 선수는 그냥 공이 빠른 특급 유망주 정도를 지명하거나 쏠쏠한 활약을 해줄 만한 베테랑을 지명하게 되는데, 지금 최채흥은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슬램덩크 북산에 새로 영입된 정대만과 같은 느낌이다. 화려한 경력과 한방을 가지고 있지만, 멘탈 걱정도 되고, 워크에식에 대한 우려도 높은 편... 굳이 정대만을 언급하는 이유는 LG 팬으로서 최채흥이 불꽃남자처럼 팀을 완성시켜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지난 시절에 대한 후회만큼이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북산의 공수에 큰 역할을 한 정대만처럼, 최채흥도 선발로서 전성기의 투구를 다시 보여주길 기원해 본다. 그 활약으로 LG는 선발 안정은 물론이요. 타구단 선수분석까지 정확했다는 칭찬도 받을 수 있고, 멘탈이 흔들리는 선수들에게 리바운딩 사례로 희망을 줄 수 있으니... 충분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볼 만하다. 여러 면에서 젊은 투수들이 배울만한 2025년을 만들어주길 기원해 본다.
'영원한 친구 -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 두 자리 승수를 향해 - KOVO 2024-25 시즌 페퍼저축은행 전반기 결산 (4) | 2025.01.04 |
---|---|
클러치 박 - KOVO 2024-25 시즌 18차전 페퍼저축은행 3:2 승리 (46) | 2024.12.31 |
이 정도면 5세트 울렁증 - KOVO 2024-25 시즌 17차전 페퍼저축은행 2:3 패배 (44) | 2024.12.27 |
아직 IBK기업은행 상대로는 겨우 한 세트 - KOVO 2024-25 시즌 16차전 페퍼저축은행 1:3 패배 (44) | 2024.12.26 |
아깝다 보급형 몰빵머신만 있었어도 - KOVO 2024-25 시즌 15차전 페퍼저축은행 2:3 패배 (41) | 2024.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