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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바라 본 대학 학식 - 대학신문, '대학이 무슨 무료 급식소입니까?'

마셜 2023. 10. 3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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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대학신문

 
이른바 알고리즘의 장점이라는 것은, 검색 시에 내가 굳이 뭔가를 입력하지 않아도 내가 관심 있을만한 것을 띄워준다는 건데, 대부분 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하거나, 이런 걸 왜 띄워주지.. 이런 경우가 많지만, 가끔은 나와 생각이 다른 새로운 의견을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 <대학신문>의 기사도 어찌 추천된 걸 클릭하게 되어서, 간만에 대학 학식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기사의 논지를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대학이 무슨 무료급식소입니까?" - 대학신문

두 끼를 연이어 불닭볶음면만 먹은 적이 있다. 주말이라 학내 식당은 거의 문을 닫았고 학외로 나가기는 너무 멀어서 그냥 편의점 음식으로 때운 것이었다. 아침은 굶었으니 하루 식비로 3,600원

www.snunews.com

 
 "대학생에게 짧고 맛있는 밥을 제공하라"는 논지로 글을 썼더니 싸구려 포퓰리즘을 남발하지 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제대로 식사를 못하는 위기로 몰린 대학생을 약간만이라도 생각해 달라"
 
 글을 쓰신 분이 취재부 차장님이시니, 현재 대학생은 아니실 텐데, 대학생들의 어려움을 깊게 헤아리고 쓰신 것으로 보인다. '비건'이라는.. 앞으로 점차 대학사회가 더 대비해 나가야 할 화두를 제시한 것도 좋았고, 쏟아진 비난에 대해 감정적으로 받아치지 않고, '약간만'이라도 생각해 달라며 본인의 주장을 재차 강조한 것도 좋았다. 
 
 하지만, 한국 대학 현실에서... 1000원의 아침밥이라는 것이 과연 시급한 문제인가?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현재 한국 대학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순서를 가리지 말고 일단 떠오르는 것부터 적어본다.
 
 0. 여전히 공고한 대학의 서열화
 0. 국내에서의 명성에 비해 형편없는 연구력(국제경쟁력)
 0. 너무 많은 정원으로 인해 과하게 높은 대학진학률
 0. 그럼에도 충원을 못해 위기에 내몰리는 지방대학들
 0. 낮은 재단 전입금이나 기부금 재원으로 인해 등록금재원 및 교육부 보조금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대학 재정 현실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이 정도는 삼척동자도 알 이야기. 다만, 지금 대학이 망해가고 있는 것은 학생들 아침밥을 못 챙겨줘서는 아닐 텐데... 망해가고 있는 대학 현실을 모르지 않을 위치에 계신 분이.. 이런 의견을 내셨기에.. 가해진 비판이 사실 어느 정도 타당해 보인다. 
 싱가포르, 홍콩, 일본의 명문대 QS랭킹을 들며 아침밥 이슈를 우선순위에서 밀어낸 다른 언론 기사에 대해, 일본은 먼저 '100엔 아침밥'으로 호응을 얻었으며, 싱가포르에서는 할랄식이 이미 등장했다며 반박했는데, 물론 지면의 한계는 있지만, 그전에 그 나라의 등록금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그리고 과연 일본에서 등장했다는 '100엔 아침밥'은 몇몇 대학에서 운영했으며, 어느 정도 호응을 얻었다는 건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의 대학등록금이 우리에 비해서 훨씬 비싸다면, 혹은 일본의 소수 대학만 이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런 선례가 참고는 될 수 있었도, 무너지기 직전인 한국대학 재정상... 제도 도입에 있어서 당위성을 주장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MZ세대를 함부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거침없는 자기 권리 주장'이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세태의 변화이기도 하고, 대학이 적응해야 할 냉엄할 현실인데, 대학에 100명의 신입생이 입학한다면, 과연 몇 명의 학생이 아침에 학생식당을 찾을까? 그리고 그중에 자기 등록금의 아주 일부라도 1000원 아침밥에 투입되어야 한다면, 몇 명의 신입생이 선뜻 동의할까?
 기사는 학생을 위해서 1000원의 아침밥을 위해 운영하라 주장하지만, 이게 과연 학생을 위한 정책인지, 학생들의 합의를 하여 의제로 올릴 수 있는 사안인지부터 불분명한 것이다. 그 정도 돈도 없느냐.. 지적은 정말 합당하지만... 대부분 대학이 이럴 돈이 있을까? 15년째 등록금은 동결이고, 기부금 수입 등은 오랜 경제불황으로 늘어날 리가 없는 데 말이다. 정부에서 앞장서서 이걸 한다면, 이거야 말로 포퓰리즘에 가까운 것 아닐까?
 
 물론 '1000원 아침밥'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사례가 있고, 언론보도로 좋은 이미지를 획득한 대학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가 더 좋은 학생을 유치하고, 그 결과 더 좋은 교수를 유치하고, 우수한 동문을 배출하는 형태로 학교발전을 도모하는 하나의 계획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차별화되어 앞서 나가는 대학이 많이 나오려면, 일단 등록금 인상 자율화부터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좋은 아침밥을 제공하고 등록금을 약간 올리겠다. 그래도 학생 유치에 성공한다면 성공한 정책이 될 것이고, 반대라면 실패한 것이다. 만약 어떤 대학이 재정을 재검토하여, 다른 예산을 줄이고, 1000원 아침밥 정책을 실행한다면, 혹은 할랄 아침밥 정책을 실행한다면, 그 절감된 예산의 수혜자였던 학과는, 학생은, 조직은 과연 이를 쉽게 수용할 수 있을까....
 
 결론은 싸고 맛있는 아침밥은 한국대학이 재정을 투입해서 시급하게 검토할 정책이 아니다.
 물론 좋은 정책이고, 우수한 선례가 있는 것은 잘 알지만, 학생사회의 합의를 이끌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고, 이를 위해 다른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재정이 투입된다면, 이야말로 세금낭비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거다. 
 
  교내에 있는 스*** 같은 커피숍을 가득 채운 대학생들이 문득 떠오른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1000원 아침밥일까? 아니면 이들은 1000원 아침밥이 필요하지 않은 소수일까? 스***와 아침밥 사이에 망해가는 대학재정은 그저 비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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