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기 - 다른 생각

로스쿨은 무엇을 위한 제도인가 - 홍성수 교수의 로스쿨 제도 비판 칼럼

마셜 2024. 7. 9. 19:46
728x90
반응형

 

(출처: 픽사베이)

 

  이제는 폐지되었지만, 똑똑한 문과생들의 로망이 '사법고시'이던 시절이 있었다. 법대야말로 문과 인기학과의 대표였으며, 사법고시는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면, 가난해도, 학벌이 일천해도 법조인이 될 수 있었던 공평한 시험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부작용도 컸으니 대학교마다 그리고 신림동에는 흔히 '고시낭인'이라 청춘들이 수없이 많았고, 법조계에서도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지닌 법조인들이 나타나길 바라는 시대가 되었기에 흔히 로스쿨이라 부르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될 수 있었다. 

 어떤 제도변화도 완벽할 수는 없다. 로스쿨 도입에 대해서도 다양한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생생한 현장 부작용도 제법 들었지만, 그래도 법학 전문가의 비판은 더 체계적이고 생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로스쿨 제도를 정면으로 비판한 홍성수 교수 칼럼을 처음 발견했을 때, 얼마나 일목요연하게 잘 지적했을까 기대하면서 클릭하게 되었다.  

 

 

교육은 없고 ‘시험’만 남은 로스쿨 [홍성수 칼럼]

홍성수 |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지난 5월 ‘기초법학의 죽음’이라는 다소 이례적인 주제의 학술대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로스쿨 체제에서 법철학, 법사회학, 법사학 등 소위 ‘기초법학’이

www.hani.co.kr

 

 좋은 글이고, 메시지도 강하게 전달된다. 

 법사회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진심으로 법학 교육의 현실을 걱정하는 진심도 와닿는다. 그리고 인문학과 사회과학 모두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한 요즘, 법학마저도 본질이 비슷한 위기를 겪는구나 싶어... 익숙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대안'은 여전히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제한된 지면 때문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웠으리라 생각은 하지만, 2000년대 그 뜨거웠던 사법개혁 열망을 기억하는 전문가가 그러한 취지를 잘 모르는 혹은 잊어가는 독자들에게 칼럼으로서 뭔가를 말하고자 했다면, 어떤 가능성이나 방향이라도 말해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법학에 필수적인 과목들도 변호사시험과 무관하다고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고... 다 좋지만... 예전 법대 시절에 비해서 이 경향이 매우 심해졌는지도 불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때도 많은 법대생들이 사법고시를 고민했고, 이제 로스쿨은 학생 100%가 변호사시험을 바라보니 분명 차이는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같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25개 대학이 로스쿨 유치를 위해서  법학과 학부과정을 폐지했지만, 여전히 40개 대학이 넘는 대학이 법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로스쿨을 운영하는 대학들도 일반대학원에서 법학 석사/박사를 양성하고 있으며, 자유전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부에서도 법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 모든 다양한 양태에도 불구하고 학문으로서 법학의 위기가 나날이 가속화되고 있다면, 이는 로스쿨 제도의 문제와 더불어 너무나 취업이 어렵고, 순수학문이 무시당하는 현재 한국의 대학 분위기와도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구조적으로 앞으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높아지기는 어렵기에 로스쿨 제도의 부작용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우수한 청춘들이 그 제도 안에 있고, 앞으로도 그 제도 안으로 들어가고 나올 것이다. 그래서 더 간절한 대안의 가능성을 이 칼럼에서 찾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현실을 냉정하게 아프게 꼬집으면서 홍성수 교수의 글은 끝이 났다. 이 분의 글을 읽은 것은 처음이지만, 법학 교육에 대해 대단한 애정이 느껴졌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언급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 대안을 위해 노력해 주시길... 모든 제도 개선의 시작은 문제점 인식 그리고 그다음은 '모색'이다. 너무나 시험공부하기 바빠서 주변과 제도를 돌아볼 여지가 없는 로스쿨 학생과 교수들.... 거기서 반발짝 떨어져 있는 법학자들이라도 계속해서 뭔가를 모색해 주길 바래본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