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해오늘! - 미국과 한국의 일상

[미국 일상 07] 시간여행자가 된 이 기분은? - 레돈도비치 도서관 [엘에이 지역 도서관 탐방기 03-1]

꿈꾸는 차고 2023. 5. 24. 19:58
728x90
반응형

[미국 일상 07] 시간여행자가 된 이 기분은? - 레돈도비치 도서관 [엘에이 지역 도서관 탐방기 03-1]

 

지난 주에 저는 "레돈도비치"(Redondo Beach)라는 도시를 방문했습니다. 레돈도비치는 엘에이 서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해안 도시입니다. 원래 바로 옆에 같은 이름의 바닷가가 있는데 그곳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바로 도시의 이름이 되었지요. 레돈도비치는 차례로 헤르모사비치, 맨허튼비치와 연결이 되어 있고 그 해변길을 따라 북쪽으로 쭉 가다보면 많이 알려진 "산타모니카 해변"이 나오게 됩니다. 

 

 

레돈도비치 (출처 : lamag.com)

 

 

레돈도비치는 갈 때마다 참으로 평화롭습니다. 모래사장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망망대해를 쳐다보고 있으면... 그동안의 시름들이 잊혀지는 듯 합니다. 만약에 서울 시민들의 지친 일상을 위로해주는 곳이 한강이라고 한다면, 이곳 사람들에게는 바로 이 해변들이 비슷한 기능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한국에 있을 때는 비오는 날이면 가끔 한강을 찾아 맥주캔을 까곤 했었는데.. 그 시절이 많이 그립군요!

 

비록 이곳에서는 야외 음주가 불가하지만, 그렇다고 심심하진 않습니다. 가족 단위로 모여 피크닉을 하는 모습도 정겹고, 여기저기 자전거나 비치 발리볼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제법 높은 파도를 겁내지 않고 신나게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존경스럽습니다. 그외에도 연을 날리는 사람들, 낚시를 하는 사람들,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사람들...그저 쳐다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는 기분입니다.

 

그러다 출출해지면 조금 걸어서 바닷물 위에 조성된 "레돈도비치 피어"의 식당가로 이동합니다. 다양한 메뉴들을 맛본뒤 디저트를 손에 들고 피어를 한바퀴 거닐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피어 위에는 한국횟집도 있어서 한국 분들도 제법 많이 보이네요 ㅎㅎ 

 

 

레돈도비치 피어 (출처 : redondopier.com)

 

 

해변 근처 주거지역은 마치 휴양지나 관광지 같은 분위기 입니다. 아파트 테라스에 걸터앉아 와인 한잔하는 사람들...신나는 음악을 틀고 바베큐 파티를 하는 사람들...자리를 깔고 집단으로 요가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자유롭습니다. 이렇게 바다도 가깝고 경치도 괜찮은데다가 엘에이 국제공항도 인접해있으니, 이 지역이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겠죠. 한국에 비할 바는 못되겠지만, 그래서 평균 집 값도 매우 비싼 편입니다. 10여년전 제가 엘에이를 난생 처음 방문한 날, 저는 길을 잃고 한참을 헤메다가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고 가다 서다 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바로 그곳이 레돈도비치이더라구요.

 

오랜만에 이 동네에 왔는데 이 지역 도서관을 안 가볼 수 없겠지요?  핸드폰 구글맵으로 찍으니 바로 5분거리에 도서관이 있다고 나오네요. 그래서 바로 운전대를 잡고 직행합니다. 이런 좋은 동네에 있는 도서관은 얼마나 근사할지 큰 기대를 가지고 도착해보니 예상대로였습니다. 도서관의 부지도 상당했고, 엘에이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지하주차장까지 갖추고 있어서  평소에도 방문객들이 많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실내의 정문에 들어서자 안으로 보이는 모습은 마치 큰 대형 서점 느낌? 수 많은 책들이 가지런히 정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무언가 밝으면서도 세련미가 넘치는 느낌이 이 동네의 분위기와도 잘 들어맞는 듯 합니다. 

 

 

 

 

정문을 지나가니...오....아주 넓은 홀이 나타났습니다. 한 가운데가 뻥 뚫려 있어서 그 사이로 비치는 은은한 채광이 도서관의 분위기를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전면 벽은 전체가 유리창들로 되어 있어서, 그 너머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담을 수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다가 잠시 피로해지면 창가 너머로 눈길을 돌려 동네를 감상하기 딱 좋습니다.

 

도서관의 규모가 상당하다보니 담당 직원들도 많았구요. 그리고 대낮인데도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시민들이 곳곳에 있어 보기 좋았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열람실도 규모가 상당했습니다.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가족들....그들에게 한번 미소를 지어주고 찬찬히 내부를 더 구경해봅니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독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여러가지 캠페인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듯한데... 아마도 학년별로 읽어야할 지정도서들을 누가 먼저 읽나 "배틀" 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잠시 도서관 한바퀴를 돈 뒤에~ 룰루랄라 이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뷰로 사진을 한방 찍습니다. 혹시 제가 책을 읽는 것보다 쳐다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맞습니다! 정확히 보셨습니다 ㅎㅎ 어느 순간부터 저는 그저 책들을 쳐다만 보고 있어도 너무 편하고 좋더라구요. 하지만 오늘은 약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저에게 주어졌기 때문에 간단한 책이라도 읽어보자 하는 생각으로... 어디 괜찮은 책이 없나 찾아나섭니다.

 

 

 

 

그러기를 몇분여....한쪽 벽으로 돌아서니 이게 뭔가요? 책꽂이 전체 면을 가득 채우는 낡은 책들이 무수히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뭐 오래된 문학전집들인가 하고서 찬찬히 들여다보는데 맙소사...그들의 정체는 바로 미국의 유명 잡지들인 "라이프", "내셔널지오그래픽", "타임"을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모아놓은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백년이 넘는 것들도 많이 있더군요! 세상에나....우선 저의 손에서 가장 가까운 1940년대 라이프지 모음집 중에 하나를 먼저 꺼내들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책 안을 열어보았습니다. 책은 오래된 것을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보존 상태가 꽤 좋았습니다.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긴 세월 동안 간직해온 종이들의 채취가 진하게 느껴지더군요. 뭐라고 표현해야될까요? 보약을 오래 달인 나머지, 약탕 바닥에 눌어붙은 시큼새큼한 냄새? 그러나 그 냄새가 그리 나쁘진 않았습니다.   

 

무심코 열어본 페이지에는 아름다운 여성분의 미소를 짓고 계셨는데...자세히 보니 얼마 전 돌아가신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18세때 모습이라고 하네요. 그 당시 1944년도엔 이 잡지가 10센트였나봐요. 그리고 일년 구독료가 4.5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세월의 간격이 느껴집니다. 라이프지는 1930년대 창간해서 2000년대 초반에 폐간한 화보중심의 시사잡지 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라이프라는 이름이 그대로 상징하는 것처럼, 전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사건, 사고를 있는 그대로, 인간적으로, 그리고 적나라하게 보도하기로 아주 유명했었지요.   

 

 

 

 

내가 이런 걸 대체 여기 아니면 어디서 보겠나 싶어서... 무언가 횡재를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치 오랜 옛날의 시간으로 돌아간 시간여행자가 된 것 마냥 이제 자리에 본격적으로 앉아 뒤적여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1930년대 사람들도 이렇게 빡빡한 타투를 했군요...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약간의 놀라움과 설레임으로 하나씩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