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모습 - 한국사

무지와 준비부족이 겹치면 - 자본주의맹아론 공부

마셜 2023. 12. 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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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미지 출처 : dbpia, 이헌창 교수 논문 소개 페이지>

 

I. 결국은 목표달성 실패

 거칠게 말하면..

 개 같이 털렸다. 

 준비는 부족했고, 많이 이해하긴 했지만, 내 생각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이해하고 공부하지 못했다. 

 

 너무나 많은 부담을 가지고, 준비를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만 가득했던 자본주의맹아론에 대한 발표는 끝이 났다. 

 

 

조선 후기 資本主義萌芽論과 그 代案 | DBpia

이헌창 | 韓國史學史學報 | 2008

www.dbpia.co.kr

 

II. 남은 것은 논문 하나 : 조선 후기 資本主義萌芽論과 그 代案

 공들여 읽은 논문 하나는 남았다 

 그리고 힘들게 그 내용을 전부 이해했지만, 그중 어느 부분이 중요하고, 어느 부분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인지를 판단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수많은 정의를 간략간략하게 잘 정리했던 논문 내용을 힘들게 따라갔지만, 어떤 정의가 가장 지지받고 있는지를 미루어 짐작하지 못했다. 심지어 사전에 언질을 받았음에도, 준비과정에서는 페이지마다 가득한 내용을 이해하느라, 거기까지 감안하지 못했다.

 맑시스트와 브로델로 대표되는 아날학파의 자본주의 정의가 인문학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음은 일면 타당함에도, 그 근처에 가지 못한 것은 어쨌든 변명의 여지없이 공부 부족이다. 물론 내 의도가 가장 타당성 높은 정의를 제시함에는 있지 않았고, 경제사학자인 이헌창 교수 또한 모든 정의를 설명한 후, 학계의 공통된 정의는 도출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으니, 그 부분에서 내 마음의 위안을 찾는다면, 너무 한심한 걸까. 

 

 자본주의맹아론의 한계는 너무나 자명하기에 논문에서 정리한 것을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III. 조선 후기 인구, 무역, 화폐

 지정된 자료 이외에도 수많은 자료를 뒤적였지만, 맹아론의 대상 시기인 조선시대 상공업의 발달을 개략적으로 잘 설명한 것을 찾기는 어려웠다. 

 

 ㅇ 최종사용자료

 1. 위의 이헌창 논문

 2. 동아시아의 역사II 북방민족 - 서민문화, 동북아역사재단, 동북아역사재단

 3. 화폐와 경제활동의 이중주, 국사편찬위원회, 두산동아

 

 결국 돌고돌아, 원래 제시되었던 두 자료로 좁혀질 수밖에 없었고, 그 안에서는 긴 고민 끝에, 난 세부분야 중 농업을 버리고, 인구와 무역을 살펴보기로 했다. 그 외 화폐유통에 대해서는 원래 계획했던 자료가 충실하여, 거기에 기댈 수 있었음이 행운이랄까. 

 

 조선의 인구밀도는 굉장히 높았다. 공업이 추가적으로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음에도 인구밀도가 높았다는 것은 결국 농업이 고도화되었다는 것으로 스스로 해석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도시와 시장 발달에 있었어도 자료를 읽고, 일부 기술하기는 했으나, 정량적인 연구에까지 다다르지 못했고, 이 부분을 처절하게 지적당했다.

 무역 관련으로는 전반적으로 부진했고, 계속해서 확대되는 양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조선 정부가 무역에서 능동적인 정책변화를 꾀한 적도 있으나, 이는 상업적 이윤을 창출하고 축적하려는 것은 아니었고, 명/청 중심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것, 그야말로 현상유지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했고, 자본을 축적해서 무역업에 투자하는 기업형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홍삼 무역 과정에서 성장한 것으로 알려진 송상, 만상 등도 상인의 지역기반 연합체로 보아야지, 기업형태로 보기는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화폐유통은 1678년 상평통보가 유통될 때까지 번번이 동전 유통이 실패할 정도로 그 진전이 느렸다. 이헌창 교수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농촌지역의 화폐 유통은 늦게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상업발달이 부진한 데다, 무역에도 적극적이지 않고, 국가경제가 농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기에 도입이 필연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조선초기 종이돈을 유통시키려고 무던히 애를 쓰다가 실패했던 경험과 정부의 지나친 정책변화로 인한 신뢰상실이 이러한 화폐유통에 있어서 진전을 방해했다는 것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IV. 자본주의맹아론의 끝

 이미 전공자에게서 단정적으로 들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자본주의맹아론은 이제 생명을 다했다. 이 것은 계속된 사료 기반 연구로 보았을 때 근거가 너무 부실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조선정체론과 마찬가지로 기본 출발 자체가 획일적이고 도식적인 역사발전을 가정했기에 그 자체로 무리한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면, 나도 하나의 시대전환기를 살았고, 이 모든 변화를 현장에서 체험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운좋게도 이헌창 교수 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는 것은 큰 의미는 없겠지만, 우파이긴 해도 뉴라이트와는 거리가 먼 합리적 주장을 하고 있는 성향을 확인했기에, 그리고 지금도 잠곡 김육에 대한 연구에 열심인 노학자다운 모습에 그 수업 수강이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V. 다시 앞으로

 피로와 충격에서 벗어나서, 이런저론 소회를 남겨보니 답답함이 밀려온다. 

 언제쯤 난 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의견개진에서 자신감을 잃고 있다. 해내가야 할 일의 양이 만만찮으므로 읽어나가는 것만으로도 노력을 인정하기는 해야겠으나, 그 바탕 위에서 스스로 사고하고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방 의견도 들어봐야 하는데... 요즘은 그런 이상에서 더 멀어지는 것 같다. 

 젊은 시절 피상적으로 공부했던 것들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좀 더 이해가 쉽겠지 생각했고... 아마도 그렇겠지만.. 결국 최종 도달해서 승부를 가르는 토론에서는 별반 차이도 없었다. 레이스에 참가한 사람은 누구나 노력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한 부분. 

 

 식민지근대화론에 대해서는 아무런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사실 시대적으로도 자본주의맹아론과 직접적으로 연결짓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기에 마음  편히 옆으로 밀어놓을 수 있었다. 솔직히 같이 다루었어도 깊이 있는 공부는 불가능했을 듯. 

 

 어쨌든 힘들었던 한 주는 지나갔고, 이제 다시 해야 할 일을 헤쳐나가며 앞으로 걷는다. 뛰어가지는 못해도 그래도 앞으로 가고 있다. 계속 가다 보면, 멈추지만 않는다면, 그래도 돌아보며 멀리 왔다고 뿌듯해할 날이 언젠가는 꼭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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