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모습 - 한국사

일장춘몽은 아니었으나 아직은 미생(未生) - 역사공부의 시작

마셜 2024. 1. 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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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역사 공부의 자취)

 

 

 2023년의 마지막을 역사공부에 대한 평가결과를 기다리며 보냈습니다. 

 나름 쫄깃한 재미도 있고, 아쉬움도 남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제 인생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틱한 성공도, 드라마틱한 실패도 없었지만, 재미도 있었고, 하고 싶은 것 나름 마음대로 하고 살았죠. 

 

 지난 2023년 역사 공부 방향도 그랬습니다. 시간을 내어 조언해 주신 교수님도 조금은 무리한 방향이라며, 조금 다른 과목으로 선회, 혹은 반 걸음 물러나보길 조언했으나 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이런저런 공부에서는 누가 조언하지 않아도 여러 걸음 물러난 적이 많았었죠. 하지만, 이제는 어찌 보면 마지막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라는 걸 알았기에 그냥 직진했습니다. 그래서 힘들었고 유난을 떨며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도 끼쳤지만, 돌아보니... 반 걸음 물러섰을 때보다는 훨씬 여러 걸음 많이 온 것 같습니다.

 

 20세기 현대사는 제게 가장 큰 좌절을 줬습니다. 수업친구가 보낸 톡 덕분에 급히 확인해 본 성적표에서,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 실망감이 컸었죠. 마침 집안일이 정신이 없었던 하루라, 티도 내지 않았지만, 머릿속에서는 왜 성적이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엄청 부족했나... 이런 생각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러다 그다음 날 아침 운전 중, 아!! 내가 수업 과제를 한 번 안 냈구나!! 를 떠올렸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그리고 몇 시간 지난 후 더 큰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그것만 캐치업했다면 정말 진정한 평가를 받았을 텐데... 하는 마음에 말이죠. 물론 제가 제출했던 텀페이퍼는 제가 봐도 '최우수'라고 말하긴 어려웠습니다. 

 

 동아시아 근현대사는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지쳐보이는 학생들이 불쌍해 보였는지, 교수님께서는 과제량을 많이 조절해 주셨고, 내공이 있는 강독은 토론수업에 육박하는 지식과 깨달음을 준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해 주셨죠. 아직도 어떻게 메이지유신이 가능했는지를 입체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서양으로부터 강제된 근대화를 맞이하던 즈음 한중일이 얼마나 달랐는지.. 그 차이가 그저 우연적 상황이나, 지도층이 오판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고, 기나긴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음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배려심 많은 교수님께는 진심으로 감사해야겠죠. 

 

 조선사를 토론식으로 배웠던 '한국근세사연구'는 제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첫 토론식 수업이 끝나고, 느꼈던 엄청난 '문화적 충격'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밥이 안 넘어간다는 기분이 이런 것이더군요. 업무 관련 감사가 나와도, 전날 폭탄주를 퍼마셔도 밥만 잘 먹었던 전데 말이죠. 헤비하지만 올드한 발표주제는 제게 더 큰 부담이었습니다. 아무 말이나 잘하고, 근거도 없이 잘만 떠드는 성격임에도 발표를 준비하면서, 한 단어, 한 문장도 제 생각을 표현한다는 게 참 무서운 것이구나를 처절하게 느꼈습니다. 그렇게 겁에 질려 과제를 하다 보니, 결국 제 생각이 없는 요약문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극복하려고 애를 썼지만, 아직도 제게 큰 깨달음이자 부담으로 남아있습니다. 자기주장을 하기 위한 근거는 어디까지 필요한가? 앞으로도 뭔가를 쓰기 위해 자료와의 싸움을 계속해나가야 하는 저로서는 큰 예방주사를 맞았다고도 하겠습니다.  

 

 세 방향의 공부를 정리하자면 끝이 없지만, (불과 4개월 공부에 이렇게 많은 자료가 쏟아져나올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교수님께서 해주신 격려 한 줄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제가 도달하고자 하는 하늘이 무엇인지도 아직은 모르겠습니다만, 언젠가는 자유롭게 제 의견을 피력하며 '역사'라는 것을 즐기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I wish you could fly up up to the sky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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