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모습 - 한국사

조선 왕조의 기원 - 조선 왕조는 고려에 비해 진보했는가?

마셜 2023. 10.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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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교보문고

 역사 연구의 원동력(혹은 에너지)은 '역사의식'이라 할지라도, 연구는 최소한의 1차 사료와 환경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식민지 시기부터 해방까지 이어지는 시대, 1세대 학자들의 한국사 연구, 특히 조선사 연구가 얼마나 힘든 상황에서 진행되었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식민지배 시기, 조선의 역사가들은 강박적으로 조선민족은 정체되지 않았으며, 역사발전 법칙에 따라 발전해 왔음을 시대상황에 따라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 1세대 역사가들의 노고를 충분히 인정하고, 그 성과를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해도, 조선(혹은 해방 직후 한국)과 일본의 역사가들은 모두 이 문제에 대해서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그런 면에서 제3자 입장에서 한반도의 역사를 바라본 외국 역사가들의 의견은 늘 흥미롭고 늘 귀하다.

 그런 면에서 미국인 학자가 쓴 이 책은 한국사에 관심이 많은 모든 한국인들에게 여러 의미가 있다. 

 저자 존 B. 던컨은 주한미군으로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한 후, 고려대 사학과에서 공부했다. 그 후 미국에서 한국사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왔다. 그가 이 저작을 통해 집중적으로 논파한 신흥사대부가 도대체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자. 

 

 

우리역사넷

신진사대부(新進士大夫)란 고려 말과 조선 초의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변혁을 이끌었던 세력을 지칭하는 학술용어이다. 사상적으로 이들은 성리학(性理學)을 공부한 학자였으며, 정치적으로

contents.history.go.kr

 

 눈여겨봐야할 것은 이미 2000년에 출판된 이 저작을 통해서, 던컨이 신흥사대부(혹은 신진사대부)가 조선 건국의 중심이 아님을 논증했다는 점이다. 2023년 현재에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운영되는 우리역사넷에서는 여전히 신진사대부를 조선을 건국한 정치세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신흥사대부 설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고려후기 새롭게 등장하여 조선을 건국한 정치세력. 신진사대부 · 신흥유신 · 신진사류 · 신흥사족'으로 정의하여, 조선을 건국한 정치세력이 고려시대에 없었던, 변화를 이끌었던 집단임을 명료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신흥사대부(新興士大夫)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ncykorea.aks.ac.kr

 

 하지만, 던컨이 1차 사료를 분석하여 내린 결론은 이와 다르다. 즉, 고려 후기와 조선 전기에 집권 정치세력에 큰 변화가 없었으며, 고려시대를 보아도 무신정변을 거친 시기에도 집권 관료층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던컨은 고려사 등 왕조기록과 족보 등을 분석하여, 당시 중앙 고위 관원을 배출한 가문이 달라지지 않았고, 이들은 고려시대 주요 가문과도 별 차이가 없음을 밝혀냈다, 

 

 조선시대는 고려시대에 비해 진일보한 관료제 국가였음을 뒷받침했던 신진사대부론이 힘을 잃는 순간. 

 그렇다면 조선시대는 고려시대에 비해 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정체된 사회였는가? 던컨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입시위주 역사교육을 통해 고려시대에 비해 진일보한 조선시대의 신진사대부에 대해 암기해 왔던 한국인들로서는 허탈할 뿐...

  던컨이 흩어져 있는 1차 사료를 하나하나 엑세스(Access)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데 5년이 걸렸고, 이 입력한 내용을 분석하여,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는 것도 웃음을 주지 못할 정도로 이 주장의 무게감은 대단하다. 

  하지만, 아무리 사실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긴 시간 공들여 수립해왔던 가설(통설)이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자료를 통해 입증된 새로운 가설이 있어, 반박할 여지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어쨌든 인정해야 한다. 이후 발표되는 학술논문에서도 신진사대부에 대한 주장이 줄어들고, 던컨에 대한 반박이 사실상 없었던 걸 보면, 여전히 공인된 역사 사이트와 사전에서 신진사대부가 조선 건국 세력임을 단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 외에도 신분제도와 재정개혁, 사상 변화 등 풍부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나, 한 번의 독서로 전부 요약해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깊이가 있음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조선초기 건국세력에 천착하여 공부를 할 기회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역사교과서가 역사연구 결과를 어디까지 반영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했던 점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1차 사료의 중요성과 함께 기존 가설에 대한 비판적 의심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려줬다는 것 또한 역사공부를 하는 동안 오랫동안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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