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57 - 수호자들(The Guardians)(2023, 존 그리샴)

마셜 2025. 7. 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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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알라딘)

 

 소설 장르: 존 그리샴

 

 아직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존 그리샴. 변호사 출신에 법정 중심으로 벌어지는 추리 혹은 스릴러 형태를 긴박하게 풀어내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실제로 법정스릴러라는 장르를 만들었다고 평가받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소설이 스릴러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물론 살인 사건이 늘 끼어있고, 정부기관, 마약 카르텔, 거대기업 등 많은 검은 세력이 음모를 만들어 주인공을 괴롭히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있긴 있다) 주인공은 늘 (적당한 선에서) 승리하고, 주변에서 의문의 죽음이 이어지더라도 주인공만은 늘 해를 입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내 나름으로는 장르 자체를 '존 그리샴'이라고 부르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하는데, 이 넓은 소설 시장에 이런 법정공방전이 또 없겠냐만은 이런 특유의 스릴러와 법정물을 섞은 듯한 느낌을 주는 소설은 존 그리샴이 대부이고, 원조이고, 1타인 건 분명하다.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생각나는 청량감을 주는 소설

 

 전에 일본소설가 '오쿠다 히데오' 작품들이 내게 이런 역할을 해주었다. 지금이야 예전 같이 작품을 쏟아내지 못하지만, 한 해가 멀다하고 작품이 출간되던 시절에는 뭔가 머리가 아프고 꽉 막힌 기분이 들 때 서점에서 한 권씩 사들곤 했었다. 그리고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었다. 이제 그의 신간(특히 장편소설)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다른 책을 읽느라 시달리게 되어, 그러한 청량감을 느끼지 못한 지 좀 되었는데... 이 번에 뭔가 소설을 읽고 싶다는 마음으로 구립도서관을 헤맨 결과 찾아낸 책이 바로 존 그리샴의 근간인 이 책이었다. 

 그래서 재미있었냐고? 뭐 당연하지... 존 그리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엄청난 반전이나 마음을 울리는 내러티브는 없어도, 늘 평타 이상을 친다는 점. 게다가 특유의 리얼함으로 미국사회의 단면 혹은 이면을 보는 재미를 주니, 뭔가.. 문학적 가치나.. 대단한 재미는 없을지라도, 읽는 그 순간은 화~ 하게 머리를 맑게 해주는 그런 효과는 늘 한결같다. 여러모로 청량음료 같은 역할 정도가 적당한 평가인 듯

 

2023년에도 여전한 존 그리샴, '수호자들'

 

 워낙 한결 같은 존 그리샴이기에, 소설을 보면 몇 년도 배경인지가 헷갈릴 때가 있다. '수호자들'도  미국에서 출간된 게 2019년, 한국 번역판이 2023년인 걸 보면, 비교적 최신작인데도 등장인물들은 스마트폰도 잘 안 쓰고, 여전히 이메일보다는 만나서 뭐든 이야기하는 걸 선호한다. 어찌 보면 그래서 나 같은 올드팬들에게는 편안함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의 설정은 늘 조금씩 바뀌지만, 당연히 그렇듯이 이번에도 '변호사'이다. 다만, 이 번 작품에서는 성공회 신부이자 변호사이고,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돕는 '수호자들' 재단 소속이다. 당연히,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과는 거리가 먼 그저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고, 교도소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교도관, 경찰, 검사, 판사들과 입씨름을 하기에 신부복이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주인공 포스트는 영악하면서도 현실적이고, 집요하면서도 순수한 성직자이다. 

 이 흥미로운 설정이 한 남자의 무죄방면을 끌어가는 줄거리에 많은 힘을 보태지만, 실제로 리얼함의 근간에는 실화 바탕이라는 씁슬한 면이 깔려 있다. 실제로 책 마지막 감사의 말을 보면, 슬프게도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구절이 있다. 법률에 있어서도 선진국으로서, 다양한 구제절차와 항변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죄가 없음에도 옥살이를 하는 사람이 미국에도 있는 모양이다. 하긴 모두가 사람이 하는 일인데, 사람이 하는 일이 어떻게 그 많은 건 중 하나의 실수도 없다고 완벽을 말할 수 있을까. 

 

출판사의 통 큰 투자? 아니면 귀여운 트레일러

 

 글을 쓰기 위해 알라딘 해당 페이지를 찾았더니 공식 북트레일러라는 영상이 링크되어 있다. 처음에는 영화화 되었나? 예고편이라도 되나? 싶었는데.. 내용을 보니 숏폼 광고에 가까운 책 홍보영상이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베스트셀러 소설도 이런 숏폼 영상을 통한 홍보가 필요한 모양이다. 출판사가 공들여 인물 얼굴은 안 나오도록 설정하고, 마지막은 존 그리샴 작품임을 장엄하게 알리며 끝난 걸 보면, 적은 제작비로 책을 알리는 데 여러모로 만전을 기한 영상이다. 무려 존 그리샴 소설인데, 이런 영상이 책 선택에 얼마나 플러스가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달라진 책 홍보 세태를 살짝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표지를 장식한 신부복

 

 꽤나 두꺼운 소설책이지만, 다 읽을 때까지 표지를 장식한 이미지가 신부복을 입은 주인공인지 잘 몰랐다. 서가에서 이 책을 집어들 때도, 며칠간 읽어나가는 동안에도 눈여겨보지 않은 것인데... 어찌보면 이런 게 존 그리샴의 힘이 아닐까. 표지 디자인이나, 앞뒷면 홍보문구 같은 건 살펴보지 않아도, 그냥 믿고 선택할 수 있는 게 바로 존 그리샴 소설의 힘이고, 늘 평균 이상 재미를 보여주는 이야기꾼의 위력이다. 

 참고로 표지를 장식한 건 신부복이지만, 주인공은 딱히 신부 고유 업무를 하지는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를 피해자들의 무죄방면을  위해 애쓸 뿐이다. 500쪽이 넘는 이야기 중에 존 그리샴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없는 건 아쉽지만, 살다보면 늘 그 자리에서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임을 자주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어려운 걸 수십 년째 존 그리샴은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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