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58 -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1980, 밀턴.로즈 프리드먼)

마셜 2025. 7. 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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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알라딘)

 

경제학 기초 중의 기초에 해당하는 이야기

 

 대통령이 읽은 경제교과서라는 카피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정작 책의 내용은 대학 교재 기준으로도 너무 기초 중 기초인 것들이 많다. 야매로 경제학을 전공한 내 느낌이 그랬고, 경제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멤버도 비슷한 느낌을 토로했다. 훨씬 최근에 경제학을 공부한 그 친구 말로는 이 정도 이야기는 학설사에서 간략하게 다루는 정도지만, 종합해 주는 정도이지, 본격적으로 수업 내용으로 풀어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한다. 

 

탄핵된 대통령이 읽은 경제학 책

 

 멤버 한 명이 이 책을 추천했던 건 당연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읽은 경제학 책이라는 명성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의 언급이 아니어도,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은 밀턴 프리드먼의 명성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멤버들이 공통적으로 내린 결론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책을 제대로 읽지는 않은 것 같다'였다. 그 바쁜 정치 일정 와중에 풍부한 사례를 들어가며 1970년대 미국 기준으로 작성한 정책 제안이 디테일하게 묘사된 책을  정독했다면 그 독서열을 칭찬해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며, 집권기간 동안 펼쳤던 여러 경제정책을 봐도 일관성 자체가 없었기에 어떤 지향점도 찾기가 힘들었다. 프리드먼처럼 한 방향으로 확고한 지향점을 제시하는 경제학자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근거는 사실 어디서도 찾기 어려웠다. 

 

대공황의 앞뒷면 - 케인즈와 프리드먼

 

 알려진 것처럼 프리드먼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개입을 주장했던 케인즈의 수정자본주의를 강하게 반대한다. 사회과학에서, 특히 대공황 같이 복잡다단하게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일에서, 100% 옳은 분석, 정책은 있을 수 없으므로, 정부개입을 강하게 비판한 프리드먼의 주장은 당연히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 다만, 당장 풍요의 선도 국가에서 실업자가 길거리에 넘쳐나는 나라가 된 현실에서, 특히 공산주의 국가들의 공세가 엄연히 공포로 다가왔던 현실에서, 경제학적으로 옳다고 해서 원칙적 극약처방을 할 수 있었을까? 현실과 이론은 늘 언제나 괴리가 있는 법이다. 

 

흥미로웠던 고등교육 논쟁

 

 무상교육이 미국에서도 화두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어느 나라나 교육은 참 문제이고, 참 중요하다. 프리드먼의 이른바 쿠폰 제도는 장기적으로 매우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청소년들을 조금이라도 더 일탈에서 멀어지도록 하기 위해 좋은 시스템 안에 잡아두는 역할을 해야 하는 학교의 기능은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공교육은 몇 년 지나면 더 이상 대상자가 아니게 되고, 그럼에도 누구든 그 과정을 거쳐왔기에 한 마디 보태며 맹비난을 할 수 있는 분야이다. 다른 어떤 사회 영역보다도 휘발성은 강하지만 폭발력도 있기에 어떤 정책도 조심스러운 분야인데, 경제학적으로 효율적인 정책이라도 관철시키기 매우 어렵다는 걸 간과한 것인지, 알지만 현재 부작용이 너무 크기에 어쩔 수 없다고 본 건지.. 노벨상에 빛나는 석학이니 아마도 후자에 해당할 것이라고 본다. 

 

현직 의사의 냉철한 지적

 

 멤버 중 현재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사 분은 팔리토마이트 사태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다며, 의사 면허에 대한 프리드먼의 분석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의사면허 제도는 무자격자를 방지하여 환자의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너무 의료현실을 모르고 효율만을 이야기한다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경쟁을 하는 게 좋다, 반복, 반복, 그리고 또 반복

 

 경쟁을 하는 게 결과적으로 더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정부 역할이 그럼 어디까지냐에 대해선 의견이 갈릴 수 있는데, 프리드먼은 500쪽이 넘는 이 책을 통해서 계속해서 경쟁이 효율적이니 정부개입은 필요 없다는 걸 끝없이 반복한다. 이렇게 반복하고 1970년대 미국현실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가치관 자체가 이 방향으로 설정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면서... 당시 프리드먼의 생각을 엿보고 이해하는 것에는 다른 경제학 교과서로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다. 물론 경제학자로서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다양한 분야에 수많은 사례를 수집하여 직관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그 과정을 경제학 초심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려고 애쓴 과정 자체는 놀라운 수준이며, 사실 2025년 기준으로 이 책이 명저인 이유는 거기에 있지 않나 싶다. 

 

UCLA 등을 2류 대학 취급해 버리는 패기 

 

 밀턴 프리드먼 정도의 석학이라면 자기 판단에 주저함이 있겠냐만은... 책 내용 중 주립대를 2류 대학 취급하며, 공교육을 비난한 건 놀라운 걸 떠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물론 서열이 엄연한 미국 대학 순위에서 아이비리그가 차지하는 위상은 당연히 최고이지만, UCLA 같은 대학을 명문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어려운데, 지금 기준으로 보면 참 옳은 말도 많이 하고, '자유'를 지향하는 공격적 행보를 보였던 경제학자 다운 패기를 엿볼 수 있는 언급이다. 

 

 

 직관적이고, 솔직하게 근거를 들어 설명하는 책은 늘 잘 읽힌다. 이 책도 여러 명성에 비해서는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어렵지는 않다. 다만, 경제학 전공자에게는 새로울 것이 없고, 비전공자에게는 기본 전제가 낯선 게 많은... 그래서 명저이긴 하나, 애매한 포지션에 있는 책은 아닐까 싶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을 읽어보려 한다면, 누군가 재미있게 읽었다는 호기심으로는 도전하지 마시길, 그 시절 케인즈를 정면 반박하며 정책대안을 셀 수 없이 쏟아낸 석학의 책에 대한 추천으로는 너무 박하고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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