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소비 트렌드 모니터 결과로 제출한 것입니다.
1. 현장 농민과의 대화: 카무트는 쌀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가. 경기도 포천에서 대규모 벼농사를 짓는 지인은 여러모로 작물다각화를 늘 고민한다. 상대적으로 농촌에서 젊은 농민이기도 하고, 수매가 있다지만 수익이 뻔한 쌀에만 의존하기에는 미래가 어둡기에 젊은 농민들끼리 대규모 논(밭)을 활용할 수 있는 고소득 작물에 대하 고민을 나누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다.
나. 그런 지인이 우연찮게 생소한 작물 이름을 거론했기에 기억에 많이 남았다. 흔히 호라산밀(Khorasan Wheat)과 혼용되어 쓰이는 카무트(Kamut)인데, 아직은 대규모로 국내 생산이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젊은이들에게 반응이 좋기에 고소득 작물로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는 말을 덧붙였다. 다만, 기존 벼농사를 위한 논을 카무트를 위한 재배환경으로 바꾸는 것에 상당한 부담이 느껴지며, 수매가 이루어지지 않기에 판로개척도 막막하다는 솔직한 의견으로 이야기 끝을 맺었다.
2. 코스트코에서 눈에 띈 카무트
가. 유튜브에서 스테디셀러 정도 위치를 차지한 채널 아이템 중 하나가 바로 ‘코스트코’ 상품 소개 혹은 언박싱 등이다. 그만큼 유료멤버십과 제한된 매장을 바탕으로 엄선된 상품만 판매하기로 유명한 코스트코이고, 식품 쪽에서도 질이 좋은 상품을 대용량 위주로 사기 좋은 걸로 잘 알려져 있다.
나. 최근 코스트코에서 우연히 발견한 곡물 매대의 코스트코는 그래서 식품 트렌드를 눈여겨보는 내게 큰 의미가 있었다. 같은 매대에서 판매되는 쌀에 비해 3배가 넘는 가격이지만, 어쨌든 눈에 띄는 자리에 매대를 차지한 것이 이채로웠고, 큰 폭 할인으로 적극적인 판촉에 돌입한 것도 눈에 들어왔다. 참고로 카무트는 캐나다산이었다.
다. 유튜브 인기채널에서 호들갑스럽게 다룰 만큼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보였지만,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나 알려진 특수한 곡물인 줄 알았던 이 외국 곡물은 이제 주요 마트에서도 매대 판매가 이루어질 정도로 흔한 잡곡으로 인정받고 있는 듯하다. 흔히 콩, 보리, 조...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잡곡을 넣어 밥을 하면 건강에 좋다는 것이 통념으로 인정되는 한국 정서를 생각하면, 카무트 또한 한국에서 어쨌든 꾸준히 팔리는 잡곡으로서 한 자리를 차지해하고 있는 것을 현장에서 볼 수 있었다.
3. 최신 뉴스기사: 가공식품 등장과 특화 전기밥솥 개발
“쌀 소비 줄었다는데 ‘이 밥솥’은 대박…MZ 2인방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매일경제, 2025-12-19 | “그린랩스, 캐나다산 고품질 ‘카무트’ 원곡·즉석밥 4종 출시”, 농수축산신문, 2025-02-25 |
https://m.mk.co.kr/news/business/11244399 | https://www.af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0344 |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두 기사> |
가. 그렇다면 카무트와 관련된 최근 트렌드를 짐작할 수 있는 기사는 무엇이 있을까? 두 가지가 눈에 띈다. 매일경제 기사(상단 좌측 기사)는 유력 전기밥솥 제조사인 쿠첸에서, 카무트 등을 직접 거론하며, 맞춤형으로 밥을 해주는 기능을 탑재한 전기밥솥을 개발/출시한 것을 보도하고 있다.
나. 한편, 농수축산신문에서는 2월 기사로 카무트 수입사에서 즉석밥을 포함한 새로운 제품 라인업(브랜드)을 출시한 것을 보도하였다. 다분히 광고 성격이 있는 기사이긴 하나, 내용상 식품의 기능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4. 수입에서 국내 생산으로
“전남 목포 이행빈 씨 신소득작물 ‘카무트’ 재배 성공”, 한국농어민신문 2017-07-04 | → | “슈퍼푸드 ‘카무트’ 올 첫 수확”, 농민신문 2024-06-26 |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714 | https://www.nongmin.com/article/20240624500771 |
가. 7년간 입지 변화: 해외에서 온 특이한 건강에 좋은 곡물에서 출발하여, 지역농협에서 생산전량을 매입하는 곡물로 카무트의 입지는 빠르게 변화했다.
나. 위 기사를 보면, 불과 8년 전에 처음으로 재배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2024년에는 지역농협에서 생산 전량을 매입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보인다. 코스트코 곡물코너에서 쌀과 함께 나란히 매대를 차지한 것이 이슈화된 수입 곡물의 수입 증가만이 원인이 아닌 것을 엿볼 수 있는 사례이다.
한국 농업 생산에 있어서 쌀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이에 대한 정부 수매 등 시스템은 외국 농산물 수입 등에 있어서 복잡한 무역갈등을 유발하고 있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또한, 갈수록 쌀 소비량은 줄어들고, 이미 정부에서 보유한 쌀의 양도 과다하여, 정부 입장에서는 어떻게는 쌀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농업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쌀농사 중심의 인프라를 이미 갖추어, 하우스, 과수, 혹은 밭작물 등 다른 방식으로 변경이 어려운 농민에게 카무트는 시도해 볼 만한 대체작물이며, 정부에서도 어차피 수매를 할 바에는 쌀보다는 아직은 비축량이 누적되지 않은 카무트 같은 작물이 나을 수도 있다.
이러한 정부정책에도 영향을 받았겠지만, 어쨌든 카무트 이슈화의 출발점은 ‘건강-웰빙’이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지금도 카무트의 장점으로 다이어트에 좋고, 당뇨환자도 먹을 수 있는 탄수화물이라는 것이 부각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한국 식품시장에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수입시장에 있어서, 건강에 좋은 곡물 등 슈퍼푸드를 발굴하고 이를 싼 값에 먼저 매입 후 시장이 반응할 때 판매하여 이익을 취하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건강에 다양한 효능이 있고, 주식인 쌀과 함께 먹을 수 있으며, 가루나, 차, 혹은 밥 형태로 다양하게 소비되는 카무트는 판매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1. 직접 가공식품 출시 가능성: 멀고도 어려운 빵·쿠키 재료 활용
가. 쌀 소비량이 계속 감소하는 대신 늘고 있는 빵 소비량에서 볼 수 있듯이, 특정 곡물이 이슈와 트렌드를 넘어서 식품소비구조에 한 축으로 잡으려면 빵 등 대체식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나. 언론보도(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406289561b) 등을 살펴보면 글루텐 프리·무첨가 빵 등이 인기를 끌고 있기는 하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고급곡물에 해당하는 카무트가 이러한 빵 트렌드 변화에 특수를 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빵 시장에서 선을 보인 지 오래된 쌀로 만든 빵도 계속 판매량이 늘고 있는지 불분명하며, 특히나 카무트라는 재료가 빵의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 이는 빵 소비 자체가 재료의 차이보다는 맛, 만든 장인, 판매지역, 브랜드로 인해 소비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며, 빵 이외의 다른 디저트, 과자, 쿠키 등 가공식품에서도 한 축을 담당하기에는 많은 변수가 작용하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 네이버쇼핑 분석
가. 네이버쇼핑에서 ‘카무트’ 제품을 ‘판매 많은 순’으로 검색하면 총 38건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025-04-07 기준)
나. 이 중 효소 제품이 17건이며, 현미차가 4건, 누룽지 2건, 하루견과 2건 등이 눈에 띄며, 볶은 카무트와 뻥튀기 제품도 있어서, 이미 다양한 형태로 가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잡곡(혼합곡) 등의 일반적 형태 외에도 현미차와 누룽지 등 가공식품이 출시되었고, 건강을 직접 겨냥한 효소 제품이 대형 마트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걸 보면, 앞으로도 당뇨에 좋다는 인식 등을 바탕으로 가공식품 개발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3. 결국 사람들의 관심은 건강 – 여전히 가능성 높은 슈퍼푸드 카무트
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 건강하게 늙기에 혈당관리는 필수
주식을 비싼 곡물로 바꾸기를 주저하지 않을 가정은 적겠지만, 단 맛과 짠맛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건강하게 노화를 맞이하기 위해서, ‘혈당관리’는 필수적인 건강관리영역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혈당에 신경을 써야 하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곡물이라는 타이틀은 여전히 매력적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위력은 더해질 가능성이 있다.
나. 선식, 효소 등과 결합 가능성이 높은 슈퍼푸드
이미 온라인쇼핑에서 판매되고 있는 뻥튀기, 효소, 하루견과 등 제품에서 확인했듯이, 길지 않은 카무트 소비 역사에도 다양한 가공식품이 개발되어 소비자 눈길을 끌고 있다. 소아비만과 당뇨도 심심찮게 의사 경고에 포한되는 요즘, 건강한 식사와 간식을 권장하는 차원에서 선식, 효소 등에 카무트가 결합되어 시판되는 제품들은 우연적인 SNS 노출이나 바이럴에 의해 강한 트렌드를 탈 가능성이 높다.
4. 이미 시작된 농협 수매, 곧 등장할 판매 촉진책
가. 위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일부 지역농협에서는 카무트를 수매하고 있다. 이러한 미미한 수매량은 잡곡으로 판매하듯 소화가 가능하겠지만, 한국 농업 현실에서 과도한 생산량으로 고민이 많은 벼농사에 종사하는 농민들 중, 다른 작물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이는 거의 없다.
나. 산업으로서 작물의 가능성이 입증되고 재배환경 전환이 용이하게 지원되며, 수매가 적절히 이루어진다면 생산량이 가파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에 이어서 판매 촉진책이 등장할 여지가 있다. 판매 촉진책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지와 상관없이 어찌 되었는 현재 쌀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대책이 꾸준히 강구되는 것처럼 기타 작물에 대한 소비 촉진책도 등장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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