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36 - 남겨진 것들의 기록(2024, 김새별/전애원)

마셜 2024. 5. 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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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교보문고)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자는 나름 알려진 베스트셀러작가인 모양이다. 책을 추천한 멤버는 온라인 서점에서 할인기준액을 맞추기 위해 책을 샀다는데, 온라인 서점 알고리즘에서도 추천이 될 정도로 '많이 팔릴만한' 책이라는 점은 분명 기대를 높일만한 요소다. 
 
 하지만, 멤버들의 높은 눈높이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난 그냥 재미있었다, 쉽게 읽혔다 정도의 총평을 준비해 갔는데, 다른 멤버 들으로부터는 날카로운 혹평이 쏟아졌다.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속편이라 그런 지, 좀 싱거웠다.'
 '말로가 안 좋았던 고인을 너무 미화하는 면도 있다.'
 '들어가기 전 기도도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 약간의 자기위안 아니냐.'
 '성형외과 의사 이야기는 의사라는게 확실치 않은데, 약간 눈길을 끌기 위해 집어넣은 사례인 것 같다.'
 
 이런 혹평이 좀 가혹해보였어도, 사실 나도 책 마지막의 7 계명은 넌센스 같이 느껴졌다. 애초에 심리적으로 불안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책을 읽지 않을 것도 같고... 그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주위의 가족들도 이런 몇 가지를 가지고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을 도울 수는 없으리라. 
 
 그래도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데는 이유가 있다.  
 이미 유튜브에서 꽤 인기있는 채널을 운영 중이고, 여러 업체가 경쟁 중인 특수청소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고 하니, 뭔가 앞서간 사람으로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책을 통해 잘 우러나온다. 그리고 힘든 일을 할 때, 무덤덤해져야지만 견딜 수 있다는 말도 맞지만, 자기 일에 사명감(혹은 보람)을 부여하면 더 수월할 것이다. 저자 김새별 대표도 힘든 자기 일에 그런 의미를 부여하면서 버티고 있기에, 들어가기 전 기도하고, 의뢰인에게 전달할 종이 한 장이라도 찾기 위해 더 애쓰고 하는 건 아닐까.
 
 저자가 특수청소와 유품정리를 하고 있기에 저장강박이나, 히키코모리, 쓰레기집 같은 사례는 일반인에 비해 많이 접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큼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가능성이나 안정성은 떨어져 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고령층이든 청년층이든 간에 각박한 현실에 정신적 이상이 발생할 정도로 힘든 것도 사실이고... 가족과 단절된 사람들은 기댈 곳이 거의 없다. 
 이런 현실과 사회/문화적인 헛점을 알리기 위해 저자가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기여한 부분만큼은 인정해줘야 한다. 건강관리도 결국 자기 책임이고, 사회적으로 누를 끼쳤다고 비난할 수는 있겠지만, 분명 벌어지고 있는 이 사회현상에 대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고, 귀담아들을만한 이야기라 하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아무래도 우울증 끝에 자살한 대학생 이야기이다. 
 대부분 고인에 대한 정보를 추정에 의존하기에 얘기가 불명확한 것이 이 책의 아쉬운 점인데, 이 에피소드는 고인이 자세한 일기를 남겨놓았기에, 그 안타까움이 배가되고, 부모의 슬픔이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다른 멤버들도 이 에피소드를 기억하며 많이 안타까워했는데, 우울증 약을 먹다가 너무 심신이 가라앉으니 약 복용을 중단한 고인의 판단이 다시 생각해도 아쉽다. 보통 정신과에 가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다면, 의사와 의논하여 얼마든지 약을 바꾸거나 투약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선택지까지 생각하기에는 너무 많이 아팠던 모양이다. 이제 어른 나이가 되어 젊은이들을 바라보게 되니, 이런 젊은이들의 극단적 선택이 어른들의 책임 같고, 무력감과 슬픔을 넘어 책임감을 느낀다. 
 
 40대에 이혼 후 자기 길에 도전했던 여성 분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전 남편의 슬픔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자기 꿈을 찾아나섰던, 다소 특이한 고인의 고독사로 마무리가 되는데, 왠지 쓸쓸했다는 내 얘기에 딱히 공감하는 멤버는 없었다. 아무래도 아직도 내 길을 찾아 공부를 병행하고 있는 내 심정을 공감하기에는 다른 멤버들의 상황이 다른 것이겠지. 
 
 1판 1쇄 책이 도서관에 들어와있다. 온라인서점에서 주문한 책은 1판 2쇄였다. 바로 2쇄에 들어간 인기 에세이의 위력을 실감하며 독서모임은 끝이 났다. 쓸쓸한 죽음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을 리뷰했기에 분위기가 밝지는 않았지만, 멤버들 모두 이렇게 모여서 떠들 수 있고, 걱정해 주는 가족이 있고, 늘 가야 할 직장이 있는 것에는 조금은 감사하지 않았을까. 내가 지금 가진 것에 안도감 혹은 아주 작은 감사의 마음이라도 느낄 수 있었기에 의미를 찾은 괜찮은 에세이였다. 
 

남겨진 것들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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