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35 - 전공을 버려라 : 미래 교육을 대비하는 대학의 변화(2024, 윤성이)

마셜 2024. 5. 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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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교보문고)

 

 딱히 관심을 두진 않지만, 본의 아니게 직간접적으로 대학에 대한 책을 읽게 된다. 

 그중에서 이 책은 그래도 자의에 의해 집어든 편인데, 최근 교육부에서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대학 무전공 확대와 맞물려 눈길이 머무르게 되고... 책 자체가 얇은 데다 책 표면의 도발적인 카피가 눈에 띄어 한 번 읽어보자 마음먹게 되었다. 

 동국대 전 총장인 윤성이 교수는 직접적으로 묻는다. 대한민국 학생들의 전공과 취업은 일치하고 있냐고. 대답은 누구나 안다. 일치하고 있지 못하다. 누구나 아는 질문을 하는 것에는 의도가 있는 법이다. 대학에서 많은 일을 겪은 원로에 해당하는 저자는 이를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에 대한 해법으로 여러 가지를 말한다.

 

 총평: 대학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외면한 책

 

 저자가 평생에 걸쳐서 체득한 노하우를 정열을 가지고 쏟아부은 저작이지만, 결론적으로 좋은 평을 할 수는 없다. 한국의 대학이 위기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가파르게 감소하는 학령인구에서 많은 대학원은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고, 등록금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 대학 현실에서, 이러한 정원 미달은 재정적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이 재정적 위기를 극복할 방안이 현재로서는 요원한 바... 수많은 담론과 대안이 제시되었고, 이 책에서도 많은 액션플랜이 등장하지만, 무릎이 탁 쳐지거나, 기억에 남는 대안은 없었다. 

 

 왜 그럴까? 결국 원인은 지나친 등록금 인상 억제

 

 바로 대학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위기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등록금 동결이다.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 것이... 개인적으로 정부 정책(혹은 제도) 중심의 등록금 인상 관리는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많은 대학이 상당한 기간 등록금을 동결해 왔고, 앞으로도 자유롭게 예산계획에 따라 등록금을 인상하기가 어려운 실정의 난맥상에 대해 전 대학총장이 외면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어떤 조직이던 위기에 처했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 혹은 혁신이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재정적 여력을 부여할 수 없는지 일단 검토해봐야 한다. 저자는 그건 안되니까.. 다른 방안을 열심히 찾아보자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정작 왜 그게 안되는지... 그게 부당한지에 대해서는 지적과 분석이 없는 것이... 의도적 외면은 아닌가 싶어 아쉽다. 

 

 

 더 근본적 원인은 너무 높은 대학진학률이다. 

 

 대학을 나왔고, 그래서 조심스럽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굳이 대학 졸업이 필요 없는 직업을 많이 봤고, 그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 중 많은 대졸자를 만났다. 물론 직업이 삶의 전부도 아니고, 대학 졸업을 통한 이런저런 경험이 학력 이외의 플러스로 작용하긴 하겠지만, 적잖은 사람들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며 대학을 택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어찌 보면 사회적 낭비일 수도 있겠는데, 이러한 낭비는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학 정원은 학령인구 감소 와중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고, 모든 대학은 비슷비슷해졌다. 필연적으로 전체 대학진학률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만약, 적극적 투자 혹은 운영이 어려운 대학이 스스로 정원을 줄이거나 폐교하는 길을 택한다면 좋겠지만, 학교법인 입장에서는 대학 또한 소중한 사업장, 비록 돈을 벌어오지는 못하고 숭고한 사회환원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택한 교육사업이라도 이런 판단하에 자기 학교를 스스로 구조조정하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결국 정부도 과도한 대학진학률을 낮추려는 노력은 포기한 셈이다.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인데, 아직은 버틸만한 이 상황이 더 악화되면, 아마도 많은 사학에서 대학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거고, 그 때 정부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듯하다. 명문대 총장이었던 저자에게는 이런 현실에 대한 고민보다는 모교에 대한 걱정이 앞선 것이 당연하겠지만, 뭔가 근본적 해결책을 기대했던 내게는 2% 아쉬운 것은 분명했다. 

 

나노디그리(혹은 마이크로디그리)는 부전공보다 우월한 제도인가?

 

 저자가 슬로건처럼 내세운 무전공 확대는 개인적으로 찬성하는 부분이다. 대학을 크게 바꿀 것이라 기대는 않지만, 지금 현실에서 분명 도움이 될 것이고, 학생들에게도 자율성을 부여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차원에서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대학 현실에 대한 고민에 바탕한 좋은 지적들이기 딱히 비판할 거리가 없다. 한 가지만 지적을 하자면, 나노디그리(혹은 마이크로디그리) 필요성을 저자는 매우 강조하는데, 학부모로서, 그리고 직장인으로서... 이 제도가 과거의 부전공보다 무엇이 나은지 잘 모르겠다. 

 더 부담 없이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고, 이를 인증하는 일종의 미니 학위를 준다... 개념상으로는 부전공과 동일하고, 차이는 학생의 학점 이수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이 밖에 없어 보인다. 부담을 더 덜어주면, 이 디그리가 사회에서 환영받고, 학생의 융합적 사고에 큰 도움이 될까? 그게 사실이라면, 부전공에 대해서도 많은 학생들의 '다 좋은데 학점이수기준이 너무 높다'라는 의견이 광범위하게 발견되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기억에 없다. 

 인재 채용에도 관여해본 적이 있고, 그쪽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해봤지만, 부전공에 관심을 갖는 채용 담당자는 별로 없었다. 물론 대학의 역할이 취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좁은 채용시장을 넘어 더 큰 일을 할 인재를 키우는 것도 보람찬 일이지만, '전공과 취업의 불일치'를 표지에서부터 지적한 저자가 좋은 제도라고 소개한 나노디그리는 적어도 취업과 전공의 매칭에는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물론 나노디그리를 전공으로 구분한다면, 둘이 상관관계는 강해질 수 있겠지만, 인과관계는 절대 아닐 것이고, 가까운 미래에 부전공처럼 별 의미 없는 제도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부분 부분 드러나는 현장 전문가로서 면모

 

 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너무 혹평을 했는데, 사실 저자의 정성 만은 높이 평가한다. 분량에 비해 많은 영역을 다루었고, 현실적인 지적도 많았다.  기부금 확대를 위해 대학 기부자에 대해서 세액 공제 및 소득 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본문 168p)이나, 국내외 명문대학에서 시행 중인 행복 관련 강의(204p)에 대한 정리는 현장 전문가로서 면모가 느껴졌다. 특히 행복 관련 강의는 대학 다닐 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은 발상으로 느껴졌고, 그 외에도 꼼꼼한 대학 개혁 관련 참고문헌 목록이, 전문가 다운 열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여러모로 대학혁신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읽어볼 만한 부분도 많이 있다.

 

 교보문고 사이트의 무플이 대학혁신에 대한 무관심을 반영하는 듯 해, 눈길이 잠시 머물렀다.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곳이지만, 망해가든 말든 관심이 없는 곳, 그곳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한 저자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전공을 버려라
4차 산업혁명 시대, 중대 기로에 서 있는 한국 대학의 존립과 교육 시스템은 이대로 괜찮은가? 과연 대학은 과거에 그래 왔듯이 사회 발전의 중심에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열쇠는 ‘단절적 혁신’에 있다. 지금 인류는 단순한 교육의 변화로는 헤쳐 나갈 수 없고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단절적 혁신을 통해 관습적인 교육의 규범, 교수의 전통적 권위, 비효율적인 교육 관행을 극복해야 하며, 단순히 고치고 개선하는 것을 넘어선, 근본적으로 새로운 방식을 창조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기존의 교육 체계에 도전하고, 새로운 창조적 교육의 모델을 제시한다. 단절적 혁신은 단지 변화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창조와 혁신을 통해 미래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여정이다.
저자
윤성이
출판
파지트
출판일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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